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마케팅으로 경쟁력 회복 나서

지난 21일 오후 서울 사대문 한복판에 있는 종로 통인시장에는 도시락을 들고 반찬을 고르는 직장인과 연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통인시장이 운영하고 있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시락카페를 찾아와 점심식사를 하려는 이들이다.

종종 이 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김민준(42)씨는 “가격이 싼 것도 장점이지만 시장에 파는 음식 대부분을 반찬으로 팔고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과 함께 반찬을 고르기 위해 시장 골목을 누비다 보면 점심시간에 가벼운 운동도 된다”고 덧붙였다.

통인시장의 도시락카페는 시장에 오면 ‘보고’ ‘먹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직접 체험 시켜준다. 도시락카페를 운영하면서 통인시장은 일평균 2900여명이었던 방문객이 지난해 3500여명으로 늘어났다.
통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세일이나 특가판매 행사 보다는 통인시장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찾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시장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고객들의 발길을 그저 기다리는 수동적인 영업에 머물러 대형마트 등의 새로운 유통업태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과거의 전통시장들이 역전의 발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전통시장 시장상인들은 “고객들이 왜 시장을 찾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체험과 재미, 정보와 할인서비스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도입해 자생력을 높이고 있다.

유통전문가들도 시장이 더 이상 시장이 단순한 생필품 공급을 위한 장소에 머물러서만은 승산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창의적인 마케팅을 주문하고 나섰다.

김주영 한국유통학회장은 “고객들이 전통시장을 왜 갈까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생필품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보면 어느 누구든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전통시장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전통시장을 가는 이유는 그것 이외의 못 주는 재미가 됐든 맛이 됐든, 무엇이든 유니크 한 점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학회장은 “그런 점들을 특화시켜야 한다. 기본적인 유통망의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것 보다는 대형마트 등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시장만의 독특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통시장의 특화된 마케팅에 대한 주문은 초등학생 체험 학습, 바자회, 할인쿠폰 등 다양한 형태로 접목되고 있다.

보고·체험하고·즐기고 ‘고객층을 넓혔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역곡북부시장은 어린이상단과 청년기획단 프로젝트와 차별성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어린이상단은 어린이가 상인 돼 물건구입부터 판매, 손익계산까지 하는 경제 교실이다. 또 청년 기획단은 각종 문화공연에 이들을 참여시켜 시장과 대학교, 시장과 청년간의 소통을 지원한다. 역곡북부시장의 주 고객층인 장년층과 더불어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과 청년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여 전통시장에서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시장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통시장의 어린이 체험은 한 줄로 서서 시장통을 지나가며 물건을 구경하거나 장보기를 하는 등 천편일률적이었다”면서 “어린이상단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직접 상인이 돼 물건 구매부터 판매까지 하는 것으로 미래 고객들이 전통시장에서 경제를 배우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정릉시장도 단순 장보기 체험을 넘어선 초등학생 체험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정릉시장의 ‘초등학생 창의 체험학습’은 실내 수업과 현장체험학습 두 가지 방식이 섞인 형태이다. 실내수업은 경제 개념 잡기 강의와 올바른 소비자의 역할 교육을 통해 전통시장의 유의미성을 찾는 토론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외수업은 아이들에게 시장 쿠폰을 나눠주고 직접 장을 보면서 한 체험을 워크북에 적어 조별 발표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시장 관계자는 “우리 시장은 30~40대 젊은 주부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조금이나마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젊은 주부들의 자녀 연령대가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되지 않냐”고 말했다. 지역초등학생들에게 전통시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현장 체험을 통한 경제개념도 자연스럽게 심어주면서 그들의 부모인 젊은 주부들을 자연스럽게 고객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복안인 셈이다.

바자회·지역축제 연계한 감성 승부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전통시장의 달라진 모습이다. 고객이나 지역민을 위한 역할을 전통시장이 해줘야 궁극적으로 함께 상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나눔 실천의 바탕에 깔려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실천이 전통시장의 이미지 개선과 맞물리면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 종로광장시장은 나눔 실천에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광장시장에서는 육의전체험축제와 연계한 사랑나눔 장터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종로구청, 동사무소, 독거노인 돕기 봉사단체 등이 주 기부 대상이다.

