직접 체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겨


한국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소비계층’의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브랜드컨설팅 및 시장조사전문기업 밀워드 브라운은 지난달 16일 주요 소비재 제품의 이용자들에 대한 행태조사를 토대로 최근 대표 소비계층을 ‘네오비트족(Neo-Beats)’이라고 명명했다.

체험 중심의 소비 지향
네오비트족은 ‘B(Brave), E(Experience), A(Active), T(Technology)’를 뜻하는 1950년대 비트족을 계승한 것으로 ‘도전’과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세대를 말한다.
1955년 개봉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과 주연배우 제임스딘은 미국 ‘비트세대’의 상징이다. 획일적이고 관습적인 기존 질서에 저항했던 비트세대처럼 네오비트족 역시 기성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획일성을 거부하며, 독창성과 도전정신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모색하고 추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다만 반사회적 저항성과 폐쇄성이 강했던 비트세대와 달리 네오비트족은 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참여와 소통을 매우 중시한다.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매우 강한 도전정신으로 배움과 경험, 습득과 창조를 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고 밀워드 브라운측은 설명했다. 또한 네오비트족은 패션·운동·여행·놀이·다이어트 등 자신을 계발하는 분야에 무엇보다 관심이 많고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밀워드 브라운 관계자는 “TV나 미디어를 통한 간접체험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이 이들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요즘 TV의 먹방·쿡방의 열풍은 체험을 중시하는 이들 계층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네오비트족은 개인 활동보다는 다수가 참여하는 사교적인 모임을 선호하며 특히 페스티벌, 콘서트 같은 역동적인 현장에 열광한다. 일할 때는 열심히 일에 집중하지만 일과 후 여가활동 역시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클럽이나 레스토랑, 펍 등에서 타인과의 교류를 즐기고 EDM이나 락 페스티벌 등은 휴가를 내고 해외 공연까지 챙길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각별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의 습득 속도가 빠르며 이를 실생활에 폭넓게 이용한다. SNS를 통해 시공간 제약을 극복한 교류를 즐기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다양한 영역에서 편리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기술이란 어렵고 부담스러운 대상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신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다. 대부분이 각종 첨단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정보 습득과 정보 교류에 익숙하며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나 유행을 창출하는 대표 주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밀워드 브라운 관계자는 “1990년대 X세대(1961년~1984년 사이 출생자)가 등장한 이후 트렌드를 리드하는 젊은 세대의 명칭은 첨단기기와 네트워크를 통해 문화를 공유하는 ‘N세대(1977년 이후 출생자)’, 밀레니엄을 선도하는 ‘Y세대(1982년~2000년 사이 출생자)’, 모바일 중심의 ‘M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자)’ 등을 거치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보를 이어갔다”며 “현재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인 ’네오비트족’의 성향과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향후 기업들의 마케팅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오비트족을 잡아라!
이처럼 ‘잘 놀고 잘 쓰는’ 네오비트족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유통업체들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가 최근 선보인 ‘카스 비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스 비츠는 병 색깔부터 강렬한 코발트블루 색으로 기획됐으며 좌우 비대칭의 굴곡진 형태로 병을 디자인해 외형부터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요 마케팅 활동도 네오비트족을 겨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부터 ‘카스 비츠 캠페인’을 통해 EDM 파티 등 젊은 세대를 위한 문화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세계적인 디제이(DJ) 디플로(Diplo)가 제작한 캠페인 영상을 온라인에 보급하고 지난 8월14일 EDM 음악 페스티벌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를 개최한 것도 네오비트족을 겨냥해서였다.

하이트진로도 네오비트족의 주요 구성원인 30대를 겨냥한 젊은 위스키 ‘더 클래스(The Class)’를 주력 제품으로 내놓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서장훈이 모델로 등장해 위스키 입문자들에게 유머러스하게 주도(酒道)를 알려주는 콘셉트로 제작된 영상 광고 ‘서장훈에게 배웠소’는 공개 이후 2주 만에 조회 수 100만 건을 훌쩍 넘기며 온라인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젊은 소비자층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위스키 업계 최초로 공식 인스타그램(@theclass_whisky)을 개설해 주목을 받았다.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네오비트족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브레드가든은 베이킹 제품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이 홈베이킹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베이킹 키친을 결합한 체험형 매장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오픈했다. 또한, 피지워터는 소비자들이 직접 피지워터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이벤트를 DIY 화장품 브랜드와 공동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 세단 재규어는 체험형 콘텐츠의 정점인 아프리카 TV의 인기 BJ 대도서관이 재규어 전시관을 소개하고 직접 차에 시승해보는 광고 영상을 제작해 간접 체험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네오비트족이 유통업계의 주요 소비자로 주목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네오비트족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유통업계 전반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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