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대에 양자(楊子)라는 사상가가 있었다. 본명이 양주(楊朱)로 그의 사상은 극단적 개인주의가 특징이다. 어느 날, 이웃집에서 기르는 양 한 마리가 울타리를 빠져나가 달아나버렸다. 이웃 사람은 양을 찾기 위해 자기네 하인뿐 아니라 양자네 하인들까지 동원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아니, 그까짓 양 한 마리를 찾는 데 왜 이리 요란을 떠는 거요?”
양자가 묻자, 이웃 사람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양이 갈림길 많은 쪽으로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을 찾으러 갔던 사람들이 한참 만에 모두 빈손으로 돌아왔다. 양자는 이웃 사람에게 물었다.
“아니, 이토록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도 못 찾았단 말이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요.”

최근 서울시가 다단계판매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전문가급 인사를 주무관으로 앉히고 형식적으로 나오는 것에 불과했던 다단계판매 업체에 대한 조사점검도 예전과는 다르게 세세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본다고 한다. 다단계업체의 프로모션도 보상플랜 변경으로 간주해 3달 전에 신고하도록 하는가하면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방판법과 관련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점검할지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특별사법경찰까지 동원한다고 한다. 다단계판매가 어지간히도 미운털이 박히긴 박힌 모양이다. 공정위에 검경에 지자체까지도 관리감독에 이어 단속까지 나온다니 말이다. 불법업체를 단속하고 소비자피해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로 이해는 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관리감독을 하든 단속을 하든 하나의 기관에서 통합할 수는 없을까. 다양한 기관에서 각자의 잣대를 들고 관리감독을 하고 단속을 하려고 들면 다단계판매 업체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자못 난감하다. 큰 틀이야 같다고 해도 현장에서의 상황은 다 제각각일 텐데 어떤 곳은 걸리고 어떤 곳은 넘어간다면 우습지 않은가. 물론 모든 기관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한 곳에서 관리감독하고 단속 하는 것만 하겠는가.
길이 많으면 양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단속 기관이 많으면 산업은 활로를 찾기 힘들어진다. 언제나 돼야 다단계판매에 박힌 미운털이 빠질지, 그때가 과연 오기나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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