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 오디션까지…이색 면접 눈길

몇 해 전 한 방송사에서 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학력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지원 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화제가 됐었다. 당시 해당프로그램 PD는 “필요한 인재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학력 철폐 등 진정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일면서 기업들의 인재 채용도 변화하고 있다. 정형화된 채용에서 탈피해 자사가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독특한 채용방식을 선택하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SPC, 맛과 향 구별 능력 ‘관능 평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 신입사원이 되고자 한다면 지원 분야에 상관없이 ‘관능 평가’와 ‘디자인 역량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식품회사인 만큼 맛과 향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감각을 지녀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반영된 것.
관능 평가에서는 소금물의 농도를 5단계로 구분해 진한 순서를 찾아내는 테스트나 제시된 샘플과 똑같은 맛을 고르는 테스트, 제시된 시료의 향을 파악하는 테스트 등 맛과 향을 구별해내는 능력을 평가한다. 문제는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 또 입사지원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평가하는 ‘디자인 역량평가’는 2009년 상반기부터 창의력 테스트의 일환으로 도입, 구도나 색상의 조화 등에 대한 감각과 공간지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테스트한다.
SPC관계자는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식품에 대한 애정을 가지기 쉬워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며 “디자인 역량평가 또한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제품과 패키지, 점포 인테리어 등 디자인적인 안목을 테스트하기 위해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브자리, 스펙보다 건강
침구업체 이브자리는 학력과 연령에 제한이 없는 ‘열린 채용’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신 ‘고객에게 건강을 제공하는 기업답게 임직원 스스로가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기업 모토에 따라 18년째 ‘체력검정’과 ‘산행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면접점수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도 높다.
면접 당일 오전 서울 불암산을 등반하고 오후에는 헬스클럽에서 빠르게 걷기, 오래 매달리기, 턱걸이 등 체력 테스트가 진행된다.
그렇다고 체력 좋은 응시자만을 위한 면접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개인별 차이를 존중하고 체력 테스트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 등을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
지원자와 이브자리 임직원이 함께 자유롭게 대화하며 산을 오르며 정상을 향하는 틈틈이 지원자들은 미리 구성한 조원들끼리 정상에서 발표할 조별미션을 연습한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극기심, 배려심, 조직 적응력 등을 평가, 인재를 가려내는 방식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콜드스톤, 개인기 오디션 실시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콜드스톤은 크루(crew, 파트타이머) 채용 시부터 일반적인 절차가 아닌 ‘오디션’이라는 독특한 채용 방식을 통해 사람을 뽑는다. 단순 면접이 아니라 춤과 노래 등 다양한 끼와 재능을 보겠다는 것. 이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아이스크림 뿐 아니라 즐거움과 기쁨을 전달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Happy people make people happy’라는 이념에서 비롯된 면접 방식이다. 
실제로도 콜드스톤은 고객이 콜드스톤 매장을 찾았을 때 크루가 던진 아이스크림을 컵에 받은 고객에게 제품을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나 아이스크림 묘기 등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콜드스톤만의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샘표, 요리로 인성·창의력 평가
샘표식품은 1차 서류전형과 2차 인·적성 검사를 거쳐 올라온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상황면접, 요리면접, 팀장, 임원면접 등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다. 이 중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요리면접은 ‘먼저 요리를 알아야 주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박진선 샘표 사장의 지론에서 도입된 면접이다.
4~5명이 한 조가 돼 주어진 음식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면접관들에게 요리의 주제와 특징 등을 자유롭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샘표의 요리면접은 얼마나 요리를 잘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요리를 만들어 내는지를 평가한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팀워크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 얼마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요리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지, 과정 등을 통해 면접관들은 구직자의 성격과 특징 등을 체크하게 된다.
이성진 샘표 인사팀 차장은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대면면접으로는 잘 알 수 없는 개인의 인성이나 팀워크, 리더십, 창의력 등 다면적인 면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도, 라면 시식 면접
팔도는 신입사원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라면 시식면접’과 ‘직무역량면접’을 진행한다. 면접은 면접관이 지원자에 대한 스펙이나 지연, 혈연 등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일체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면접으로 실시된다. ‘라면 시식면접’은 자유로운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며, 지원자들이 라면 제품을 시식하고 맛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개선점,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를 면접관이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라면과 회사에 대한 생각과 관심도를 통해 식품기업 인재로서의 적합성을 평가 받게 된다.
‘직무역량면접’은 담당 직무(영업·생산·연구·디자인)에 맞는 역량을 평가하는 면접으로 직무 적합도와 육성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팔도의 인재상인 ‘고객존중, 정직한 열정, 프로의식’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면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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