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 민사부 결정…. N사의 L씨 등 다이아몬드직급자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다단계판매원 자격해지 무효 확인 청구소송’의 가처분 결정문을 구해 봤다. 법정까지 가져 간 N사와 리더 사업자간의 다툼은 근래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회사와 사업자간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함의를 담고 있어서다.
결정문은 예상보다 간결했다. 11페이지. 법원 판결문이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일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앉은 자리에서 요령(要領)을 파악 할만 했다. 결정문을 펴면서 궁금했던 것은 N사 경영진의 ‘리더 사업자 자격해지’의 근거를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 부당하지만 여전한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논외로 하자. 선입견 없이 사건을 접한 세 명의 판사들이 ‘다단계판매원(사업자)이 회사 경영진을 모해하고 교체를 공모했다’는 내용을 접했을 때 판단의 준거를 어디에 두게 될 것이냐가 궁금했다. 판사들은 다단계판매 회사의 경영진과 사업자간의 갈등 사건보다는 보통의 주식회사 경영진과 피고용인인 영업직원과의 다툼을 더 많이 접했을 터이다.
“채권자(사업자)들을 비롯한 상위 단계에 있는 다단계판매원들이 신제품 가격에 대해 의논하면서 신제품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미국 본사 회장에게 알리고, 이로 인해 채무자(경영진)의 임원진들이 해명을 하게 됐으며, 이와 관련한 언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임원진을 교체하기 위한 모의를 하였다거나 채무자 임원진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부의 판단이다. 간명하게 보면 회사 경영진의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한 번 더 살펴보면 “경영진이 미국 본사 회장 앞에서 창피를 당했고, 이와 관련한 격한 말다툼이 오고갔다고 해서 사업자가 경영진을 쫓아내려고 모의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세 명의 판사 전원이 동의했다.
이런 판단을 기반으로 법원은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다단계판매원의 지위에 있고 ▲채무자는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다단계판매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주문 결정했다. 법원 판결문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과 지성과 윤리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사업자의 이의 제기가 합당하다”고 결정문을 냈다. 경영진은 수긍하지 못하는 눈치다.
법원 결정문을 보면서 업계는 ‘다단계판매업에서 과연 회사와 사업자는 어떤 관계이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자문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정보공개를 보면 대한민국 다단계판매는 성장 중이다. 판매원(전년 대비 15.5% 증가한 796만명)이 늘고, 매출(전년 대비 14.6% 증가해 5조1531억원)도 늘었다. 5조원 규모의 시장을 만드는 데에는 회사의 경영진과 그 회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 사업자·판매원들의 정성이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회사와 사업자는 공생관계다.
같이 가야한다. 여기서 멈출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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