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막걸리 이어 화장품까지 ‘모디슈머’ 열풍

최근 유통업계의 ‘모디슈머(Modisumer)’ 마케팅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새로운 마케팅이 아닌 이전부터 꾸준히 유행하고 있던 마케팅 전략이다.

모디슈머란 수정한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가 더해진 말로, 제조업체가 출시한 조리 방법인 아닌 음식을 직접 새롭게 조합해 즐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즐기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소비자 메이드 레시피가 생겨났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레시피가 식품업계에서 공식 메뉴로 채택되면서 모디슈머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것에 새로움을 더하다

모디슈머의 기원을 살펴보면 ‘짜파구리’가 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만든 ‘짜파구리’는 과거 방송프로그램 ‘아빠어디가’에서 김성주가 선보인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동네 마트에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후 각종 라면을 섞어서 만들어 먹는 레시피들이 유행을 했고, 수년이 지난 뒤 영화 ‘기생충’에도 짜파구리에 소고기를 넣어 먹는 장면이 등장하며 다시 인기가 폭발, 결국 농심은 ‘짜파구리’를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농심은 최근에 ‘카구리’도 새롭게 선보였다. 카구리는 ‘너구리’ 제품에 카레를 넣어 만든 것으로 PC방 메뉴로 유명해져 한달 만에 230만개 이상 팔렸으며, 매운맛 마니아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오뚜기 열라면은 온라인상에서 ‘순두부 열라면’으로 재탄생해 인기를 끌었다. 열라면 반 개에 순두부 반 모, 계란, 다진 마늘, 후추를 넣고 끓인 이 레시피는 MZ세대 사이에서 SNS를 통해 유행하며, 작년 같은기간 보다 37%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모디슈머 트렌드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GS리테일은 서울장수와 손잡고 ‘막사’를 출시했다. 막사는 막걸리와 사이다를 2대1로 혼합해 마시는 것으로 골프장이나 등산객 등 야외활동을 즐겨하는 소비자들이 즐겨 마시던 혼합 레시피다. 취하는 술이 아닌 탄산과 과일향 등이 함유된 ‘맛있는 술’이라는 트렌드로 MZ세대들 사이에서도 인기있는 상품이다.

업계 전문가는 “직접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DIY전문가 양성과정이 생겨나는 등 다양한 소비자의 개별적인 취향을 존중하는 틈새 마케팅을 노리는 업계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면서 “불황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관련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화장품 제품의 다양한 활용법 많아

모디슈머는 뷰티 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해 왔다. 제품의 한 가지 활용법을 넘어 제품의 장점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제품들이 인기를 끌어왔다.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숨은 팁들이 SNS와 입소문을 통해 전파되면서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뷰티 모디슈머들은 기존 사용법의 ‘용도파괴’라고 할만큼 다양한 활용법을 선보이고 있다. 페이스 케어용 제품을 바디나 헤어에 사용하고, 커버력이 좋은 파운데이션을 컨실러 대신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은 오래전부터 뷰티 마니아들 사이에서 시도됐던 방법들이다.

최근에는 나만의 보디크림을 만들기 위해서 무향 보디로션에 자신이 좋아하는 에센셜 오일을 첨가하고 더 나아가 건성피부에 맞게 글리세린을 첨가해 보습력을 높여 나만의 보디크림을 만들기도 한다. 향수도 최근에는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향을 섞어서 차별화된 향을 만들어 사용한다.

뷰티 모디슈머족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색조화장품 만들기는 서로 다른 화장품을 섞는 ‘블랜딩’ 기법이 중요하다. 이런 블랜딩 기법은 DIY방법으로 따라할 수는 있지만 제형을 녹이고 굳히는 열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며 발색 정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립스틱, 틴트, 아이섀도 등을 재활용 할 수 있고 나만의 컬러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화장품 업계도 수분크림+파운데이션, 페이스오일+영양크림 등 자신만의 레시피로 메이크업을 연출하거나 스킨케어를 하는 ‘모디슈머족’이 늘면서 최근엔 이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카버코리아는 리얼 코스메틱 브랜드 ‘언니 레시피’ 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의 뷰티 노하우를 담아 만들어 지는 리얼 코스메틱 브랜드 런칭을 했다. 언니 레시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뷰티 분야 파워블로거, 뷰티업계 관련 종사자,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여성 소비자 50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브랜드 로고와 디자인을 고르고, 출시에 앞서 제품 품평을 하는 실무적 역할을 했다.

뷰티 상품 전문 온라인몰 ‘리얼스킨’은 화장품 개발 전과정을 고객 공모전으로 만드는 신개념 프로젝트 ‘내가 만든 화장품, 리얼뷰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운영 중인 '맞춤형 화장품 체험관'에는 연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소비자 만족과 기대가 크고 화장품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측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뷰티제품에 강세를 보이는 암웨이, 애터미, 뉴스킨 등 다단계판매업계도 모디슈머 유행에 올라타야 할 것이다. 기존 제품을 더 특별하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해주는 모디슈머는 업계 입장에서도 제품 개발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온라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 성공 가능성에 관한 검증을 마친 셈이므로 이를 상품화하면 저비용 고효율 효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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