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대한 잘못된 상식

최근 식생활이 풍요해지면서 필요이상의 영양섭취로 당뇨병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이 증가하는 만큼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는 유익한 내용도 있겠지만 잘못된 상식도 많다. 당뇨병은 다른 병과는 달리 당뇨인 자신이 당뇨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가 치료에 아주 중요하다. 이에 잘못 알려져 있는 당뇨병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봤다.

부모님이 당뇨이면 나도 당뇨?
당뇨병은 유전적인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병이다. 하지만 부모가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식이 당뇨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부모가 당뇨병이 없다고 해서 자신은 당뇨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더욱 더 금물이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이면 자녀가 당뇨병이 생길 확률은 15%, 양친이 모두 당뇨병이면 확률은 30% 정도다.
과거에는 드문 질병이었던 당뇨병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요인, 즉 음식 섭취 과잉과 이로 인한 비만과 운동부족, 스트레스, 수명 증가 등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부모가 당뇨인 경우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은 부모의 잘못된 생활 습관이 유전된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하다. 당뇨인의 경우 자식에게 당뇨병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먼저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여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좋은 습관을 물려줘야 하겠다.

혈당이 높으면 몸이 아프다?
당뇨병은 거의 증상이 없는 병이다. 다음(多飮)·다뇨·체중감소 등이 당뇨병의 중요한 증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진단 초기에 혈당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에서 나타난다.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있는 당뇨인에서는 혈당의 변화에 따른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일부 당뇨인에서 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을 병이 없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치료에 소홀해져 결국 보다 빨리 치명적인 합병증을 생기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젊은 당뇨인에서 더 많은 경향이 있다. 당뇨는 혈당측정기를 이용한 혈당으로 평가해야 하며, 자신의 증상이 없음이나 단지 약을 먹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마른 사람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다?
비만이 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에서는 서양인과 다르게 비만하지 않는 비(非)비만형 당뇨병이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서구인은 당뇨병 발생에서 비만과 관련이 큰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지만, 한국인에 있어서는 비만과는 관련이 적은 '인슐린 분비 능력의 저하'가 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아시아 국가에서는 서구화된 식이습관과 영양분의 과잉으로 인해 당뇨병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더 적은 인슐린 분비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영양분의 과잉상태를 이겨내지 못해 당뇨병이 더 빨리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뇨인은 금해야할 음식이 많다?
당뇨식이라고 하면 흔히 일반인의 식사와 상당히 차이가 있는 아주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뇨식은 일반인에게도 권장되는 건강식 그 자체다. 당뇨인에서 식사요법의 기본은 ‘적정한 칼로리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제한해야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섭취하는 양’이지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는 아닌 것이다.
당뇨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은 없다. 물론 당분의 함유량이 너무 높은 음식은 빠른 혈당 상승으로 인해 식후 고혈당을 유발하게 돼 혈관합병증을 가속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칼로리가 너무 높거나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으며 술과 담배 또한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담배는 혈관합병증을 가속화시키며 신체에 여러 악영향을 주므로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일반인들에게도 같이 적용되는 것이지, 당뇨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당뇨인은 신체기능에 문제가 있다?
당뇨인이라면 누구나 감염이나 상처가 발생했을 때 치유 여부에 대해 걱정을 한다. 실제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당뇨인의 경우에는 감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상처의 치유 속도도 정상인에 비해 상당히 저하돼 있다. 발가락의 조그마한 상처가 하지의 절단에 이르는 심각한 상처로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1∼2주로 짧은 경우도 있다.
당뇨인은 몸에 생긴 상처가 아무리 작더라도 간과하지 말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혈당이 잘 조절되고 합병증이 없는 당뇨인의 경우는 감염에 대한 저항력, 상처 치유력 등 모든 신체능력이 정상인과 동일하다. 모든 당뇨인이 감염에 대해서 과도하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혈당 조절을 잘 하고 있고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감염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먹는 인슐린’을 사용한다?
당뇨병의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인슐린처럼 혈중 포도당을 직접 세포로 넣어줘서 혈당을 낮추는 약물이 아니다. 현재 모두 5가지의 경구용 혈당 강하제가 있다. 이 중 중요한 두 가지 제제는 주로 췌장에 작용해 당뇨인의 인슐린분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약제는 당뇨인이 인슐린 분비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작용을 할 수 있는 약제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주사바늘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있지만, 인슐린 사용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혈당조절 방법이라는 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는 상태이다. 진료하고 있는 의사가 인슐린을 권한다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슐린 치료가 당뇨병의 마지막 치료법이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장기적으로 췌장기능을 보존하는 치료법인 것이다.     
신동우 늘편한 신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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