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에 카카오·네이버도 진출 선언

간편결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정부는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천송이 코트’에서 시작된 공인인증서 및 액티브엑스(ActiveX)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다음날 카카오가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발표했고 이어 네이버도 간편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뿐만 아니라 LG U+를 비롯한 이동통신사들도 간편결제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으며 이에 질세라 전자결제 업체인 KG이니시스와 한국사이버결제도 간편결제 시스템을 내놓고 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과 알리바바, 이베이는 물론 구글까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면서 간편결제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폐지되나
정부가 발표한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온라인 상거래시 공인인증서 이외의 대체인증수단 제공 및 non-액티브엑스 방식 공인인증서 개발이고 또 하나는 보안성이나 재무적, 기술적 능력을 갖춘 PG사가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가 외국인의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쇼핑을 막고 국내 인터넷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관계부처와 업권 간에 추가적인 논의와 협의를 거쳐서 전자상거래 간편화 결제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이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정부는 이미 지난 5월 20일 전자상거래에서 카드결제 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다. 이는 공인인증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서 공인인증서 뿐만 아니라 다른 대체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준 것이다. 따라서 카드사와 PG사들은 공인인증서의 사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접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용카드사들이 새로운 결제기술을 채택하지 않는 한 공인인증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정부 측은 하루빨리 대체 인증수단을 도입하기 위해 대체 인증 수단을 도입하는 카드사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경영실태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공인인증서가 폐지되지는 않지만 액티브엑스 기반의 공인인증서는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액티브엑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환경에서만 작동되는 플러그인으로 확장성은 뛰어나나 호환성이 없고 보안에 취약하며 컴퓨터의 성능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액티브엑스가 가진 비호환성은 대한민국을 마이크로소프트의 나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전자상거래도, 인터넷뱅킹도 할 수 없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은 “Active-X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인인증기술방식을 개발하여 올해 9월부터 보급할 것”이라며 “Active-X 기술을 웹 표준(HTML5) 기술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on-액티브엑스 방식 공인인증서가 개발되면 크롬이나 사파리 등의 다른 브라우저에서도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PG사, 카드정보 저장 가능
이번 정부 발표로 PG사들도 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현행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에 따르면  ‘카드번호’는 신용판매 및 결제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저장 가능하지만, ‘유효기간, CVC 등 인증정보’ 저장은 할 수 없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보안성이나 재무적, 기술적 능력을 갖춘 PG사가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하겠다”며 “신용카드 정보를 보유한 PG사에 대해서는 검사·감독을 엄격히 해서 정보 보유에 따른 책임성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PG사가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면  Paypal이나 Alipay 같은 원클릭서비스가 빠르게 확산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G사의 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카드사의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DB)가 PG사와 공유되거나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PG사가 카드회원의 동의를 받아 카드정보 일부를 수집·저장할 수 있게 된다. 즉 카드회원이 전자상거래시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카드정보를 직접 입력하고 PG사에 저장을 허용하는 것이다.

PG사들은 정부 방안을 반기고 있다. 일부 PG사들은 정부 발표 이전에 카드정보를 저장해 원클릭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실제로 정부 발표 이후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는 원클릭 간편결제서비스 'Kpay(케이페이)'의 내부 개발을 완료하고 이르면 9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 한국사이버결제도 자사의 NFC 특허기술을 활용한 간편결제 시스템 ‘셀프페이’를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그러나 PG사의 카드 정보 저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PG사의 정보 공유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특히 PG사가 저장할 수 있는 카드 정보 가운데 CVC가 포함되는지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CVC는 어떤 경우에서도 저장해서는 안 되는 가장 민감한 결제정보이기 때문이다. PG업계 관계자는 “CVC 값까지 보관할 수 있게 한다면 고객의 집 주소뿐 아니라 열쇠까지 받아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측은 논란이 일자 표준약관이 개정되더라도 CVC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전자 결제에 있어 보안성과 편의성은 상충된다. 보안을 강화하면 고객 불편이 커지고, 편의성에 포커스를 맞추면 정보 유출 위험이 커진다.

떠오르는 간편결제
정부가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없이 결제가 가능토록 한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간편결제가 떠오르고 있다. 간편결제란 첫 거래 시 입력한 결제 정보를 보관, 이후 결제할 때에는 다시 결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결제방식이다. 그동안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결제 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해 실제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복잡한 결제방식으로 인한 구매 포기자가 두세 명에 한명 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편결제가 도입되면 결제하기 번거로워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인터넷이나 모바일 쇼핑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내수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결제의 경우 지금까지는 주로 소액결제가 주류였으나 간편결제가 확산되면 시장규모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질 것이 확실하다. 또 멤버십, 할인쿠폰, 마일리지 적립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지갑과 서비스를 연계하면 단순한 시장 규모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G이니시스, 한국사이버결제 등이 PG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정부가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면서 카카오와 네이버 등 모바일 서비스 업자들의 진출 발표에 이어 KT, SK플래닛 등 국내 IT업체와 알리페이를 보유한 중국의 알리바바, 구글 등도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는 모바일 경제 성장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분야”라며 “카카오,네이버 등 IT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진출 선언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카카오톡과 밴드를 등에 업고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한다.

