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 유통업체, 위치기반 서비스 ‘비콘’ 확대

“신세계백화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백화점 입구에 도착하자 스마트폰에서 뜨는 알람이다. 확인버튼을 누르면 입구 층에 마련된 행사 소식과 층내 편의시실이 정리된 웹페이지가 소개된다. 2층으로 올라가자 또다시 스마트폰에 “2층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 층의 OO매장에서 쓸 수 있는 10% 즉석 할인 쿠폰입니다.”라고 푸시 알람이 뜬다. 백화점 이용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백화점 4층에 도착하자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매장까지 쉽게 찾아갈수 있도록 지도가 자동으로 표시되며, 지도를 따라 매장으로 가니 점원이 “고객님, 할인 쿠폰 받으셨죠? 천천히 둘러보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시범 사업으로 진행했던 ‘실내 위치기반 서비스’다. 백화점이 손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비결은 와이파이(Wi-Fi). 매장 곳곳에 설치된 와이파이 센서가 방문자 스마트폰의 위치를 인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은 백화점, 구매는 인터넷’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쇼루밍(Show-rooming·매장을 구경만 하는 곳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족(族)’은 지역을 막론하고 오프라인 소매 시장의 큰 위협. 이들의 지갑을 매장에서 열게끔 하는 방법으로 위치기반 정보통신기술(ICT)이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지녔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의 확대 비결은 낮은 가격뿐만 아니라 고객의 구매 패턴을 쉽게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점”이라며 “오프라인 매장도 유사한 마케팅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콘과 와이파이 외에도 매장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주파수나 스마트폰 내부의 전자센서 정보를 이용한 위치 추적 기술도 개발됐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메이시스(Macy's)는 지난해 11월 벤처기업 ‘샵킥(Shopkick)’과 손잡고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지점에서 애플의 ‘아이비콘(iBeacon)’을 이용한 ‘샵비콘’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콘은 블루투스 통신망을 이용해 스마트폰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다. 위치를 파악해 근처 매장의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해당 방문자가 오래 머무른 매장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성향까지 파악해서 상품을 추천한다. 올해 초 의류업체 아메리칸이글은 미국 전역 100여 개 매장에 일제히 샵비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비콘(Beacon)’서비스 사업이 각광 받자 국내 유통업체도 발 빠르게 비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콘은 블루투스를 활용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 특정 정보를 전달해주는 기술이다.

각 층마다 자동으로 뜨는 정보
매장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터치해야만 양방향 통신이 가능했던 NFC와는 달리, 비콘은 건물내 최대 50m 반경까지 단말기와 통신할 수 있다. 특정 장소나 매장에 방문객들이 입장하는 순간 안내 서비스나 모바일 쿠폰이 지급 등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저전력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배터리 소모량도 적다. 특히 실내에서는 GPS보다 정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파악도 더 쉽다. 가령, 같은 건물이더라도 위치에 따라 다른 내용의 안내와 쿠폰 등을 받을 수 있으며, 걸어가는 방향으로 매장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비콘이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같은 장점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비콘 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아이비콘’ 브랜드를 내세운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말 미국내 254개 애플 스토어에 비콘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150여개 슈퍼마켓 역시 아이비콘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상점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상품정보나 고객평가 등을 즉석에서 확인하거나 할인쿠폰도 지급받을 수 있다.

SK플래닛도 지난 2일 오프라인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OK캐쉬백, 스마트월렛(시럽), 기프티콘 등 회원들에게 매장정보나 할인쿠폰 등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면 안드로이드 진영이 밀던 ‘NFC’는 기술적 제약과 수요처들의 외면에 밀려 생태계 조성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도로 2년 전 ‘그랜드 NFC코리아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전국 대형마트와 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나서고, 명동을 NFC 시범지역화 하면서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나섰으나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NFC 서비스 확산에 가장 앞장섰던 SK플래닛도 결국 ‘비콘’으로 주력기술을 돌린 이유다.

개인 정보 유출 ‘비콘’ 발목 잡나
비콘 서비스 시스템이 유용한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지적이 심심치 않게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 자칫하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이동방향 등 위치를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콘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콘은 송신기가 아직 일방향 통신으로 송신만 하기 때문에 이용자 위치 추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콘 기술 역시 진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모바일 앱에서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보안’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NFC의 경우, 자발적인 ‘터치’ 행위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결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지만 도달거리가 50m나 되는 비콘의 경우 이용자의 자발적인 동의 여부를 일일이 체크할 수 없다. 자칫 원하지 않는 스팸들이 남발하는 등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비콘을 넥스트 커머스 전략의 주력 기술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이용자의 명확한 동의가 필요한 결제 등의 분야는 당분간 NFC 인프라를 병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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