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가상인간 개발 및 투자에 열풍

2020년 국내 최초로 등장한 ‘로지’는 가상 인푸루언서로 처음 광고에 등장할 때만 해도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를정도로 정교해 신인 아이돌로 화재에 올랐다. 이같이 AI를 활용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구분이 없는 메타버스(Metaverse) 기술들이 상용화되면서 유통업계 뿐만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가상인간 개발 및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상인간이 주는 경제적 효과

가상인간 모델의 장점은 기존의 유명 연예인이 차지하고 있던 홍보와 광고계 등 비싼 모델료를 주지 않고 얼마든지 광고주 입맛에 맞게 구현이 가능하며 스타마케팅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 가상인간인 로지는 금융, 화장품, 자동차, 골프, 패션에 이어서 편의점, 건강식품 등 지난해 약20억의 광고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가상인간 임마(Imma)는 일본 이케아의 가상 모델로 연간 7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리며 이케아 매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등장한 세계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릴 미켈라’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 구찌, 샤넬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약311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그녀가 한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13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타임지에서는 그녀를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가상인간 정보사이트 ‘버츄얼휴먼스’에 따르면 등록된 국내외 가상인가의 수는 187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는 작년 10월 122명에 비해 급증하는 수치로, 가상인간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25년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약14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현재 사람 인플루원서의 시장규모인 13조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것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의 등장 배경

2016년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 채널을 통해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지면서 이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는 여러 기업들이 생기면서 커머스와 자체 마케팅을 소화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점진적으로 켜져왔다.

관련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팔로워 수가 많아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로 이들의 활동영역이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의 규모를 넘어서 기업과 콜라보를 하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샐럽으로 성장했다. 바로 이런 인플루언서의 성격과 최초 가상인간의 성격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로지와 루시는 메타버스 속에서 인간이 가장 닮고 싶은 유형들을 AI를 통해 모아서 탄생시켰다. 이는 고객의 내면에는 내가 닮고 싶고 가지고 싶은 그 영역 어딘가에 나를 대신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나를 투영하여 그것을 보게 하고, 그 투영된 나를 보며 소비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화장품, 패션 뿐만 아리라 소비가 생기는 여러 학문적 분야에서더 접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가상인간, 사람역할 대체할 수 있을까

가상인간의 주요 활동무대는 SNS였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광고나 마케팅 시장에서 이들을 모델로 활용하면서 활동무대가 가상세계가 아닌 밖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가상인간의 활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을 바탕으로 미디어상에 등장한 가상인간은 더 이상 실제인지 아닌지 관계 없이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과거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호감도도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The uncanny valley hypothesis)’이론은 최신 기술력의 상승으로 실제 인간과 차이가 느껴지지 않도록 매우 흡사하게 만들 수 있기에까지 이르렀다.

가상인간의 내면은 정교 화된 인공지능 기술로 채워진다. 실제로 뉴스에서 AI 기상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는 가상인간을 제작한 마인즈랩에 따르면, 사람의 자연어 음성데이터를 0.5초 이내로 인식 및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와 상호작용을 위해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라는 인공지능 기술도 활용되며, 표정, 음성, 심박 수 등의 생리학적 척도를 패턴화해 학습하여 사람의 감정 상태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 뇌의 뉴런과 유사하게 작동하는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구조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이 활용되며, 오류를 줄여나가 더욱 정교하게 감정을 인식하고,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여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가상인간, 인간과 공생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디지털 세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메타버스 플랫폼이 가상인간의 주요 활동무대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가상인간이 메타버스에 적극 활용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인간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면서 나타날 문제들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로봇이나 가상인간으로 대체될 직업들에 대해 조사한바 있다. 텔레마케터나 모델, 경기 심판 같은 경우는 90~100% 로봇이나 가상인간으로 대체될 전망이라고 한다.

몇 년 내로 가상인간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안내원이나 강사, 각종 상담원과 같은 직종의 자리 대부분을 가상인간이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상인간은 기술력은 확보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상인간은 프로그래밍 용량이나 비용 대비 효율의 한계로 다양한 표정을 구사하기 어렵고, 특정 표정을 짓거나 클로즈업을 해서 보면 어색해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외형뿐만 아니라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음성인식 AI 기술도 아직 매끄럽게 대화하긴 어렵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AI는 계속해서 학습하고, 성장하고 있으며, 더욱 더 사람 같은 가상인간을 탄생시킬 것이다.

만약 사람과 가상인간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혹은 그 둘이 합쳐진 세상을 더욱 이롭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해 나간다면 미래는 인간에게 더욱 이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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