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체로 시니어 세대 부상…시니어 시프트 전략 본격 추진해야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 한국은 2000년경부터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고 2026년이면 5명 중 1명이 될 전망이다. 즉 시니어가 시장의 중심이 되는 ‘시니어 시프트’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소비자와 노동자가 모두 고령화된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소비자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고령자들을 겨냥한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외국 사례를 통해 시니어 시프트로 발생되는 경제환경의 변화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지 모색해본다. 

시니어 시프트 시대 개막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신구·김혜자·주현·윤여정 등 노년의 배우들이 뭉쳤다. 이들의 평균 연령 73세. 지난달 첫 방송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얘기다. 젊고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등장하는 알콩달콩 두근두근하는 로맨스물이 아닌 어르신들이 주인공인 ‘꼰대’물이 탄생한 것이다.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극 중 고현정 말대로 “요즘 누가 꼰대들 얘기를 돈 주고 읽어. 지들 부모한테도 관심 없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오히려 ‘인생드라마’라는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드라마의 대본을 쓴 노희경 작가도 “‘나이가 있는 사람은 치열하지 않다. 도전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휩싸여 있는데, 그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방영된 ‘꽃보다 할배’나 평균 연령 65세의 ‘할매’들이 대결하는 JTBC ‘힙합의 민족’ 등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춘 예능과 드라마가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고령자가 주인공이 되는 TV프로그램과 광고 등을 보면서 이제 진짜 우리가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최근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따른 경영 및 경제적 영향에 대한 이슈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을 정점으로 둔화가 예측되지만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중은 꾸준히 증가할 것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령자의 증가로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인 소비자의 고령화도 진행,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 고령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돈벌이나 출세에 관심 없는 20대 달관세대의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한 유일한 시장이 ‘시니어’가 되는 것이다. 결국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들도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노동자와 소비자가 모두 고령화되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시니어 시프트란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이 제일 먼저 사용한 신조어로서, 고령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경영경제 환경이 고령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시니어 시프트 도래에 따른 경제 환경 변화와 기업 대응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고령자 관련 시장은 2016년 약 27조원 규모로 매년 약 13%씩 성장, 2020년 78조원으로 3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우선 근로자의 구성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2000년 약 59%였던 55~64세의 퇴직연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는 2014년 66.2%까지 증가하면서 고령 노동자의 노동 시장 비중이 늘어났다.
가장 고령화된 일본의 경우 2013년 65세 이상 취업자 비중이 세계 최초로 전체 취업자의 10%를 넘었는데, 고령노동자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한국도 이런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다봤다.
고령노동자 중에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근로자 중 대졸 이상은 2009년 약 5만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 약 1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노동자의 대졸 이상의 기본적인 학력과 숙련 기술이 결합될 경우 고령노동자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이들의 노동시장 내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비성향 역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연령별 평균소비성향을 살펴보면 20대 0.74, 30대 0.71, 40대 0.77, 50대 0.71, 60대 0.70, 70대 0.76으로 70대의 경우 가장 소비성향이 높은 40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 65세 이상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약 25%였으나 2035년에는 약 45%로 크게 증가하는 등 65세 이상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자들은 식품과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제품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고령친환산업 소비자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필요제품 1순위는 식품 34.8%, 의약품 24.1%, 의료기기 10.0%, 일상생활보조용품 7.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1순위에서 3순위까지 합산한 결과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다만 일상생활보조용품보다 운동용품이 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결국 1인 고령자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 현상과 맞물려서 고령자의 선호에 맞는 식품이나 의약품 등이 주요 타깃 시장이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는 “예전 시니어의 경우 퇴직 후엔 사회적 입지가 좁아지고, 소비력이 크게 감소했던 반면 요즘 시니어들은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노동 시간의 증가와 미리 준비한 노후 생계로 인해 사회적 활동도 활발해지고 구매력도 왕성하고, 모바일 등 스마트기기 사용에도 능숙하다”면서 “이는 곧 현재의 시니어가 산업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소비층인지를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는 고령화 중
이런 추세에 맞춰 선진국들은 고

