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도덕성 해이와 전문성 부족…외국계 기업 2/3 시장 점유

지난해에도 국내 다단계판매 업계에는 외고내저(外高內低) 현상이 가시지 않았다. 매출액 기준 상위 3개사인 한국암웨이와 한국허벌라이프, 뉴스킨코리아 등이 모두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이며 이들 3개사의 예상 매출액 합계는 2조원 남짓으로 다단계판매 업계 전체 예상 매출액 3조 3600억원의 6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매출 기준 탑 10 기업 안에 멜라루카코리아가 합류, 처음으로 탑 10 기업 가운데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이 5개사가 될 것으로 전망 된다. 이에 본지는 토종 다단계판매 기업이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단계판매 기업의 주요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매출 상위 10개사에 들었었던 기업은 한국암웨이 등 외국계 6개사와 제이유네트워크 등 한국계 15개사 등 모두 21개사이다. 이 가운데 2013년 1월 현재 생존해 있는 다단계판매 기업은 한국암웨이, 하이리빙 앨트웰 등 모두 14개사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업종을 변경한 썬라이더코리아를 포함하면 모두 15개사가 생존해 있다.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은 모두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는 반면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은 제이유네트워크, 다이너스티, 위베스트, 에스티씨, 월드종합라이센스, 디지털씨씨엠 등 6개사가 문을 닫아 현재 영업하고 있는 기업은 9개사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매출 기준 업계 탑 10에 올랐던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은 모두 살아남은데 비해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은 57%만이 살아남았다.

또 탑 10 기업 가운데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 2004년과 2005년 각각 24.08%, 28.59%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1년에는 78.02%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80%선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한국암웨이, 한국허벌라이프, 뉴스킨코리아 등 3개사는 한국허벌라이프가 2004년에 탑 10에서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탑 10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다단계판매 업계 빅3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들 3개 업체는 2009년 업계 전체 매출의 51.23%, 2010년 56.71%, 2011년 62.08%를 차지하는 등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2012년에도 이들 3개사는 빅3의 위치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매출 비중은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011년 10위로 처음 탑 10에 진입한 유니시티코리아가 2012년에는 700억원에 가까운 매출로 순위가 다소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멜라루카인터내셔널코리아가 새로이 탑 10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와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도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매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물론 에이본코리아의 철수와 모나비코리아의 부진, 일본계 다단계판매 기업의 전반적 약세 등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 간에도 명암의 교차는 있지만 사실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의 성장은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반해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어떤가. 한마디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한국암웨이를 제치고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제이유네트워크가 시장에서 사라진 것을 비롯해 위베스트코리아, 다이너스티코리아, 에스티씨, 월드종합라이센스, 디지털씨씨엠 등도 다단계판매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02년 26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던 하이리빙도 2012년에는 800억원 대의 매출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앤알커뮤니케이션도 2008년 1750억원의 매출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반짝했던 아이쓰리샵과 씨엔커뮤니케이션, 휴먼리빙 등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앨트웰은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09년 영업을 시작한 애터미만이 무서운 기세로 한국암웨이 등 빅3 기업을 추격하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 대부분은 군소(群小)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 때문에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외국계 기업들처럼 꾸준한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이 외국계 기업보다 생명력이 약한 원인은 크게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외적인 면은 R&D 및 제조 능력의 부족이고 내적인 면은 다단계판매를 그저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 다단계판매에 대한 철학과 장기 비전 없이 ‘되겠지’ 하는 턱없는 기대 혹은 한탕주의로 다단계판매 기업을 만든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다.

 

철학의 부재

기본적으로 다단계판매는 팔기 위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팔기 위해 선택하는 유통이다. 즉 유통을 먼저 생각하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먼저 선택하고 이를 팔기 위해 다단계판매를 선택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 과정이 뒤바뀌면 다단계판매는 그때그때 팔기 쉬운 제품만을 판매하게 된다. 이렇게라도 많이 팔면 좋으련만 판매원들에게 지급해야할 수당으로 인해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힘들어진다. 이는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확고한 철학 없이 그저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다단계판매를 생각한다면 오랜 생명력을 가진 다단계판매 기업은 나타나기 힘들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철학과 함께 또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도덕성이다. 도덕성이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남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 더불어 배려하는 능력,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조절하는 자제능력 등이 모두 도덕성이다. 다단계판매에 있어 경영진의 도덕성이 중요한 것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의 판매원들은 외국계 기업의 판매원보다 비교적 자주 회사를 옮긴다. 이는 판매원 자신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변심이 잦은 사람들은 한국계 기업의 판매원이 되고 한번 정하면 끝까지 밀고 가는 사람들은 외국계 기업으로 간다는 얘기는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의 평균 수명이 외국계보다 짧은 것도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의 판매원들이 자주 회사를 옮기는 한 원인이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오너 및 경영진의 전횡이다.

