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성장, 시너지 효과 높아 대기업도 진출 선언

# 최근 독립한 황효진씨는 원룸에서 사용할 살림살이 모두 렌탈 했다. 어차피 결혼하게 되면 혼수로 다시 사야 되기 때문에 렌탈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황효진씨가 렌탈한 품목은 정수기, 커피머신, 전자레인지, 매트리스 등 품목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구매보다 합리적인 소비, 렌탈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렌탈 업계에서도 취급 품목 확대, 케어 서비스를 강화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KT경제경연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렌탈시장은 2016년 2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기 불황으로 저성장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유통업계들이 매출 회복의 돌파구로 렌탈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매출을 견인하기에는 안정적인 렌탈 사업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황에도 렌탈 시장은 호황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탈 산업의 규모는 2001년 1조원에서 2006년 3조원, 2008년 4조5000억원, 2014년 10조5000억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KT경제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렌탈 산업은 오는 2016년까지 2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에 자동차, 가정용품 등을 합한 소비재 렌탈 시장 규모가 16조9000원으로 5000만명의 국민이 1인당 연평균 33만8000원을 지불하는 금액이다.

이은영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건강용품, 가전제품의 청소 등 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가 렌탈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코웨이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1989년 설립된 이후 사상 최대치이자 전년동기대비 11.1% 성장한 수치다. 1분기 코웨이의 환경가전 매출은 4446억원으로 전년동기 255억원 대비 6.1%늘어났다. 이 가운데 렌탈 매출액은 3633억원으로 전체의 81.7%를 차지했다.

동양매직도 지난해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하며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를 위협하는 최대 라이벌로 떠올랐다. 동양매직은 자회사 동양매직서비스를 포함해 지난해까지 70만개의 누적 렌탈 계정을 보유하며 청호나이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얼마 전 증시에 입성한 쿠쿠전자도 다크호스다. 쿠쿠전자는 지난해 정수기 25만대를 판매하며 동양매직과 비슷한 1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정수기 산업 특성상 영업망과 사후관리서비스(A/S)망을 구축하고 있는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브랜드 파워와 렌탈 자체 운영조직 구축, 기존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렌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밝혔다.