연례행사로 열리는 사랑나눔 바자회에는 지역 특산품과 상품 판매 부스가 20여개 있다. 또 시장 상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경품 추첨도 이뤄진다. 장소는 청계천 광동교 일원이다.

시장측은 사랑나눔 바자회의 성공 포인트를 4가지 정도로 꼽았다. 우선 특산품의 원가 세일판매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 것과 행사 참여 요원을 직능별로 조직해 철저하게 업무분담을 한 것이다.

여기에 수익금의 성금 기탁으로 고객과의 공동 목표를 추구하고 현수막과 전단지 뿐만 아니라 티켓도 홍보에 활용하면서 참여의 기회를 늘린 것이 성공의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광장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이런 행사를 기획하지 않았다면 종로광장전통시장은 지금도 예전 모습 그대로 일 것”이라며 “지역 지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오는 고객들을 상대하고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줌으로써 시장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릉에 있는 성남시장은 소박하지만 정겨운 지역축제인 ‘감자전축제’로 피서객들의 발걸음을 전통시장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비키니를 입고 장을 본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비치웨어에 가벼운 가운을 걸치고 장을 보는 피서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성남시장의 감자전축제는 지난해가 3회였다.

해수욕장에 집중되는 피서경기를 도심의 전통시장으로 확산시킬 목적으로 강릉시와 시장경영진흥원이 힘을 모아 ‘비키기 입고 전통시장 장보기’를 진행했다.

피서객들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1~2시간 동안 시장을 돌며 감자 깎기 대회, 감자전 만들기 등 시장이 준비한 이벤트에 참가하고, 감자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해 간다. 감자전에 소주를 곁들이며 장터의 정취도 맛 볼 수 있다.

이 같은 성남시장의 감자전축제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농작물인 ‘감자’를 내세운 이색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행사기간 동안 매일 2500여명 정도의 고객들이 시장을 방문했다는 것이 상인회의 설명이다.

성남시장 상인회는 “축제행사를 거듭하면서 우리 시장이 얻은 최대의 성과는 상인들의 단결력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전통시장, 인터넷을 품고 날개
서울에 있는 수유전통시장은 전국 어디서든 안방에 앉아서 시장 점포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다. 포털 다음의 로드뷰 서비스를 통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시장 입구와 주변에 대해서만 로드뷰가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단계 더 인터넷 공간 속의 소통에 다가간 셈이다.

로드뷰를 통해 수유시장 내 점포들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다 보이니 고객들은 시장을 방문하기 전에 어디에 들를지, 무엇을 살지 미리 결정할 수 있다. 또 가게마다 진행되고 있는 이벤트 쿠폰을 다운받아 직접 사용할 수도 있다.
수유시장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은근히 많다”고 전했다.

수유시장의 인터넷 환경 활용은 생동감 있는 홈페이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홈페이지 상단 메뉴는 이벤트, 구경거리, 먹거리, 살거리, 시장과 문화, 시장갤러리 등 시장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구성됐다.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홈페이지 또는 어플도 개발하는 시장이 늘고 있다”며 “모바일 홈페이지는 PC화면을 그대로 옮겨오지 말고, 어플을 개발하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에 있는 한민시장은 전통시장에서는 생소한 ‘모바일 마케팅’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은 사례이다.

모바일 마케팅을 활용한 지난해 ‘한민시장 세일·경품 행사 고객사은 대축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줬다. 고객이 한민시장 상인회로 응원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 문자를 보낸 모든 사람에게 경품 또는 할인쿠폰이 당첨되도록 하는 행사였다. 8일간의 행사기간 동안 이벤트에 참여한 전체 문자가가 9532건이었고, 시장을 방문한 고객이 8036명이었다. 