카카오는 충전식 선불형 전자지갑인 ‘뱅크월렛 카카오’'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르면 9월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송금할 수있는 서비스로, 카카오가 만든 가상 지갑 안에 최대 50만원까지 충전, 하루 10만원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15개 시중은행과 손잡았다.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설치한 뒤 자신의 실제 은행계좌 1개를 등록, 은행계좌에 있는 현금을 카카오톡 가상 지갑에 충전하면 된다. 스마트폰 앱에는 거래 은행 현금카드 기능도 넣어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잔액조회도 가능하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번거로운 공인인증절차 없이 온라인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톡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모바일 결제시 간단하게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 회사인 LG CNS와 손잡고 LG CNS의 가맹업체 전반에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운영하는 ‘밴드’에서 소액송금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캠프모바일은 밴드의 특색에 맞춘 서비스인 ‘N빵 계산기’에 소액 송금 기능을 더해 밴드 이용자들이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신의 계좌에서 손쉽게 회비 등을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캠프모바일은 본격적인 서비스를 위해 전자결제 기업 옐로페이와 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네이버는 치열해지는 간편결제 시장 선점을 위해 PG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카카오와 네이버가 간편결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이미 4000만명을 넘어선 카카오톡이나 밴드의 가입자들이 사실상 고객이나 다름없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뱅킹 이용건수 및 금액이 전년대비 각각 18.7%, 1.3% 증가했으며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뱅킹 등록고객 수는 올해 1분기에 4000만명을 넘었다. 특히 모바일 뱅킹 이용건수는 66.5%, 거래 금액은 59.0%가 늘어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모바일 뱅킹은 아직까지 자금이체 등의 실거래보다 잔액 확인 등의 조회서비스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건수에서는 전체 인터넷 뱅킹 이용건수의 39.2%를 차지하고 있지만 거래 금액은 4.1%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카카오톡이나 밴드에 익숙한 고객들은 사용편의성을 증대될 경우 얼마든지 실거래로 이어질 확률이 크고 그만큼 성장 잠재력도 크다.

문제는 보안
문제는 보안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취향에 따라 기존보다 다양하고, 편리한 결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기존 액티브엑스 기반 공인인증서 방식 이상으로 보안을 강화해야한다. 카카오 측은 본인 명의로 개통된 1대의 단말기에서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카카오톡 계정 탈취만으로는 결제도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카카오톡 계정이 도용당해도 다른 단말기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결제수단을 재등록해야 하는데 이때에도 단말기 개통자 명의와 동일한 명의의 신용카드만 등록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 간편결제에 적용된 결제모듈은 금감원 보안인증을 이미 획득한 LG CNS의 엠페이 모듈이 그대로 적용되어 서비스 될 예정이다.

그러나 보안은 여전히 소비자가 간편결제를 꺼리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모바일 전자지갑’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소비자가 전체의 39.5%에 달했으며 그 이유로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을 꼽은 소비자가 절반이 넘었다. 한 보안회사 관계자는 “간편결제가 간편하기는 하지만 얼마나 안전한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카드사와 PG사, 쇼핑몰과 유통업체 등이 모두 하나의 프로세스를 통해 보안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편결제 체계 아래 핵심적인 보안 논의는 온라인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강화, 전체 결제 프로세스 상 보안성 강화로 요약된다.

이와 함께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된 PG사의 신뢰성도 문제가 된다. 최근 모바일결제 시장의 선두 업체인 케이지(KG)모빌리언스가 전산자료 유출 방지 대책 미흡으로 개선 조처가 필요하다는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카드사 역시 서둘러 추진되고 있는 간편결제 확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참여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뒤처져 보일 수 있어 거부하기도 어렵다.

또 보안사고가 났을 때 금융회사와 정보기술업체 사이의 책임소재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간편결제의 도입은 사용자 편의성 증대와 인터넷이나 모바일 거래의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의 효과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러나 보안을 위해 번거롭고 복잡한 액티브엑스 기반의 공인인증서를 사용해도 개인정보 유출은 막지 못했다. 이러한 때에 편의성 증대를 내세워 보안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 놓는다면 정부의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은 금융시장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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