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진출 박차…브랜드 확장 마케팅 ‘굿’

명품과 식음료? 일반적으로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명품업계가 꾸준히 식음료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식음료(F&B) 사업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한되어 있던 패션과 뷰티 영역을 넘어 음식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며 브랜드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하고 있다. 생활 전반에 걸쳐 명품 브랜드의 생태계를 조성하며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드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몸에 걸치던 명품이 이젠 먹고 마시며 즐기는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명품 브랜드들은 경험 중시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점을 주목, 단순히 메뉴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고가의 테이블웨어 등을 고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공간을 마련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에게는 높은 충성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카페 여는 루이비통·에르메스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9월 중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서 알랭 파사르 at 루이비통팝업 레스토랑을 연다.

루이비통이 국내에서 F&B 사업을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루이비통이 팝업으로 진행하는 레스토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루이비통은 지난 5월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와 협업을 통해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가격은 런치코스 13만원, 디너코스 23만원, 티세트는 8만원으로 고가였지만 사전 예약은 예약 시작 5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루이비통이 서울에서 최초로 진행했던 팝업 레스토랑은 당시 새로운 차원의 다이닝과 이색적인 공간, 예술 작품이 결합한 문화활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 팝업 레스토랑의 인기를 확인한 루이비통은 이번에는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스타 셰프인 알랭 파사르와 손잡고 한국에서 형형색색의 채식 요리를 선보였다. 이번 루이비통 팝업 메인 셰프 알랭 파사르는 프랑스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아르페주를 운영 중이다. 채식 메뉴를 파인 다이닝에 접목해 자연주의 요리를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팝업 매장은 채소를 가꾸는 정원 테마로 꾸며진다. 오픈 전부터 이번 팝업도 예약 시스템이 열림과 동시에 매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에르메스는 한발 먼저 F&B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일찌감치 청담 플래그십 매장에 에르메스 카페 마당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 중이다.

에르메스는 지난 2014년 서울 강남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열었다. 마당에서는 음료 포함 애프터눈티를 6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접시, 커피잔 등 테이블웨어는 에르메스 식기를 사용한다. 개점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주말에는 30분 이상 대기는 기본이다.

구찌·불가리·디올도 성공적 사업진출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여러 명품브랜드들이 F&B 사업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디올은 지난 2015년부터 서울 청담동 하우스 오브 디올’ 5층에 카페 디올을 운영 중이다. 사전 예약제 형태로 운영 중인 카페 디올은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 피에르 에르메 파리만의 마카롱,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뿐 아니라 스페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팝업 매장 디올 성수 한 구석에도 카페 디올이 자리잡고 있다.

명품 브랜드 운영 레스토랑의 인기는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는다.

구찌가 지난 3월 서울 한남동에 연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오픈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전 예약을 통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구찌 오스테리아는 지난 20181월 이탈리아 피렌체를 시작으로 2020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202110월 일본 도쿄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에 상륙했다. 가격은 메뉴 5개 코스는 12만원, 7개 코스는 17만원 수준으로 접시 등 테이블웨어와 냅킨 하나하나에 구찌의 감성이 묻어있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 불가리는 지난달 파르나스 호텔 제주에 올여름 리조트 컬렉션 선셋 인 에덴의 컨셉을 가져온 팝업 카페를 열었다. 팝업은 930일까지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며 가격은 1인 기준 6만원이다.

패션·뷰티 넘어 생활문화로 브랜드 가치 확대

럭셔리 브랜드가 F&B 사업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패션 등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존 업역을 넘어 미식이라는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여러 영역에서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 높은 고가의 명품 소비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이 맛집을 유치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아두는 것처럼 식음료 사업을 통해 세련되고 고습스러운 느낌의 미식 경험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전략은 브랜드 정체성을 더 확장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식음료 사업의 매출비중은 크지 않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도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2006년 에르메스가 플래그십 매장에 카페를 열었을 때만 해도 명품 브랜드에 F&BVIP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었던다면, 최근에는 명품 수요가 확장됨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도 상품군 확장과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등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F&B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패션과 뷰티로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존 영역을 넘어 문화생활 영역으로 경험을 확대 선사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명품 소비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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