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시장 급성장…2017년 800조원 시장 육박할 듯

#고양시에서 서울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김지영(40)씨는 교통카드를 별도로 갖고 다니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돼 있어, 이를 승차입구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오전 출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소셜커머스 업체를 방문해 두루마리 휴지를 시중 가격보다 30% 가량 싸게 구입했다.
오후에는 점심식사 직후에 은행을 가는 대신 커피전문점에서 스마트폰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친정식구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모으고 있는 가족경조사비를 언니에게 송금했다. 김씨는 “지갑도 있기는 하지만 현금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아 굳이 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이동했던 결제 시장의 중심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금 결제 없는 사회를 넘어 ‘지갑 없는 사회’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지난 2013년 1분기 1조1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에 2분기에는 3조2000억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여러 시장조사 기관에서는 모바일 결제 시장이 매년 30~40%씩 성장해 전 세계 시장이 2012년 1631억 달러(약176조1480억원) 규모에서 2017년 7214억 달러(약779조112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 결제시장의 급성장은 스마트폰의 보급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쇼핑의 활성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서고, 모바일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데다, 모바일 결제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과 수용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략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소비자의 45%가 모바일 결제 사용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또 시장조사기관 닐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지갑을 이용 중인 소비자의 40%가 모바일 지갑을 주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갑 없는 사회의 도래…모바일 결제 급성장
모바일 전자결제 시스템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갑이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간단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현금 결제에서 신용카드 결제로 선회하게 된 주요 배경 중 하나가 현금을 보유하지 않아도 상품을 구입하거나, 결제를 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모바일 결제의 한 걸음 더 나아간 ‘편의성’은 급성장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이에 따라 국내의 결제 대행 서비스(PG, Payment Gateway) 사업자들도 모바일 결제 시장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2011년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나우를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모바일 카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까지 준비하고 있다.

KG이니시스의 경우도 최근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인 K페이를 출시하는 등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사이버결제도 셀프페이라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런 결제 대행 서비스 사업자들은 결제 수수료 수익 증대뿐만 아니라 결제 대행 사업에서의 교섭력 증대라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모바일 간편 결제 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전자 결제서비스 업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도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출시한 ‘삼성월렛’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각종 멤버십 또는 비행기 티켓 등의 정보를 저장하는 모바일 지갑 앱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최근 신한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 6개 카드사 및 결제 대행 사업자 KG이니시스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결제부터 오프라인 결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손안의 은행’으로 진화…아이템 구매에서 송금까지
전체 전자결제 시장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10% 전후한 수준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모바일에서 주로 거래하는 내역을 보면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콘텐츠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 사용자가 늘고,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는 비중도 높아지면서 모바일 결제가 디지털 콘텐츠 결제 수단에서 소위 ‘손 안의 은행’에 한층 가까워졌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게임, 메신저, 쇼핑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아이템 구매, 선물하기, 결제 등의 금융서비스를 연계해 쓰는 ‘사용자 경험’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실물 상품의 모바일 거래 비중이 디지털 콘텐츠의 거래 규모를 넘어서면서 이 같은 변화를 분명히 보여줬다. ‘손안의 은행’ 시대는 이처럼 모바일뱅킹과 모바일결제를 사용하는 이용자 및 거래액 증가를 기반으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는 4298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6.5% 증가했다. 모바일결제 역시 5월 기준 이용자가 1135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180% 늘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41% 비중이다. 모바일결제를 통한 거래액의 경우에도 지난해 4조1000억원에서 올해는 7000억원이 늘어난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모바일 결제 시장은 다날과 KG모빌리언스가 9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국내 최대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본격적으로 전자결제 시장에 진출하면서 모바일 전자결제 시장 구도는 획기적인 변화를 앞두게 됐다.

지난해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 카카오라는 두 개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페이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정보를 카카오톡에 저장해 두고 필요에 따라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에 내재화된 서비스라는 점이 강점이다. ‘카카오선물하기’, 모바일 쇼핑몰 ‘카카오픽’, ‘GS 홈쇼핑’, ‘알라딘, ‘올리브가든’ 등에서 사용가능하며 제휴 쇼핑몰 숫자는 50개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뱅크월렛은 일정한 돈을 가상 계좌에 충전해 현금처럼 사용할 있는 가상 지갑 서비스다. 이 앱에 은행에서 발행한 현금카드 정보를 등록해두면 플라스틱 카드가 없어도 전국 7만5000여개의 현금 입출금기(ATM)에 스마트폰을 갖다가 대는 것만으로 돈을 뽑거나 입금할 수 있고, 친구에게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송금도 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으며 돈을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돼 간편하다.

두 서비스 모두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 사용자가 3700만명에 이르고 있어 서비스 확대는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모바일 전자결제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편의성’이라는 전제를 감안하면,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의 본격적인 등장이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 ‘속도’를 더할 공산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이베이·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도 ‘사업 박차’


국내시장보다 규모가 100배 가까이 큰 해외에서는 굴지의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 이베이는 1998년부터 ‘페이팔’로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페이팔의 시장규모는 180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의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는 30여개국에서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회사는 전세계 1500곳이 넘고, 지난해 기준으로 가입자는 8억명, 연간 결제액이 700조원에 이른다.

애플도 지난해 10월 ‘애플페이’를 시작했다.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대고 지문인증 버튼만 누르면 결제가 되는 ‘편의성’을 극대화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이다. 구글도 지난 2011년 ‘구글 월렛’을 일치감치 내놓았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정보통신 사업자들의 결제 시장 진입은 경쟁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결제 수수료 무료화 등과 같은 기존 결제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책임연구원은 “앞으로는 단순히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서비스, 다양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 제공에 그치는 사업자가 아니라, 결제 수수료 외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확보하는 사업자가 결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성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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