행사기간 동안 시장 내 상인들의 매출도 크게 올랐다. 한 상인은 “내방객의 90% 이상이 문자 소지 고객이었다”며 “처음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할인 부럽지 않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송북시장은 공용쿠폰과 할인 카드를 보급하면서 고객들의 꾸준한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다.
상인회에서 제공하는 미소나눔 카드는 제시하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구매금액의 5%를 쿠폰으로 제공해 온누리상품권 교환이나 경품행사 응모권으로 활용하도록 해 최대 10%의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니 경쟁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상인들이 반대하는 등 어려움은 있었다. 공용쿠폰으로 5%를 할인해 주는데 미소나눔카드로 5% 할인을 더 해주면 손해 보는 장사를 하라는 것이냐고 반대를 했던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의 반응이 높아지자 오히려 상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상인회 관계자는 “카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송북시장을 찾는 사람들 역시 늘어날 것이라며 추가로 요청하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에 있는 내토시장도 할인쿠폰으로 전통시장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3% 할인쿠폰을 도입하면서부터 젊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 온갖 하인과 적립 혜택에 익숙한 젊은 새댁들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주요한 요인이 할인쿠폰이라는 설명이다.

내토시장 상인들은 할인쿠폰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시켰다. 지난해 홀로그램을 삽입한 도용방지 할인쿠폰을 제작했고, 구매금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던 쿠폰도 1만원 단위 상품 구입시 300원으로 일원화 했다.

쿠폰의 활용처도 다양화했다. 기존의 주차쿠폰을 없애고 할인쿠폰으로 주차요금을 낼 수 있도록 했고, 내토시장의 쉼터인 ‘커피향기’ 커피값도 쿠폰으로 받았다. 시장 내 노래교실 회비도 쿠폰으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활용처가 확대되면서 새 쿠폰제 시행 6개월 만에 8000여장의 할인쿠폰이 발행되는 등 반응이 뜨거워졌다. “시장의 상인들은 제천 시민 모두가 지갑 속에 내토시장 3% 할인쿠폰을 10장 이상씩 넣어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상인회의 언급은 시장의 모습을 바뀌게 한 할인쿠폰의 위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금융사, 특화 금융지원으로 ‘전통시장 끌어안기’           

은행과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전통시장을 품에 안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지원 등에 나서는 한편 카드사는 전용 할인카드를 출시하면서 전통시장 고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전통시장 측은 이 같은 움직임에 환영하면서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카드는 국내 처음으로 전통시장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전통시장W카드'를 출시했다. 전국상인연합회와 제휴해 출시한 이 카드는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5%를 할인해 준다.
앞서 우리은행은 국내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관악 신원시장, 안양 남부시장, 대전 신중앙시장 및 경기 금촌시장 등의 시장에 우리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했다.
또 카드단말기 400대 무료 보급에 지원한데 이어 이번 카드사에서 전통시장 특화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우리 전통시장W카드'는 장보기가 집중되는 시간대인 평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그리고 주말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전국 어디서든 전통시장(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한함)에서 카드를 사용할 경우, 5% 청구할인 서비스를 월 최대 5만원(건당 최대 1만원, 월 5회)까지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달 말 전국 전통시장 37개를 인근 영업점과 매칭해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은행은 1∼2인 자영업자가 많아 은행창구 방문이 여의치 않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시장 내에서 통장 및 체크카드 신규, 전자금융 신규 등을 처리 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도 전통시장에 초점을 맞춘 체크카드를 내놓았다.
새마을금고 MG 라이프(LIFE)체크카드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전통시장 중 시장경영진흥원 지정 전통시장 가맹점에 대해서 상품가격을 5% 깎아준다.
윤진명 전국상인연합회 홍보위원은 "요즈음 현찰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냐"며 "(시장)고객유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위원은 "협회 이사회를 통해 각 시장 점주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권할 것"이라며 "사업자등록이 안 돼 있는 시장상인들은 신규사업자 등록도 유도해 (카드)결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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