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 주도하는 신주류로 급부상

#직장생활을 하는 김과장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후반의 가장이다. 저녁에 친구들과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기로 한 그는 상사의 눈치를 한참 동안 살피다가 6시에 칼퇴근을 감행한다.

영화시간에 맞추기 위해 영화관 옆에 위치한 편의점에 들러 저녁을 대충 해결하려고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고르던 중 ‘추억의 도시락’이 눈에 들어온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뚜껑을 여니 밥 위에 볶음김치, 햄, 계란프라이의 조합이 나타난다. 잠시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장난치며 나눠 먹던 도시락을 떠올린다.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첫사랑과 대학시절의 추억에 흠뻑 취해 영화 관람을 마친 김과장은 내친김에 90년대 댄스음악을 틀어주는 ‘밤과 음악 사이’라는 클럽에 들러 친구들과 와이셔츠가 흠뻑 젓도록 춤을 춘다.

클럽에서 나와 깜박 잊고 있던 스마트폰을 켠 김과장은 거래처와 직장상사에게서 온 이메일에 답변을 하고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위 이야기 속 김과장과 같은 ‘397세대’가 최근 사회 증진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397세대란 현재 30대이면서 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한 세대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대학시절부터 해외여행의 자유를 즐겼고 정치 민주화의 달콤함을 누리다 취업 시기 IMF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인구는 2010년 기준 779만4000명으로 40대 820만명 보다 적다. 하지만 소비시장에서의 영향력은 30대가 더 크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2011년 도서시장을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397세대’였다. 전체 구매자의 37.3%에 397세대였던 것. 도서뿐만이 아니다. 2010년 기준 국내 백화점 매출 구성비에서 30대가 31.2%로 1위를 차지했다. 대형마트와 수퍼마켓에서도 40대에 이어 2위에 올랐고 편의점에서는 35.1%를 차지, 20대를 앞지르며 최대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이제는 더 이상 40~50대를 위한 노래 교실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신 30대를 겨냥해 어린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30대 여성을 위한 뷰티 강좌, 30대 남성을 위한 요리 교실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너도나도 최대 고객으로 부상한 30대 고객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 

 LG경제연구원은 “397세대의 영향력이 소비시장에서 날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큰 변화가 오고 있다”며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즐겁게 소비하는 ‘397세대’
그렇다면 397세대의 특성은 무엇일까. LG경제연구원은 ▲격식 보다는 편안함 ▲식도락 ▲가족과의 여가 ▲소유보다는 실용적 거주 ▲이중적 소비패턴 등을 이들의 특징으로 꼽았다.

우선 패션에서는 격식보다 편안하고 어려보이는 옷을 선호하고 먹는 일에 돈과 시간을 쓰는데 관대하다고 LG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또한 가족들과의 여가를 소중히 여기고 집은 소유보다 실용적인 거주 개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에서는 이중성을 보였다. 계획소비 성향이 높으면서도 충동구매 성향도 높은 것.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 반영된 제품이라면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은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들은 대학시절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탈정치화를 경험하고 IMF 이전까지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90년대의 서태지와 아이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 문화적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려 ‘탈정치화된 문화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LG경제연구원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397세대는 ‘즐겁게 소비할 줄 아는 세대’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전 세대의 경우 소비는 줄이고 저축하는 것이 최고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397세대의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음식, 문화,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즐긴다는 것.

백화점과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서울 근교에 위치한 대형 아웃렛의 주말 고객 가운데 30대 고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397세대는 문화적 욕구에서도 감수성이 강한 세대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건축학개론, 댄싱퀸 등과 같은 영화들은 30대의 추억을 자극해 큰 인기를 끌었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97세대는 그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면서 20대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공감하는 세대”라며 “사회 발전의 중심축이자 소비 시장의 핵심 집단으로 부상한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성향들이 우리 사회와 기업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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