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뭐든지 단정 짓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이것도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남녀 사이 친구라는 게 정말 어렵다. 영화에서 해리가 했던 말이 난 정답이라고 봐.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었지. 그래. 우리가 손을 잡는 게 아니었어. 오랜 친구를 바랬건만…
손을 잡다보면 또 잡고 싶고 그러다보면 결국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잖아. 스킨십 하는 친구 사이? 말이 안 되지.
서로가 분명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편안하게 지내던 그때가 좋았는데…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우리가 손을 잡는 게 아니었어.
- <보통의 존재> 남녀 사이 친구 중에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종이에 옮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견이나 주장 등 정확한 팩트가 있는 발표의 시간이 아니라 ‘지금 나의 생각은 말이야~’하며 운을 띄우고 시작해 이어갈 말. <보통의 존재>는 그런 말들을 수없이 엮어낸 이석원의 산문집이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이자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 이석원은 그간 5집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아왔다. 그런 이석원이 자신을 보통의 존재로 지격하고 내 생각은 말이야~고 시작하는, 나보다 조금 더 오래산 사람의 어쭙잖은 위로가 아닌 ‘나도 그래’ 라는 공감의 이야기다.
우리는 가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 질문에 관해 보편적인, 일반적인 생각(대답)과 다른 나의 생각(대답)을 말하기 부끄러워지거나 겁이 날 때가있다. 그럴 때면 그들의 의견에 심플하게 동의하거나 웃음 섞인 긍정의 무언으로 답한다. ‘뭐 저런 생각을 하지?’, ‘쟤 좀 무식한 것 같아’ 등등 보통이 아닌 특이가 불러올 내가 감당하지 못할 답변, 시선 등이 두렵다. 변명하자면 의미 없는 질문의 핏대를 세우며 다름을 주장하자니 귀찮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점심 다 같이 모인 중국식당에서, 짬뽕, 짜장, 짜장, 짬뽕 그사이에 울면! 을 고르자니 멋쩍기도 하고, 그렇게 울면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만 중국집에 갈 것도 아니고 등등의 상황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 때도 있다. 드물지만 가족, 친구, 연인, 회사 기타 등등 관계에 있어 삐걱거리면 풀리지 않을 때, 컨디션도 엉망일 때, 주위의 걱정도 귀찮아질 때, 이 모든 일이 갑자기 한꺼번에 찾아올 때. 그럴 때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경험했을법한 인생의 에피소드나 가족과의 관계, 자신의 어릴 적 기억 등을 통해 공감과 함께 어느새 담담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친구가 해줄 수 있는 것>에서는 인생은 어차피 혼자고, 외로움과 고독을 달랠 기회는 많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시간은 한 달에 한 번뿐인 것이다. 라는 식으로 딱히 꼭 집어 위로를 건네는 게 아니라 ‘마져마져, 그럴 수 있어’라는 개인 셀프 위로가 가능하게 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자 나의 베스트 목록의 이유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보통이 되어 서로 위로하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생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즈음, 우리는 짬뽕, 짜장을 대신해 울면 정도 시킬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