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이어 자동차 업계도 직접판매 고민

유통·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소비자 직접판매(D2C·Direct to Consumer)’ 비즈니스 구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다양한 보유 제품을 소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황 속 충성고객 확보를 통해 정기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D2C는 제조 업체가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몰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따른 대형 이커머스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대표 전략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반 유통보다 직접판매가 경쟁력 있어

일반적으로 식품업계는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제품을 잘 팔리게 하도록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에 제품을 입점시킨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일종의 이 되고 식품기업은 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경쟁사보다 싼값에 제품을 납품해 달라는 요청이 대표적이다.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을 거쳐 판매가 이뤄지면 제품의 고객 정보나 구매 유형 등의 데이터는 모두 해당 플랫폼이 갖는 구조여서다. 이 때문에 온라인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려고 해도 실행에 옮기기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D2C를 강화하면 이런 구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유통 경로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자사 몰에서 이뤄진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직접 읽고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고 신제품 개발에도 반영할 수 있다.

장점이 두드러지면서 D2C 서비스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장·도입되는 추세다. 과거만 하더라도 구독 마케팅은 온라인 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오프라인 베이스의 백화점 역시 온라인 전환 과정의 일환으로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통업계 중에선 신세계백화점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05월 업계 최초 VIP 고객을 대상으로 과일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행 10개월 만에 신청 고객이 200% 늘자, 최근엔 일반 고객을 상대로 반찬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구독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전형적인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표 주자인 백화점에서 온라인 기업들이 활발히 도입하는 구독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실시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세계백화점이 무엇을 판매할지보다 새로운 구독 서비스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신세계가 매번 좋은 품질의 과일, 반찬을 맞춤형으로 제안해 줄 것이라는 신뢰를 구매하는 셈이다.

식품업계도 일찌감치 이 서비스에 주목했다. 대표적으로 롯데제과는 지난 20206월 제과업계 최초로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론칭한 후 대박을 터뜨리면서 빵 구독 월간생빵과 가정간편식 정기 구독 서비스 월간 밥상을 연이어 론칭했다.

애초 롯데제과는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이 줄어들자, 소비자가 집에서 과자를 받아볼 수 있게 하려고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월 정기 구독자가 평균 3000명에 이르자 카테고리를 대폭 확장하기 시작했다.

하림은 정기구독 서비스로 포화 상태인 반려견 사료 시장에서 차별점을 뒀다. 하림 펫푸드는 20212월부터 가장 맛있는 30프리미엄 휴먼그레이드급(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 등급을 사용한) 사료에 대한 정기구독 서비스도 시행했다. 하림 펫푸드에 따르면 수입 사료 대비 신선한 품질을 강조하면서 이 제품의 매출 약 40%가 정기 구독자일 정도로 구독 서비스 모델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2021년 대비 지난해 구독자가 97% 이상 증가했다.

주류업계와 자동차 업계도 직접판매

전통주 업계서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좁히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D2C 강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술담화가 대표적이다. 술담화는 담화 컴퍼니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든 전통주 구독플랫폼이다. 2018년 사업을 시작해 만 4년을 넘긴 지금까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술담화가 20191월 출시한 전통주 정기 배송 서비스 담화박스4년 만에 구독자가 13000명까지 증가했다. 담화서비스 구독자는 한 달에 한 번 전통주 소믈리에가 엄선한 전통주 2~4병을 받을 수 있다. 20224월에는 전통주뿐 아니라 증류주로도 영역을 넓혔다.

자동차 업계가 판매망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동화 시대를 맞아 비용을 줄이는 게 핵심 과제로 떠오른 영향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직접판매 방식이 추진되는 가운데, 판매회사와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자동차 업계로는 최초로 테슬라가 온라인 직접판매로 성공하자 국내 자동차 업계도 온라인 삽을 통해 직접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BMW는 온라인 삽을 통해 매달 전용 한정판 모델을 판매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판매회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수입차 업계는 이미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며 직접판매 여지를 열어왔다. 특히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직접판매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기차가 빠르게 대중화하면서 새로운 브랜드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가격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 생산 비용을 줄이기 어려운 만큼 유통 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수입차 판매회사 유통 마진은 최대 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판매를 하면 이를 활용해 가격 인하를 하거나 대대적인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는 대부분 전 세계적으로 직접판매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벤츠와 볼보, GM과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현대자동차도 지역에 따라 온라인 직접판매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브랜드가 온라인을 활용한 직접판매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회사뿐 아니라 소비자를 위해서도 장기적으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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