한국계 기업에서 최고 직급까지 달성했으나 지금은 외국계 기업으로 옮긴 다단계판매원 A는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은 레그변경, 공구좌, 잦은 보상플랜 변경 등 오너의 전횡으로 판매원들의 마음이 쉽게 떠난다”며 “판매원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판매원이 돈 벌러 왔으니 벌려면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단계판매 기업에 있어 사실 가장 중요한 자산은 다단계판매원들이다. 다단계판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우수한 능력을 가진 판매원들을 충분히 영입하는 것이다. 다단계판매 기업이 확보한 좋은 제품을 실질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판매원이요 매출을 올리는 것도 판매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운 기업이 다단계판매 시장에 진입할 때에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판매원의 확보다. 이를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내걸며 심지어 타 다단계판매 기업의 판매원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사이닝 보너스를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판매원 B는 “외국계 기업은 판매원과의 소통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계 기업은 시키는 대로 하라고만 한다”며 “판매원 때문에 돈을 벌지만 판매원을 아르바이트생 정도도 생각 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 판매원은 “한국계 기업에서는 경영진과 친분을 쌓는 것이 최고의 능력”이라며 “오너보다 판매원이 더 많이 버는 것도 탐탁찮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판매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저 일선의 영업사원이나 그 이하로 여긴다. ‘내 회사에서 너희들이 돈을 벌어가고 있으니 알아서 기어라’라는 심사다. 그러다보니 사업자를 위한 정책이 나오기 쉽지 않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상위 판매원의 불만에 본사 대표나 회장들이 직접 그 고충을 들어주는 것에 비하면 많은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차이가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의 판매원들이 외국계에 비해 자주 회사를 옮기는 원인이다.

이와 함께 장기비전의 부재도 문제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확고한 철학 없이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다보니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로드맵 자체가 없다. 항상 단기 실적에 급급하기만 하고 R&D나 제조시설 확보 등 장기 투자에는 인색하다. 실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전전긍긍하며 단기간의 적자에도 바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조금만 길어지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마디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전략은 없는 채 그때그때 국면에 따른 얄팍한 전술만 있는 셈이다. 이런 기업이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운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훼손한 것도 대부분 한국계 기업으로 인해 터진 사건들 때문이다. 제이유네트워크를 비롯해 다이너스티, 위베스트 등 공제조합이 생긴 이래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다단계판매 기업은 모두 한국계 기업이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확고한 철학은 물론 최소한의 도덕성도 없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다단계판매를 악용한 것이다. 그 결과 다단계판매는 피라미드 상술이나 유사수신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R&D 및 제조 능력 부족

다단계판매는 유통산업이다. 유통산업이란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 재화와 서비스를 이전시킴으로써 장소 및 시간의 효용성을 창출하는 활동(유통활동)과 관련되는 산업이다. 유통은 경제의 곳곳에 혈관처럼 뻗어 생산과 소비를 이어줌으로써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유통산업은 소비자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소비 패턴의 변화를 제조업체에 전달하여 제조업체의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을 촉진하고,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로 제조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 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다단계판매 업체는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니다. 단순한 유통업체라면 좋은 상품을 구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팔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 과정 중에 더 많이 팔기 위해 광고·홍보 등의 마케팅을 펼치게 된다. 다단계판매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주력 제품들은 더 좋은 제품이기는 하지만 더 저렴한 제품은 아니다. 사실 다단계판매 업체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하는 제품은 주력 제품이 아닌 구색 제품일 뿐이다. 다단계판매 기업이 주력 제품마저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의 성공은 어렵지 않다.

