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는 물론, 헛소문까지 활용…그야말로 ‘체계적’사찰

이마트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고용노동부까지 특별팀 가동에 나섰을 정도다. 왜 그랬을까? 직원들의 불법사찰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노동부는 이마트를 압수수색했다.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오던 이마트가 일부 직원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노웅래,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마트의 노무관리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마트가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월마트 출신 전 모 씨 등 사원 3명을 문제 사원을 의미하는 ‘MJ사원’으로 지칭하고 이들이 세력을 결집한다면 징계나 해직으로 해결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기록했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이마트의 노무관리는 사실상 직원 감시와 사찰 시스템이라고 폭로한 것이다.
이에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이마트 사태는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면 이것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될 일”이라며 서울청에 특별근로감독 파견을 지시했다.
서울청은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이마트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이후 조사 기간을 이달 15일까지 연장하고, 근로감독 대상도 전국 24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마트 측에선 증거자료 제출을 소홀히 하는 등 근로감독을 받는 동안 불성실한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은 조사에 어려움을 겪자 검찰청에도 고발장이 접수한 점을 감안, 검찰 도움을 받아 이날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임무송 서울청장은 “그동안 제기된 이마트의 불법행위와 노조법 위반 문제 의혹에 대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책임소재 분명히 밝힌다”
고용부가 이날 이마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함에 따라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조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지금까지 이마트와 관련해 제기한 의혹들은 ▲직원 불법사찰 ▲노조설립 방해 등 부당해위 ▲일방적인 해고 ▲공무원 밀착 관리 등으로 다양하다.
이마트는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감시하고 사생활을 캐내는 등 불법 사찰을 실시했다. 신세계그룹은 아예 노조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취업규칙까지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경영 선도기업’을 앞세워 온 신세계에서 벌어진 불법적 행위들은 치밀하게 진행됐고 적나라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이마트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측은 지난해 10월 노조를 설립했다 해고된 전수찬 위원장을 포함한 34명을 ‘MJ(문제) 인물’로 분류하고 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회사 직원과 그들의 연인관계, 술자리 등까지 감시하고 이를 문서로 만들어 노무담당자들끼리 공유했다. 직원의 여자친구가 민주노총에 근무한다는 사실까지 보고됐다. 심지어 1만5000여명의 직원들이 양대 노총 사이트 회원에 가입돼 있는지를 조회하고 회원인 직원은 해고했다.
심리전을 활용한 여론몰이까지 자행됐다. 이마트는 전수찬 위원장의 해고와 관련, 지점장과 인사·지원팀 간부들에게 e-메일을 통해 “사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서 당연히 ‘짤릴’ 짓을 했다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입소문을 내는 구체적인 예시까지 대화문 형태로 제시했다.
민주당 측은 “이마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신세계 그룹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세계가 작성한 ‘복수노조 관련 참고 솔루션’ 문건을 보면 직원들은 MJ(문제)·KS(관심)·KJ(가족·친회사적) 등의 영문 약자로 분류됐다. MJ·KS는 면담을 통해 핵심 주동자, 가입자, 가입 예상자, 가입 가능자로 또 다시 분류하고 핵심 주동자는 징계하는 방안을 세웠다. 직원들을 5단계 등급으로 나눠 퇴출하거나 밀착 사찰해야 할 이들은 따로 관리할 만큼 체계적이었다.
신세계그룹은 또한 2011년 8월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신세계SI 등 10개 계열사에 ‘취업규칙 개정 가이드’를 전달했다. 회사비방이나 집단행동을 하거나 유인물·현수막 등을 게시하면 징계해직할 수 있게 했다. 연차유급휴가 사용 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조항이 추가됐고 이를 근거로 전수찬 위원장을 해고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조합원 3명으로 출범한 이마트 노조는 현재 2명이 해고됐고, 1명은 강등된 상태다. 반면 2011년 ‘취업규칙 개정 가이드’를 계열사에 발송한 당시 허인철 신세계 경영전략실장은 지난해 11월 이마트 대표이사로 전격 승진했다.
대기업의 직원 사찰 문제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그룹의 행위는 ‘무노조 경영’에 대한 욕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마트 불매” 심판이 시작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일회성 폭로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최근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마트의 불법적 행위들이 공개로만 끝난다면 신세계그룹은 더 치밀하고 은밀하게 직원들을 탄압할 것”이라며 “먼저 허인철 이마트 대표가 직원들에게 사과해야하고,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사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발족했다. 이마트 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5일 이마트 은평점 앞에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리경영을 공표하고서 실제로는 직원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노조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이마트는 비상식·비양심 그 자체”라고 비판하고 노동법을 무시하는 노조경영 방침에 대한 사과, 해고자 복직, 재발 방지 대책 공개 등을 요구했다. 요구사항이 거부되면 전국민적인 불매운동과 1인 시위, 집회투쟁 등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미 경북 구미 지역에선 이마트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구미참여연대, 녹색당 구미모임 등 구미지역 9개 시민·정당단체는 25일 “이마트는 민주노총이 발행한 ‘노동자 권리찾기’ 안내수첩이 사무실에서 발견되자 관련자를 색출하고 양대 노총에 가입한 직원을 해고하는 등 불법적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이마트 구미점, 동구미점, 이마트 에브리데이 형곡점에 대한 불매운동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마트 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을 신고센터를 운영, 이마트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공무원 300명 입막은 ‘밥값 19억’ 
한편 신세계 이마트 앞에서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시까지 무기력했다. 노동자를 대변해야 할 노동부 공무원이 오히려 기업 측에 유리한 정보를 줬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는 수백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을 따로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매체에서 공개한 ‘노사관리 대외인적 네트워크’ 문서에서 이마트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시청·구청 공무원, 노사정위원회 공무원 리스트를 작성해 밀착 관리해왔다. 그 인원만 300명이 넘는다.
