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기능성 속옷 등 8개사 제품 수거

지난해 침대 사건으로 충격을 줬던 ‘라돈’의 공포가 일상생활에 또 다시 파고들고 있다.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생활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소파와 속옷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

지난달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수맥교육연구협회, 에이치비에스라이프, 내가보메디텍, 누가헬스케어, 버즈, 디디엠, 어싱플러스, 강실장컴퍼니 등 총 8개 업체에서 제조·수입한 가공제품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서 정한 안전기준(연간 1mSv)을 초과해, 해당 업체에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라돈 측정 서비스를 통해 접수된 5만6000여개 제품에 대한 조사 결과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로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위해 물질이 우리의 생활 속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방치 되고 있었던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지난해 라돈 침대 사태 이후에도 꾸준히 라돈이 안전기준을 초과한 제품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속옷·베개까지…일상 속 숨어있는 라돈

이번 조사를 통해 라돈이 소비자들의 일상속 깊이 숨어있음이 알려졌다. 베개, 속옷 등 신체와 바로 접촉하는 일상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버즈의 경우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판매한 소파 1종(보스틴·438개)의 연간 방사선량이 1.8mSv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표면 7㎝ 높이에서 매일 10시간씩 사용했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디디엠이 2014년부터 지난 3월까지 판매한 여성 속옷 1종(바디슈트·1479개) 중 일부에서는 10㎝ 거리에서 매일 17시간씩 사용했을 때 연간 방사선량이 1.18~1.54mSv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수맥교육연구협회가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판매한 패드 1종(황토·30개)은 표면 2㎝ 높이에서 매일 10시간 썼을 때 연간 방사선량이 15.24~29.74mSv인 것으로 측정됐다.

에이치비에스라이프(구 슬립앤슬립)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한 로프티 베개 1종(주주유아파이프·2209개)은 연간 9.95mSv, 내가보메디텍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한 전기매트 1종(메디칸303·30개)은 연간 7.39mSv인 것으로 조사됐다.

누가헬스케어가 2015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판매한 이불 1종(겨울이불·3000개)은 연간 2.01~3.13mSv, 어싱플러스가 2017년부터 2018년 5월까지 판매한 매트(610개)는 연간 2.21~6.57mSv로 안전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실장컴퍼니가 2017년부터 2018년 4월까지 판매한 전기매트 1종(모달·353개)도 연간 방사선량이 1.62~2.02mSv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 통과

지난해 대진침대 사건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라돈 검출이 의심되는 제품에 대한 제보와 조사를 보다 강화한 상태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으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도 통과한 상태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제2의 라돈침대사태 방지를 위한 원료물질·공정부산물을 사용한 가공제품을 제조·수입하는 자에 대한 등록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이유로 법 시행일(7월 16일)이전 제조·판매된 가공제품들에 대해 추적·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제품 수거 전인 지난 6월에도 삼풍산업의 전기매트 ‘미소황토’, ‘미소숯’, ‘루돌프’, ‘모던도트’, ‘스노우폭스’ 등 모델 5종, ㈜신양테크의 ‘바이오실키’ 베개, ㈜실버리치의 ‘황금이불’, ‘황금패드’등 침구류 2종 등에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바 있다. 모나자이트는 천연 방사성 핵종인 우라늄과 토륨이 1대 10 정도로 함유된 물질로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 각각 라돈과 토론이 생성된다. 이들 제품을 표면 2cm 높이에서 매일 10시간씩 쓰면 연간 피폭선량이 3.37∼9.22mSv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능 원료물질·광물질 함유 등 주의

이번에 수거되는 제품 외에도 여전히 우리의 생활속 밀접한 제품들 가운데도 라돈 검출이 의심되는 사례들이 남아있는 상태다. 관련법 개정으로 이들 제품에 대한 조사와 검증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장의 모든 제품들을 다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의 제품들 가운데 방사능 원료물질이나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제품에 대해서는 보다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본지에도 의심가는 사례들이 꾸준히 제보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모 방판기업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기능성보정 속옷에서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기도 했다. 이 제품 역시 보정 속옷 원단에 인체용 자기장 광물질이 적용되어 체온상승, 면역력 향상, 불면증 개선, 피부미용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제품에서 실제로 라돈이 검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검증이 되지 못했지만 이와 같은 의심사례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원안위 담당 사무관은 “현재 의심가능한 제품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중의 모든 제품을 수거하여 조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당 업체가 행정조치 제품들을 최대한 신속히 수거 및 처리하도록 철저히 확인·감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건강 관련 궁금증과 불안 해소를 위해 원자력의학원 전화상담, 전문의 무료상담 등을 지속해서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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