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빨간 립스틱·미니스커트 판매량 줄어…가성비 뛰어난 아이템 각광

경기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불황의 공식마저 파괴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하이힐 대신 굽이 낮은 로퍼가, 빨간 립스틱 대신 MLBB 립스틱이, 미니스커트 대신 롱스커트가 더 잘 팔려나가며 매출이 역행하고 있다. 경기가 가라앉을수록 손쉬운 기분전환 방법으로 활용되던 하이힐·빨간 립스틱·미니스커트 등의 아이템이 이제는 더 이상 불황을 대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 기분 전환을 위해 했던 소비가 장기 불황이 되면서 불황이 일상화 되자 무의미해지며 되레 정반대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퍼·MLBB 립스틱·롱스커트로 교체

불황공식 파괴의 이유는 ‘장기화’다. 짧은 불황에는 쉽게 기분전활 할 수 있는 화려한 아이템을 선호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가성비 뛰어난 무난한 아이템이 각광을 받고 있다. 9년째 이어오는 불황 아이템에 흥미를 읽은 것이다. 이와 함께 속설을 넘어설 정도로 뚜렷해진 소비패턴, 여성의 아름다움의 대한 인식변화 등이 불황 파괴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불황의 대명사인 하이힐의 인기는 굽 낮은 로퍼에게 밀렸다. 금강제화 하이힐 판매량은 매년 15%씩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연간 하이힐 판매량은 4만6000켤레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만4000켤레로 26% 감소했으며 올해는 3만 켤레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낮은 굽으로 활동성 좋고 무난한 디자인의 로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났다.

G마켓 역시 최근 한 달간 하이힐 판매량은 전달 대비 3%,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줄었다. 반면 로퍼의 최근 한 달간 판매량은 각각 22% 늘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나 증가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멋을 위해 하이힐을 선호했지만,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실속을 더한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화려한 빨간 립스틱을 대신해 자연스럽고 무난한 색상의 MLBB 립스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행하는 신제품의 색상은 말린 장미, 연한핑크, 피치, 코럴 등 ‘내 입술같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본래의 입술보다 더 좋아 보인다’는 뜻을 가진 MLBB 립스틱이 대부분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전체 립스틱 판매량의 57%가 말린 장미 색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빨간색 립스틱은 13%에 불과했다. 마몽드의 대표 상품인 ‘크리미 틴트 컬러밤’의 경우도 역시 레드보다 MLBB색상이 3.6배 더 많이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불황에는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일시적인 기분전환을 할 수 있지만 이런 효과를 누리기에는 불황기가 너무 길어져 자연스런 아이템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커트 길이도 길어졌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롱스커트 판매량은 전달보다 40% 늘었다. 반면 미니스커트는 20% 줄었다.

소비패턴 성향이 뚜렷해진 것도 불황공식 파괴의 이유다. 실제로 일정한 수입과 장기불황 등 경제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작은 사치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고가의 향수, 시계, 디저트 등 불황과는 연관성 없는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니치 향수’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조 말론, 딥티크, 바이레도 등 대표 니치 향수 브랜드의 신장률이 2014년 440%, 2015년 358%, 지난해 1~8월 230%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2015년 8월 판교점에 국내 최대 규모 ‘니치 향수 존’을 마련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에르메스 퍼퓸 부티크’ 등의 향수 전문 매장을 본점과 강남점에 잇따라 선보였다. 조 말론이나 딥디크같은 향수의 가격은 100㎖ 기준 20~30만원대로 기존 향수에 비해 2~3배나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높은 구매율을 보이고 있다.

여성의 아름다운에 대한 인식이 ‘섹시함’대신 ‘청순함’으로 변화된 영향도 불황공식을 바꾼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 때 반짝 유행하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반복되면서 속설도 깨지는 것 같다”며 “또한 최근 어쩌다 한 번씩 쓰는 유행 상품에 대한 지출을 줄여 한번씩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소비 하려는 젊은층이 늘어난 것도 불황 파괴의 원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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