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배치 여파로 한류금지령 발령…유통업계, 개별관광객 ‘싼커’잡기 총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을 발령하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우리나라의 설날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춘제(春節)가 코앞으로 다가 왔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유통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단체 관광객을 대신해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싼커(散客)’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도 최근 중국인들의 관광형태가 점차 개별 관광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정부의 입김을 벗어난 싼커가 단체관광객의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방문 요우커 중 59.1%
국내 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싼커’를 외치고 있다. 중국정부가 사드 배치 보복성 한류금지령을 발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가 현지 여행사들에게 한국행 관광객을 20% 줄이고 쇼핑을 1일 1회로 제한한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중국 항공사들의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체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으며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동대문 등의 상권은 사드 여파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해 7월에는 91만7519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8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11월에는 51만6천956명으로 크게 줄었다. 10월에는 국경절(???) 연휴가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7월 258.9% ▲8월 70.2% ▲9월 22.8% ▲10월 4.7% ▲11월 1.8%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객보다 자유여행으로 한국을 찾는 개별관광객인 싼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혼자나 소규모로 여행을 다니는 싼커가 늘어나는 추세다. 싼커의 대부분은 80년대생(빠링허우)과 90년대생(주링허우)으로 연령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 중심의 싼커는 여행의 가장 큰 목적으로 쇼핑이 차지하는 만큼 정치적 이슈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줄고 있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싼커는 전체 요우커 중에서 59.1%로 절반을 넘어섰다.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싼커들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싼커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48%에 달했다. 지난 2014년에는 44%, 2015년에는 45%에 이른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싼커 모시기에 사활을 걸었다.
롯데백화점은 왕홍(중국판 파워블로거)을 초청해 뷰티 관련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다. 설화수, 숨, 아모레퍼시픽, 빌리프 등 본점의 인기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메이크업쇼를 진행한다.
이번 생방송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국의 전달된다. 이와 함께 롯데면세점은 한국을 찾는 부유층 싼커를 타겟으로 ‘퍼스널 쇼퍼’라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구매력이 높은 싼커를 1대1로 응대하고 일정액 이상 구매 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고객이 공항에서 집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픽업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왕홍을 초청했다. 왕홍과 함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인근 관광명소 가로수길, 강남대로 등 관광명소를 소개하고 신세계백화점이 이 인근에 있음을 동영상을 제작했다.
더불어 신세계백화점은 개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본점에서 당일 구매영수증을 소지한 중국인 및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한 황금알 경품 뽑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중국 웨이신(微信·위챗) 공식 계정을 만들고 팔로워에게 황사 마스크, 음료쿠폰, 쿠폰북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구매 후 바로 중국으로 배송해주는 글로벌 배송 서비스도 마련했다.
자유 관광객을 위해 시내 유명 관광지와의 연계 프로모션도 선보인다. 신라면세점은 단순히 쇼핑만 하는 한국 관광에서 벗어나 고부가 한국관광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왕홍들을 초청한 팸투어를 진행한다. 이번 투어는 경험을 중시 여기는 싼커들을 겨냥해 뷰티클래스, 와인파티, 다도·한복체험, 팝아트 체험, 숨은 맛집 방문, 감귤 따기 등 다채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됐다. 갤러리아면세점63은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등 서울 시내 주요 고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트릭아이미술관 등 시내 유명 관광지의 입장 티켓을 제시하면 갤러리아면세점63에서 $50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금액할인권을 증정하는 ‘관광티켓 금액권 교환 이벤트’를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객 의존도를 낮추고 ‘싼커’로 불리는 개별관광객을 공략하고 있다”며 “중국 여행객들의 소비 트렌드가 차별화된 개별 관광으로 변화하고 있고 또 까다로운 중국 정부 규제에 크게 동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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