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메르스 사태를 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 정부가 대응을 잘했더라면 온나라 국민이 메르스 공포로 떠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에 메르스 사태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물론 중소 제조업체도 피해를 보는 등 ‘메르스 불황(MERS Recession)’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까닭이다. 참으로 옛말 그른 것 없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지난달 20일, 바레인에 머물다 카타르를 거쳐 귀국한 60대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고 그를 간병하던 부인과 같은 병실을 쓰던 70대 환자가 21일 메르스 감염 확진판정을 받으며 메르스 사태가 시작됐다. 정부 당국의 초기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메르스가 치사율은 높지만 전파력은 1인당 0.6~0.8명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는 판단에서다.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치료 백신조차 없는 신종 전염병임에도 불구하고 격리대상을 밀접접촉자로 한정했고 관련 병원 등 정보공개도 지나치게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된지 한달여가 지난 6월 22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는 172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도 27명이나 발생했다. 더불어 국내 경제는 메르스 공포로 인해 극도로 위축, 올해 성장률이 0.3%나 줄어들게 만들었다.

특히 관광업계는 수십만여명의 외국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하자 확진 검사를 수행하는 동시에 환자의 동선을 추적해 접촉 우려가 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확진판정이 나오자 이를 즉시 언론에 발표했으며 환자가 경유한 지역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당시 인디애나 주 병원은 첫 메르스 의심환자가 나오자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부터 바로 격리 치료에 들어갔으며 환자와 접촉한 50명의 의료진을 즉각 격리시키고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출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같은 신속한 대응으로 미국에서는 2차 감염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경각심을 갖고 신속하게 대응을 했더라면 메르스 사태가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다단계판매 업계를 생각하게 된다. 다단계판매는 최근 십여년간 부단한 이미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식이 낮은 업계로 남아있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이 낮은 까닭은 국내 처음 도입될 때 크고 작은 소비자피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단계판매는 때로는 피라미드로 오인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민을 울리는 사기꾼 집단이라는 매도를 당하면서도 적법한 유통의 한 채널로 자리 잡아왔다.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다단계판매 도입 초기에 정부가 다단계판매를 제대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했다면 지금의 다단계판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이미지를 갖고 유통의 한 축으로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아쉽기는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소 잃고 난 뒤에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고. 소비자의 낮은 인식은 어쩌면 다단계판매가 지고 있는 원죄라면 원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돼버렸지만 어찌하겠는가. 이미 소는 잃어버렸을지언정 다음에 소를 도둑맞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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