이마트의 대대적인 공무원 관리는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기획됐을 소지가 크다.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 인사팀이 2011년 4월 각사 대표이사에게 보낸 ‘노동부 집중 근로감독 예정에 따른 대비 강화’ 공문에 따르면 정보관리 체계 강화를 위해 ‘대외 네트워크 구축’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는 같은 달 ‘점포 예산증액 진행안’을 만들어 점포별로 식대성 경비를 늘릴 계획을 세웠다. 문건에는 “복수NJ(노조)가 시행됨에 따라, 사전대응 차원에서 각 대관기관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 강화의 필요성이 요구돼 점별 식대성 경비의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점포별로 월 30만~140만원 수준이던 식대성 경비를 3500만~3840만원으로 증액하는 안을 마련했다. 이 문서대로 증액됐고, 기존 식대성 경비 대부분이 같은 목적으로 쓰였다면 많게는 연간 19억원에 가까운 돈이 공무원 접대·관리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가 노동부 직원으로부터 노동계 정보까지 입수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2010년 2월 작성된 ‘노동계 동향’ 문건에서는 10~30대들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설립 준비에 들어가자 ‘외부첩보’라고 지칭한 ‘노동부 지인’에게서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돼 있다.
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이 이마트 측에 유리한 조언을 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도 관리 대상이었다. 이마트 직원들 사이에 오간 e메일에는 야구경기를 보러간 공정위 직원들에겐 이마트 직원들이 치킨·양주 등을 제공했고, 102만원치 식사 접대를 하기도 했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 팀장은 “기업의 부당노동을 감시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기업에 ‘협조’하는 형국으로, 노동부는 내부 직원들의 의혹을 적극 조사해야 한다”며 “노동부에 법적인 책임을 추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겨냥 치졸한 ‘헛소문 공작’ 
이마트노조 등은 “이마트의 불법사찰과 노조탄압 사례는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믿고 싶지 않을 정도”라며 “이마트에 대한 사법처리 상황을 지속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수찬인가, 걔 잘렸대~ 19일 동안 무단결근했다며?”
“점포에서는 계속 출근하라고 했다는데, 일방적으로 아프다고 휴직했대~.”
“근데 그렇게 아프다는 애가 매일 1인 시위하고 다녔대~. 그 먼 광주까지 가서.”
“전수찬이 무단결근하는 바람에 (임신 5개월 여사원이) 아픈데도 혼자 행사 준비 다 했대~.”
최근 한 언론매체가 입수해 보도한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의 내용 중 일부다. 이마트 인사담당기업문화팀 이모 과장이 지난해 11월 각 지점 점장과 인사·지원팀 간부에게 보낸 e메일 ‘전수찬 징계 해직 관련 입소문 자료’에는 구체적인 입소문 문구까지 적혀있었다. 전수찬은 지난해 11월 해고된 이마트 노조위원장이다.
자료에는 ‘강압적이고 주입적인 느낌을 사원들이 가져선 절대 안 된다’ ‘흡연실이나 휴게실에서 자연스럽게 대화 형식으로 진행할 것’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서 당연히 짤릴 짓을 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하면 될 것’ 등의 주문까지 붙어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당사자인 전 위원장은 “날 해고하는 이유가 정당하면 대놓고 알리면 되는데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비열한 방식으로 나를 몰아세웠다”며 “같은 직원으로서, 같은 사람으로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측은 “이마트의 이 같은 노무 관리는 동료를 배신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폭력 혹은 회유라는 전통적인 노무 관리보다 더욱 악질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마트주 4거래일째 하락… ‘이중고’

13일 증시 전문가들은 내수 부진에 따른 업황 악화와 정부 규제 등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수익성이 가뜩이나 안 좋아진 상태에서 이마트 압수수색까지 맞물리면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센티멘트(투자심리)가 모두 타격을 받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마트 사태를 포함해 최근 신세계그룹에는 악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신세계 이마트 본사와 동광주·구미·부천·신도림·동인천·수지점 등 점포 10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작년 이마트가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직원 사찰, 인력 퇴출 프로그램 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된 내부 문서가 유출된데 따른 것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정용진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5일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12시간 동안 소환 조사를 받았었다.
신세계는 사업적으로도 인천터미널 부지 매입과 관련해 인천시·롯데와 복잡한 소송 전에 얽혀 있는 상태다. 한 증시 전문가는 “이마트 압수수색에 따른 피해 규모를 수치로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이번 압수수색 사태가 투자심리에 끼칠 악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도 이런 분위기는 반영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는 지난 5일 이후 9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이마트는 전 거래일보다 0.66% 하락한 22만5500원에 거래됐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이마트 압수수색이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단기적인 반면, 업황부진에 따른 펀더멘털 훼손은 중장기적 문제라며 후자에 방점을 찍었다.
한상화 동양증권 연구원은 “2월에 들어와 보니 국내 경기회복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 결국 하반기에나 회복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올해도 업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규제도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수익성에는 결정적인 악재다. 황용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2분기부터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시작됐음을 감안할 때 작년 1분기와 비교되는 올해 1분기는 역신장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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