령자 지원보다는 노동시장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적극적 고령화(active ageing)’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년이 없거나 우리나라보다 정년이 긴 것이 일반적이다.
주요국의 고령자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독일과 영국은 근로자 소득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은 고령자 임금 보조와 유급 훈련 지원을, 영국은 50세 이상 무아동 가구에는 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핀란드는 업무환경관리, 나이차별 관련법 제정 등과 같은 기업문화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미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고령자가 소비시장의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일본 고령층의 소비는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의 42%를 차지하는 60세 이상 가구의 가계소비지출 비중은 총 소비의 38%에 이르고 있어, 고령 가구의 소비가 전체 소비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고령자의 소비 파워가 커지면서 고령자를 타깃으로 한 산업 또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요한 시장으로 대두되자 눈치 빠른 기업들은 발 빠르게 시니어층을 위한 제품개발과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은 2011년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전략을 선포했다. 핵심 타깃을 50세 이상 시니어 고객으로 전환하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
55세 이상을 ‘위대한 세대’라는 의미를 담은 ‘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 G.G)’이라 정의하고 쇼핑몰을 리뉴얼, 매장 안에 의료기관을 설치하고 요양봉사원을 매장에 배치해 고령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이나 20대를 주 타깃으로 삼던 편의점도 고령자에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경우 1999년 50세 이상 고객이 14%였으나 2013년 50세 이상 고객이 30%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고령자를 위한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도시락과 반찬 등을 택배로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음식택배서비스 ‘세븐밀’을 확대했다. 세븐밀은 회원들에게 특별 카탈로그를 배부, 도시락이나 반찬을 선택하면 즉시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회원의 2/3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매장에 혈압계와 안마의자를 설치하고 건강 상담사가 상시 대기하는 생활 지원 서비스, 직원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물건과 전단지를 보여주고 판매하는 이동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수퍼마켓 업체 카이저는 주 고객인 고령자들을 위해 매장 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늦추고 전동 휠체어가 다니기 편하도록 통로의 폭을 넓히는 등 노인들에게 최적화된 쇼핑 환경을 조성했다. 매장 곳곳에 긴급호출 버튼을 비치하고 제품과 가격을 잘 볼 수 있는 돋보기도 설치했다. 선반의 위치를 내려 키가 작은 고령자들도 제품을 고르기 쉽도록 하기도 했다.

 

 

 

 

시니어 시장에서 기회가 온다 선진국들과 해외 기업들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이처럼 분주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의 정책은 고령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의 변신 속도도 느린 편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시니어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시니어만의 소비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정지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시니어 시장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위험한 생각은 단일시장이라는 관점”이라면서 “여생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니어 계층은 앞으로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한 소비 집단으로 세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시니어를 별도의 소비자계층으로 보고 세분화시켜 연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자녀와의 관계, 복지 여건, 가치관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시니어 집단은 외국의 시니어들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독특한 사회적 환경에 따른 시니어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적극적 고령화 정책 실시를 위해 기업이나 시민사회의 협조를 바탕으로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 나이차별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나이에 따라 균등하게 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고, 고령자의 기술개발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을 강화하는 등 고령자에 대한 채용과 고용 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것.
아울러 노동시간이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체계를 벗어나 생애주기별 노동시간을 맞추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고령 노동자에게 적합한 탄력적 노동시간을 보장해야한다는 것.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근로자의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해 현재 노동시간 체계를 고령자에게 적합한 탄력적인 노동시간을 체계로 재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들도 시니어 시프트를 기업 경영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의 행동 특성이나 신체적 반응 등을 고려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나소닉의 경우 2003년부터 고령자 등을 고려한 유니버셜 디자인을 추진했는데, 고령자 맞춤 틸트형 세탁기를 내놔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고령근로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생산의 핵심인력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들에게 적합한 생산방식이나 조직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근로자 개인의 속도나 수준에 맞는 유연한 훈련 방안이 필요하고 훈련 기회에서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세상은 늙어가고 있고 시니어 소비자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작은 목소리를 내지만, 큰 존재인 시니어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얻는 기업이 미래의 마케팅 전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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