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구절벽의 예상을 앞두고 경제 환경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유통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인구통계학적으로 출산 정점에서 47년 후 소비 정점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구매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 47세 연령의 최고점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을 시작으로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다. 유통업계는 이를 소비절벽으로 받아들인다. 당장 2년 뒤에는 상품을 살 사람, 자체가 부족해진다는 말이다. 길게 잡아야 3년의 시간이 남았다. 대한민국의 인구절벽 전망과 유통업계의 대응책을 찾아봤다.


굳이 경제전문가들의 관측을 빌릴 필요도 없다. 유통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대한민국이 빠르게 고령화시대로 진입하고 있고 이는 가까운 미래에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전문가의 전망은 보다 구체적이다. 경제예측 전문기관 덴트연구소의 해리 덴트 소장은 “한국은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리 덴트는 그의 저서 ‘2018 인구절벽이 온다’에서 인구통계학에 따른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인구 절벽이란 한 세대의 소비가 정점을 치고 감소해 다음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출현할 때까지 경제가 둔화되는 것을 말한다.
해리 덴트 소장은 “한 국가는 국민들의 출산 정점에서 47년 후 소비 정점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소비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1971년에 태어난 인구가 가장 많아 출산 정점을 찍은 한국은 이들 세대가 평균 47세가 되는 2018년이면 인구절벽에 도달하게 된다. 또 이 시기는 거대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로 진입하는 시기와도 맞닿아 있다.
해리 텐트 소장은 “한국은 일본이 22년 앞서 그랬던 것 같은 경제 기적을 이뤘지만 2010년부터 소비가 정점에 도달해 2018년까지 정점에 정체됐다가 이후 급격한 인구절벽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은 일본이 22년 전에 겪었던 것인데 한국은 에코붐 세대(197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가 거의 없어 일본보다도 상황이 더 암담하다”고 비교해 예상했다.
해리 덴트 소장에 따르면 인구구조는 한 나라의 경제의 호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의 비교대상인 일본경제의 첫 번째 호황이 출산인구가 크게 늘었던 1942년에서 47년 뒤인 1989년에 찾아 온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두 번째 호황도 군인들이 전쟁에서 돌아 온 뒤 출산인구가 급격하게 그러나 매우 짧은 기간 동안 늘었던 1940년대 후반에서 47년 후인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짧고 강력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일본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급격하게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4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과 구매력을 반영한 1인당 국민소득이 6000달러에서 3만2000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생활수준이 다섯 배 이상 높아졌다는 의미다. 한국도 1980년대 초부터 30년도 안 되는 더 짧은 기간 동안 똑같이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국민의 부와 도시화에서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이루는 데 영국은 200년, 미국은 130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며 한국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해리 덴트, 저성장기 ‘직접대응마케팅’ 중요
해리 덴트 소장은 “한국은 1인당 국민 소득이 약 25년 시차를 두고 일본과 비슷한 S자형 모습을 보여 왔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늦게 출현한데 따른 인구 구조적 영향력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황에 이은 불황의 시기도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한국의 호황과 부황, 부동산, 사업화 주기는 일본을 22년 뒤처져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소비 흐름이 1990년에 처음으로 급격히 내려갔다 반등한 뒤 1997년부터 장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국내 유통 전문가도 이 같은 진단에 호응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내수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의 급성장 등 인구 통계적인 이유로 인해 향후 지속적인 저성장이 예상 된다”며 “오는 2018년이면 15~64세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시작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소비가 유통을 만드는 시대에서 유통의 진화가 소비를 촉진시키는 시대로 변했다”면서 “유통의 시대에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 지도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해리 덴트 소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 하강기에 기업들이 살아남아 번성하는 방법으로 ‘직접반응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래되고 표준화된 제품을 좀 더 저렴하고 새로운 또는 고급의 맞춤형 제품으로 바꾸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중간 단계의 마케팅과 유통비용을 줄여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이라며 “유통 단계가 줄어들수록 비용이 떨어지고 최종 고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져 고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그 결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직접마케팅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 간 건강식품과 체중 감량 제품,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개인 간 판매 모델을 활용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리 덴트 소장은 “이 모델에서는 제품을 사용해 보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판매자로 나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판매한다”며 “판매자들은 친구나 사업상 알게 된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아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구조 전환…급속한 노령화·1인 가구 증가


인구절벽은 대한민국 인구구조의 변화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유소년층이 많은 피라미드형에서 노인층이 두터운 역피라미드형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704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해 2050년엔 2535만명으로 지금보다 10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통계청에서 나왔다.
저출산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왔다. 1960년대 합계 출산율은 6.0명에 달했지만 1983년 2.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5명 아래로 내려온 뒤 2001년 이래 초저출산(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에 머물고 있다.