홈쇼핑업체들도 렌탈 제품 관련 편성을 대거 늘리고 있는 추세다. GS샵에서는 대여 상품 관련 방송 편성이 15%나 늘어났다.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정수기·비데·안마의자 등에 한정됐던 품목이 최근에는 고가의 렌터카·전기렌지·라텍스 매트릭스·승마 운동기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CJ오쇼핑은 렌탈 상품 주문 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50% 증가했다. 방송횟수도 38회에서 55회로 늘어났으며 브랜드 수도 3개가 더 추가됐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불황 속 소비에 따른 기회비용은 낮추고 만족감은 극대화하는 합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대여 서비스가 활성화 되고 있다”며 “탈모 치료기와 승마운동기 등 대여 상품군이 확대된 것이 특징으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역시 렌탈 상품이 인기다. G마켓은 올 1월~3월 안마의자 렌탈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281%나 뛰었고 공기청정기와 한복 판매 매출도 각각 135%, 20% 늘었다.
옥션은 지난해 4월부터 업계 최초로 온라인 렌탈 결제시스템 기업인 리스존과 협업해 대여 상품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옥션의 3월 한달 간 렌탈 상품 서비스 매출은 전월 대비 38% 증가했다.
이 같은 렌탈 시장의 인기에 대해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유경제 시스템 확산에 따른 렌탈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공유경제는 거래자원의 범주가 확대되고 신규 수요 시장의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네트워크에 기반한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해 렌탈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공룡기업의 각축장
이처럼 렌탈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대기업들도 렌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2월 롯데그룹은 국내 렌터카 시장 1위 업체인 KT렌탈을 1조2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하면서 렌탈 사업에 첫 발을 디뎠다. 롯데가 이처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KT렌탈을 인수한 것은 렌터카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해외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의 자체 조사결과 국내 렌터카 시장은 최근 5년간 17%로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이와 함께 롯데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유통·금융·관광·문화 사업이 모두 렌터카와 연계돼 있어 다양한 연계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KT렌탈이 롯데 해외사업의 주요 거점인 베트남에 이미 진출해 있다는 점도 인수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렌터카 시장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며 “특히 B2C 장기렌터카의 빠른 성장을 중심으로 KT렌탈은 향후에도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자회사를 설립하며 직접 렌탈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동양매직과 위니아만도 인수에 실패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수기나 공기 청정기와 같은 생활 가전을 빌려주는 렌탈 사업 진출과 현대홈쇼핑을 통해 렌탈 전문법인인 ‘현대렌탈케어’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대는 백화점,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그룹 계열사의 판매망을 활용해 정수기를 시작으로 공기청정기, 비데, 주방용품, 매트리스, 에어컨 케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을 통해 현대렌탈케어 가입 계좌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별도 방문판매조직 운영, 백화점 내 렌탈숍 입점, 현대H몰, 리바트몰 등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 내 현대렌탈케어 가입자 100만명, 매출 2500억원을 목표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소유에서 이용으로 바뀌면서 렌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판매 네트워크 확보가 핵심인 렌탈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유통 네트워크와 고객관리능력, 상품소싱 노하우 등에서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렌탈 사업에 뛰어든 롯데와 현대 모두 홈쇼핑 계열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홈쇼핑에서 최근 렌탈 제품 판매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콜센터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롯데와 현대는 렌탈 고객 모집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렌탈 시장에 승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의 올해 1분기 렌탈 제품 매출은 작년보다 27% 급증했으며 올 3월 기준 85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현대홈쇼핑 역시 지난해 매출 중 약 5%가 렌탈 사업에서 발생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올해 1~3월 봄시즌 나들이와 야외 여행을 계획하면서 렌터카의 효율이 상승했고 봄날 황사·미세먼지 등으로 깨끗한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정수기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1~2월엔 명절, 3~5월엔 가정의 달 등 가족을 돌아보는 날이 많아 상조나 안마의자, 운동기구 등 가족 관련 상품이 판매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이 렌탈 사업 진출을 선언하자 롯데하이마트는 바빠졌다. 이미 렌탈 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하이마트는 현대의 렌탈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전제품 판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4월부터 ‘장기 무이자 할부 판매’라는 맞불을 놨다.
월 2만900원인 제품의 경우 렌탈을 이용하면 5년간 125만4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할부로 구매하면 106만으로 장기할부가 렌탈보다 19만2000원 저렴하다는 것이 롯데하이마트측의 설명이다. 또한 5년간 총 비용은 10% 이상 저렴하지만 방문관리, 필터교환 등 관리서비스는 렌탈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으며 제품에 따라 2~6개월 주기로 관리 전문가가 방문해 제품 청소와 필터 교체 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정수기 무이자할부 판매 확대는 꼭 현대백화점의 렌탈시장 진출을 의식한 때문은 아니다”라며 “정수기 구매 고객의 80% 가량이 카드 할부 구매를 선호하는 것에 비춰볼 때 앞으로는 렌탈보다는 장기 할부 판매로 시장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여부, 글쎄?
이러한 대기업들의 잇단 렌탈 시장 진출 선언에도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렌탈 사업은 유통망만 가지고 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점검과 수리 등을 위한 확실하고 신속한 사후서비스(A/S) 시스템이 중요한데 이러한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하는데 적어도 3~5년은 걸린다는 설명이다.

렌탈 시장의 터줏대감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도 수년에 걸쳐 전국적인 서비스망과 주력 제품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확보했다.
특히 코웨이가 렌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로 ‘소비자와 접점인 판매 네트워크 체계화’가 꼽힌다. 코웨이는 생활가전을 주로 사용하는 주부들을 사로잡기 위해 렌탈서비스 전문가 ‘코디’를 여성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현재 코디는 총 1만3000명으로 이들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2~3개월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렌탈·케어 사업은 서비스가 중요한데 현대백화점그룹은 방문해서 관리를 해주는 ‘코디’ 같은 서비스조직망이 구축되지 않았다”며 “악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돼 시장이 더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청호 나이스도 같은 의견이다. 청호 나이스 관계자는 “서비스가 중요한 렌탈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유통망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면서 “이미 기존 기업들이 전국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한 만큼 시장 판도가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렌탈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대백화점그룹보다 앞서 렌탈 시장에 뛰어든 LG의 사례가 썩 성공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2009년 4월 국내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기업 진출을 두고 술렁였지만 현재 LG전자의 정수기 렌탈 사업은 다른 가전 시장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다. 올 초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안마의자 렌탈의 경우에도 시장점유율 1위인 바디프렌드(51.4%)에 큰 격차로 벌어지며 LG전자는 2위(9.3%)에 머물러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진출은 렌탈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을 방증한다”며 “렌탈 사업은 제품력은 기본이며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접점이 강화된 인적 인프라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람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