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 키워드는 ‘미래 먹거리’와 ‘세대교체’

최근 국내 대표 유통기업들이 주주총회에서 위기를 맞은 오프라인 유통업을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신사업으로 바꾸거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신사업을 대거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있다. 이는 유통업계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신사업을 제때 발굴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류도매·미술품 중개 등 신사업 진출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류소매업, 일반음식점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롯데마트가 공을 들이고 있는 주류매장인 보틀벙커사업 확장을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재단장하면서 1층에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를 들여 화제를 모았다. 특히 보틀벙커 내 매장 한쪽에는 80여종의 와인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시음해볼 수 있는 '테이스팅 탭'과 안주를 판매하는 '부라타랩' 코너도 함께 마련돼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주주총회에서 부가통신사업,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광고업·광고대행업·기타광고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인터넷 콘텐츠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이는 신세계가 공을 들이고 있는 미술품 판매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세계는 미술품 사업을 전담하는 갤러리 팀을 별도로 두고 본점과 강남점, 센텀시티점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지난해 말에는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주식을 취득하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 사업에도 진출

편의점업계 CU의 운영사 BGF리테일은 주주총회에서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과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LPG, 전기 충전소 포함) 건설, 관리, 운영, 임대 관련 제반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아직은 편의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운영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SPC삼립은 주주총회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사료 제조의 판매·유통 및 수출입업 등 신사업에 따른 사업 목적을 추가할 예정이다.

신세계 푸드도 28일 콘텐츠 제작 유통 및 판매업과 캐릭터 상품의 제조 판매업 및 제3자 라이선싱 부여를 신규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제조업 및 판매업을 추가하는 것을 상정한다. 이는 ()에스트라와의 합병에 따라 기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사업목적인 의약품, 원료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의 제조, 가공, 판매와 소분 매매수입부문을 추가한다.

신사업 위한 이사진 교체도 이뤄져

현대백화점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김현종 현대백화점 사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상정했다. 신규 사업목적 추가 안건은 없지만 현대백화점그룹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3개로 분산돼 있던 디지털 관련 조직을 통합해 디지털사업본부를 신설하고 9개 팀을 구성하며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는 손영식 신세계 부사장과 허병훈 신세계 지원본부장이 신규 사내 이사로 선임되며,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한다.

풀무원은 오는 30일 주총에서 이효울 풀무원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또한 이경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지윤 한국수력원자력 사외이사, 한찬식 법무법인 아미쿠스 대표 변호사,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무금융 교수 등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한다.

오리온은 오는 24일 오리온 본사에서 주총을 개최하고 이승준 글로벌 연구소장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오뚜기는 25일 주총에서 성낙송 법무법인 지헌 대표 변호사, 선경아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부교수, 조봉현 인덕회계법인 이사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을 상정한다.

삼양식품은 23일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장재성 삼양식품 부사장과 김동찬 삼양식품 생산본부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업계의 이러한 인사에는 새로운 세대교체를 통한 신사업 진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주총회가 큰 이슈가 없는 한 대부분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될 것이다"라며 "새로운 이사진 선임, 신사업을 통해 유통업계가 새 먹거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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