저출산에서 비롯된 노동력 감소는 심각한 사회·경제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숙련 근로자 은퇴, 신규 노동인력 부족 등에 따라 노동생산성이 줄고 결국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구매력 높은 노동인구가 줄면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등 내수시장도 위축된다. 반면 사회보장 부담은 증가한다. 연금이나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늘기 때문이다.
맥쿼리증권은 최근 발표한 ‘아시아의 20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저출산에 따른 경제위기 우려를 표현했다.
이 보고서에서 맥쿼리증권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기대 수명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40대 이하 젊은 층 인구가 1995년 69.4%에서 지난해 48.1%로 급감했고 2050년에 32%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기 저출산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인구구조 변화의 키워드는 ‘급속한 고령화’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고령화의 영향으로 2030년께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고령화는 무엇보다도 소비성향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대비가 부족한 은퇴 연령층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나서고 있다”며 소비성향 저하의 원인을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생애주기 가설에 따르면 소비자는 일생동안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총소득 규모에 맞춰 소비를 균등하게 배분할 때 효용이 가장 커진다”면서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경우에도 한정된 평생소득으로 더 많은 기간으로 나눠야 되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2000년대 이후 매년 평균 0.46세씩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2007년 대비 2013년 평균 기대수명은 2.38세 늘었다.
연령별 기대여명의 증가가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면 기대수명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을 경우 이와 같은 기대여명의 변화는 소비성향을 최대 4.5%포인트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LG경제연구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소비저하 요인은 점차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가영 연구원은 “향후 기대수명 증가는 계속되겠지만 증가속도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은 이러한 기대수명 증가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상당부분 소비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시장, 또 하나의 주류로 ‘부상’
유통업계에는 기대수명의 증가와 고령화 추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부정적인 측면이 아닌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인식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최근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양식 판매에 나섰다. 시니어들의 일일 영양소를 고려해 단백질, 칼슘 등 필수 섭취 영양소를 강화하고 노년층이 먹기 편리하게 파우더, 젤리, 죽 등 3가지 형태로 구성하는 등 타깃을 분명히 했다. 이마트가 시니어층을 겨냥한 상품을 출시한 것은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2040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시니어들이 시장에서 점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마트 내에서 60대 이상 고객의 매출 비중은 2013년 7.8%에서 지난해 9.9%로 2.1% 높아지는 등 노년층 고객은 이미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요 백화점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30대 이하 고객 비중은 2013년 40.2%에서 지난해 39.2%로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 고객은 31.5%에서 32.1%로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30대 이하 비중은 2013년 40.2%에서 지난해 37.3%로 줄었지만 50대 이상은 32.3%에서 34.4%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실버산업이라고 하면 주류시장에서 벗어나 하나의 부가적인 기회가 있는 시장 정도로만 인식했지만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모든 분야에 있어 주도권이 시니어 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시니어 시장이 하나의 주류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외모·취미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새로운 노년 소비층의 등장도 주목된다. 이들은 주로 기능성 화장품과 건강관리를 위한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등 비교적 고가 제품이라고 해도 자신을 위한 소비에 지갑을 열고 있다.
오픈마켓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에서는 ‘기능성 안티에이징 화장품’의 지난해 5060세대 여성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0% 늘어났다. 옥션에서는 지난해 스마트워치 60대 구매가 전년 대비 249% 급증했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5060세대의 증가로 오픈마켓 판매자 중 5060세대 비중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 1인 가구 시대 ‘선제적 대응’
고령화와 더불어 대한민국 인구구조 변화의 또 다른 한 축은 1인 가구의 급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6.9%. 30년이 지난 2015년 27.1%로 3.9배 늘었다. 이는 2035년께 다시 34.3%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와 마찬가지로 1세대 가구(부부 가구)의 수도 최근 20년과 마찬가지로 한동안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가구 중 1세대 가구의 비중은 1985년 9.6%(91만 6000가구)에서 2015년 19.2%(358만 3000가구)로 증가했으며 2035년에는 25.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1인 가구 증가는 소비주체의 변화를 통해 유통산업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량 구매하는 대형마트보다 1인 가구를 겨냥한 간편식의 인기로 편의점 매출 매년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편의점 대표 간편식인 도시락은 매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인 CU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의 매출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3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해왔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무려 46.1% 상승했다. 간편한 식사가 가능한 냉장간편식이나 레토르트 상품도 지난해 각각 17.7%, 10.1%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의 고급화에 나서며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등 1인 가구 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통계청은 2006년 16조원에 불과(전체 민간소비의 3.3%)하던 1인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으로 증가했고 오는 2030년에는 1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령화, 저출산, 이혼 및 동거 증가, 혼인연령 증가 등으로 1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경제도 소형 주택시장, 소포장 식품, 1인 대상 서비스업, 소형 가전 등 1인 가구 중심의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인구변화에 따른 국가의 경제활동과 사회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인구구조 변화를 잘 알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