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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H&B 공세 속에 저무는 로드샵채널 간 경쟁 심화, 출혈 경쟁 등 복합적 원인에 미래도 불투명
  • 이정석 기자
  • 승인 2019.02.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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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로드샵 업계에 닥친 위기가 심상치 않다. 1세대 화장품 로드샵으로 꼽히는 스킨푸드가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비롯해 다수 브랜드가 매출 악화 및 적자를 기록하며 침체에 빠졌다. 특히 사드 사태, 경기 침체, 유통채널 간 경쟁 심화 등 원인 또한 복합적으로 분석되고 있어 돌파구 마련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0월 1세대 화장품 로드샵의 대명사로 불리던 스킨푸드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04년 역사를 시작해 2010년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하던 스킨푸드는 이후 메르스와 사드 사태 등을 겪으며 실적이 악화됐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도 진행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가며 적자가 누적됐고 결국 과도한 채무에 발목이 잡혔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운영하는 로드샵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온라인 영업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본사 앞에서 시위까지 벌이며 상생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로드샵 최초로 상생협약을 맺으며 일단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LG생활건강은 여전히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세대 로드샵의 몰락, 대기업 로드샵 브랜드의 본사·가맹점 간 갈등은 현재 로드샵 브랜드들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1세대와 대기업 브랜드조차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다른 브랜드들의 상황이라고 좋을 리 없다. 지난해 상반기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64억원, 토니모리는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3분기에만 각각 131억원, 8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 누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러한 추세 속에 가맹점 수를 줄여나가는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 

지난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로드샵은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성장 일변도를 달려왔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화장품 대기업도 시장에 뛰어들었고 계속해서 신생 브랜드가 나오는 가운데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본래 길거리에 늘어선 매장을 가리키는 로드샵이라는 표현이 특정 업종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현실은 과거 로드샵의 화려한 위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로드샵의 성장세는 내수 뿐만 아니라 한류 열풍으로 인한 외국 관광객들의 영향도 컸다. 그러나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한 축이 오히려 독이 됐고 이후 로드샵 업계는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이한 시장 대응이 결정적 요인
그러나 로드샵 침체의 원인을 사드 사태에서만 찾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사드 사태 뿐만 아니라 업계 안팎의 복합적인 원인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원인은 시장 포화다. 10여년 동안 수많은 브랜드가 연이어 런칭하고 골목 구석구석 점포수를 늘려가면서 업계 내 경쟁은 점차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1년 중 대부분의 기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결국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스킨푸드의 경우 노세일 브랜드로 유명했지만 할인이 기본이 된 시장에서 이는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화장품 유통 채널 간 경쟁 심화도 결정적인 원인이다. 온라인과 H&B는 로드샵의 주요 경쟁상대로 꼽힌다. 온라인 시장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H&B 스토어는 다양성 측면에서 태생적으로 로드샵보다 우위에 있다. 실제 H&B 시장은 로드샵 성장세가 주춤한 지난 2010년대 중후반을 거치는 동안 브랜드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며 크게 성장했다. 2010년대 2000억원대였던 시장규모가 2017년 기준 1조7000억원 수준으로 8배 이상 커졌다.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과 추천을 기반으로 꼼꼼히 상품을 비교하는 소비 행태가 유행하고 고용 불안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 또한 온라인과 H&B의 강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화장품을 구매하는 장소는 온라인이 51.9%로 오프라인 매장(48.1%)을 넘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복 응답으로 물은 개별 구매 장소에 있어서도 H&B 스토어(60.5%)가 로드샵(58.8%)을 근소하게 앞섰다. 결정적으로 로드샵 이용자의 44.1%가 과거에 비해 이용이 감소했다고 응답해 로드샵 고객의 상당수가 경쟁 채널로 유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전체의 82.3%가 화장품 구매 시 온라인 ‘입소문’에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해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 구매하는 성향을 보여줬다. 

결국 로드샵 시장의 위기는 업계 내부는 물론 타 채널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 상황에 예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 업계는 저가 공세 외에는 특별한 전략 없이 시장에 대응했으며 지나치게 한류 열풍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외국인들이 몰리는 명동 로드샵에서는 외국인이 주 고객이 되고 내국인은 찬밥 신세가 되는 상황까지 됐다. 사드 사태는 로드샵의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한류 특수에 가려져 있던 업계의 허약한 체질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문제는 마땅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시장과 H&B 시장의 경쟁력 강화 전략과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또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멀티 브랜드숍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로드샵 업계가 새로운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석 기자  barajigi@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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