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시장 vs 직판시장, ‘미묘한 경쟁구도’

지난해 6조원대로 몸집을 불린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에 보이지 않은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은 경쟁구도지만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세다. 바로 시판유통과 직접판매(이하 직판)유통간의 경쟁이 그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1429억 원으로 추산된다. 201948936억 원에서 3년 만에 약 25% 성장했다. 최근 3년간 510%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건기식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앞다퉈 투자와 협업을 통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건기식 시판시장에 대기업 대거 진출

코로나 기간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스스로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사서 챙겨 먹는 소위 셀프 메디케이션현상이 널리 퍼지면서 유통 대기업들도 건기식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세계 1위 식품기업 네슬레가 운영하는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건강기능식품 관련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네슬레 건기식 브랜드의 국내 독점 유통·건기식 소재 및 제조 기술 교류 등 주요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1월 건강 사업 분야를 CJ웰케어로 분리해 독립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헬스케어 기업 블루앤트와 MOU를 맺고 사업 분야를 늘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8월 건기식 전문 스타트업 빅썸의 지분을 53% 인수했다. 유통업계도 자체 건기식 제작에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식품·미용 자체 브랜드(PB)해빗의 제품군을 건기식 분야까지 확대했다.

이마트는 지점 내 건강식품 전문 통합 매장인 건강 라이프의 신세계 바이오퍼블릭을 지난해 630개에서 현재 50개로 대폭 늘렸다. 앞으로 100개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매장에서는 PL 상품뿐 아니라 타사 인기 상품도 판매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0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를 통해 건기식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재 콜라겐과 비타민 2종을 판매 중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건강 중심의 웰니스 특화 매장(부천시청점)을 열기도 했다. 웰니스 특화 매장은 자주의 주요 제품인 생활용품 비중을 대폭 줄이고 건기식·비건 스킨케어·고체 비누 등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제품 판매를 지향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까지 웰니스 특화 매장을 10개 이상 연다는 계획이다.

직판시장 정체’, 하지만 건기식은 확대

국내 전체 직판시장은 지난해 총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그 중 국내 직판시장의 핵심인 다단계판매는 건기식 제품의 비중을 더욱 높이고 있어 시판시장과의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2020년 다단계판매 전체 매출의 67%를 건기식이 차지했지만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중이 5%포인트 오른 72%까지 확대됐다. 또한 다단계판매 외에도 후원방판까지 건기식 분야를 확대하면서 시판시장과의 경쟁에 동참한 상태다. 매출이 감소한 후원방문판매 기업들도 상위 1위 매출 품목이 건강기능성식품으로 전환되는 등 주력 품목군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직판시장 내 건기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바로 다단계판매다. 매출 상위 10개 제품 중 대부분을 건기식이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토종 다단계판매 기업인 애터미의 헤모힘은 지난해 단일품목으로 사상 최대인 1,8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에 따르면 애터미 헤모힘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 연속 업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베스트셀러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또한 헤모힘의 주요성분인 헤모힘당귀등혼합추출물6048만 달러(700억원)를 수출해4832만 달러(553억원)를 수출한 홍삼을 제치고 국내 건기식 가운데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치열해지는 시판 VS 다단계판매경쟁

현재까지는 시판시장과 다단계판매시장의 경쟁구도로만 좁혀봐도 다단계판매가 시판유통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전체 직판시장으로 확대하면 오히려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다단계판매 시장의 전체 매출은 약 5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전체 매출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2021년 기준 약 72%로 예측된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지난해 다단계판매 건기식의 전체 매출액은 약 39000억원 수준으로 추론된다.

지난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표한 전체 시장 규모인 약 61429억원에 이 수치를 대비하면 다단계판매의 건기식 매출은 전체 건기식시장 매출의 약 63%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직판시장 내 다단계판매 매출만으로도 전체 건기식시장의 과반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현재는 다단계판매가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건기식 시판시장에 유통대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더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향후 건기식 시장은 품질과 가격, 차별화된 원료, 실질적인 효능, 효과적인 판매방식 등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건기식 시장이 3년동안 25%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시장포화상태가 되어 향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따라서 성장세와 시장규모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시판기업과 직판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럴 경우 제품 품질과 가격, 실질적인 효과 등의 옥석가리기를 통해 생존하는 기업과 사라지는 기업으로 나뉘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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