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소비자에 부담 전가, 대책 마련 시급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린 배달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쿠팡이츠,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시장은 배달대행 업체의 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5000원짜리 짜장면 한 그릇에 따라붙는 배달비가 짜장면 값을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고 최근에는 급기야 2만 원대까지 배달비가 치솟는 등 완벽한 주객전도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달비를 안정화하고자 ‘배달비 공시제도’를 마련, 2월부터 시행키로 했으나 이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배달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배달앱 탈퇴 릴레이를 이어가거나, 음식 주문 공동구매까지 벌여가며 불만을 표출했고 자영업자 역시 배달대행 업체의 높은 수수료 책정에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긴 마찬가지다. 승자 없는 치킨게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지난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배달대행 업체는 이달부터 배달대행 수수료를 500~1000원 인상했다. 지난해 평균 3300원이었던 수도권 기본 배달대행료는 4400원 수준으로 1년 만에 약 30%가 치솟았다.

사업 초기 모객을 위한 계획적인 적자 투자를 마친 쿠팡이츠는 ‘수익 현실화’를 명목으로 새해부터 배달비를 상승시켰고 배달의민족에서는 높은 수수료를 내세운 프로모션으로 더 많은 라이더 확보에 나섰다. 업계 수위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은 결국 배달비가 음식값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았고, 전반적인 외식 물가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배달비를 배달대행 업체에 별도로 부담해야하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음식비 자체를 올려야일정 수익을 보전할 수 있었던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원가 상승의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치킨이나 햄버거와 같은 주요 배달음식의 가격이 연이어 상승, 소비자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자영업자 역시도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따른 배달이 필수인 시대에서 배달대행 업체와의 협업이 버팀목이 됐던 것은 사실이나, 배달대행 업체 측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자영업자에게도 전가되는 탓이다.

‘배달비 공시제’ 2월 시행…실효성은 ‘글세’

이처럼 과도한 ‘배달비’가 외식 물가 상승의 실질적 원인으로 지목되자 정부에서는 ‘배달비 공시제’를 꺼내들며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이억원 1차관은 지난 21일 진행한 제3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월부터 매달 1회 배달비 현황을 조사해 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특정 가게에서 배달물품 주문 시 배달앱별 수수료 정보를 비교 제공하는 한편, 거리별·배달방식별 수수료 정보를 함께 제시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최소주문액, 지불배달료, 할증여부 등 주문방식 차이에 따른 금액을 표시함으로써 배달대행 업체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조치에 소비자들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배달비 급등의 근본 원인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배달대행 업체의 특수와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진 ‘라이더’의 몸값, 그러한 라이더의 부족 현상에 있는데 근본적인 사안들은 외면한 채 단순히 가격 조정을 골자로 한 규제는 피상적인 대책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배달비 공시제 시행이전에도 이미 주요 배달앱들이 배달비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왔던 상황으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규제의 방식 또한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심지어 정책의 취지와 달리 역으로 배달비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비의 공시는 즉 고정된 배달비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라이더들 대부분이 공개된 배달비보다 낮은 경우 스스로 배달을 거부하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며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더욱 높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높아진 불만, ‘배달비 공구’ 모집도 등장

업계, “공멸 향한 질주 그만둬야”

배달비 공시제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일부 소비자들은 자구적인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는 ‘배달비 공구’를 모집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내용에 따르면 한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여러 음식 주문 건을 모집해 한 사람이 주문함으로써 각자 배달 시 발생하는 여러 건의 배달비를 단 한건만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여러 커뮤니티와 SNS로 공유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러한 일종의 우습고도 슬픈 에피소드는 배달대행 업계가 장차 공멸의 위기에 놓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 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한다면 소비자의 불만은 고조될 수 밖에 없고, 자영업자 역시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코로나19가 국민 모두에게, 또 산업 전반 모든 이들에게 어려운 이슈인만큼, 특정 한 곳이 폭리를 취하는 방식은 당연히 반발이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높아진 배달비에 소비자들은 한때 배달앱 탈퇴 러시를 이어가기도 했고, 이제는 배달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묘수마저 등장했다”며 “배달이 필수인 시대라곤 하나 반드시 배달앱이 없더라도 소비자들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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