다단계판매 기업에게 있어 R&D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쟁 제품보다 품질과 기능, 성능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제품, 더 비싼 가격을 받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신제품만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 수 있는 제품, 기술적으로 앞선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시장의 구매력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가격 정책도 개발해야 한다. R&D 부분에 있어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다.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 대부분은 자체 R&D 센터 및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암웨이의 경우 미국과 중국 상하이 등 두 곳의 메이저 R&D 센터에 이어 최근 인도에 새로운 R&D 및 제조시설 설립을 발표했다. 허벌라이프도 미국 LA에 허벌라이프 제품 및 과학 센터를 두고 있으며 UCLA에 마크 휴즈 세포 및 분자 영양 연구소의 설립 자금 지원 및 여러 대학과 자사 제품의 임상 연구 및 리서치를 하고 있다. 뉴스킨 역시 자사의 연구개발 센터를 통해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바이오테크날러지 기업 ‘녹스 테크날러지’를 인수하고 중국에서의 매출 확대를 위해 중국내에 새로운 R&D 센터 설립을 발표 했다. 이 밖에 유사나헬스사이언스는 창립자 마이런 웬츠 박사의 연구소에서 시작 됐으며 매나테크 역시 R&D를 통해 많은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R&D 센터를 갖고 있지 않거나 있다 하더라도 제품 소싱을 위한 제휴 형태인 경우가 많다. R&D 센터가 없으면 다단계판매 기업은 제품을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제품을 소싱하기에 급급해진다. 결국 나만의 독창적이고 앞선 제품은 없이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제품보다 조금 더 좋은 제품을 매입하거나 만들어서 판매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한 원인이 된다.

R&D의 부족은 대표상품의 부재로 나타난다. 자사를 대표할 만한 자신 있는 상품은 없고 고만고만한 상품을 되는대로 출시, 자칫 만물상 같은 모양새가 되기 쉽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고 시간은 무한대가 아니며 기업의 마케팅 자원은 한정돼 있다. 너무 많은 상품을 죽 늘어놓기만 한다면 소비자는 그중 하나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면 선택과 집중은 필수다. 주력상품의 존재감이 약한 기업은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힘들어져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파레토 법칙이 있다. 일명 2080 법칙이라고 하는데 전체 상품의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20%의 상품에 자원을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단계판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다단계판매 매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최다 매출 품목 한 가지가 차지하는 전체 매출 비중은 한국암웨이가 8.84%, 한국허벌라이프가 12.21%, 뉴스킨코리아가 9.44%, 유니시티코리아가 12.15%였으며 매출이 상승한 애터미가 28.41%, 웰빙테크가 10.16% 이었다. 반면 매출 하향세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하이리빙은 4.04%, 앤알커뮤니케이션은 6.92%에 머물렀다. 모티브비즈는 최다 매출 품목의 비중이 52.93%지만 품목이 3가지뿐이어서, 앨트웰 역시 45.14%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정수기필터라는 소모품이어서 논외다.

다단계판매는 매우 특수한 유통 방식이다. 다단계판매에 적합한 제품은 주기적으로 재구매가 일어나고 시중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앞서고 기능이나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다. 이에 더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다단계판매가 아무리 특수한 방식의 유통이라 해도 그 근간은 소비자의 확보다. 요즘 시대에 소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필요한 상품 구매와 관련한 온갖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다단계판매에 있어 R&D가 필수인 이유가 된다. 열악한 R&D는 앞서가는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에 있어 R&D에 적극적인 투자가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다단계판매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직접판매 대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다단계판매 기업은 하나도 없다. 국내에서조차 시장의 2/3를 외국계 기업에게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다단계판매원들은 한국계 기업과 외국계 기업은 출발부터가 다르다고 말한다.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 대부분은 이미 자국내에서 기반을 잡았거나 충분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은 대부분 충분한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다단계판매업을 시작한다. 이 점에서 외국계 기업의 강세는 수긍할만하지만 최근 들어서 한국계 기업의 위상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반면 외국계 기업의 매출 성장세가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은 한국계 기업에게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에게 있어 다단계판매가 갖는 가장 큰 이점은 마케팅 비용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단계판매는 마케팅 비용을 매출이 일어난 만큼만 매출이 일어난 후에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게 있어 마케팅 비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고도 실패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대박 나는 제품도 있다. 다단계판매가 중소기업 제품의 유통 경로로 적합성을 띠는 것도 중소기업의 열악한 자금력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 대비 효과의 불확실성은 기업의 크기가 작을수록 위험부담이 커지게 한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좋은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마케팅에 실패하거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낭패를 본다.

다단계판매가 활성화되면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으나 마땅한 판로를 가지지 못한 중소기업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에게 힘이 되는 다단계판매가 되려면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이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을 자명하다. 외국계 다단계판매 기업들도 국내 기업의 제품을 판매한다고는 해도 대부분 구색 맞추기 위한 제품이거나 하청생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의 선전이 아쉬운 이유다.

우리나라의 다단계판매 역사도 어느덧 20년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초창기의 혼란기와 방문판매법 제정 이후의 안정기를 거쳐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다. 지금쯤은 한국에서 글로벌 다단계판매 기업이 나와도 빠르지 않을 때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연구개발 및 제조에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활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토종기업 언제 1위 하나

최근 국내 다단계판매 기업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애터미 주식회사다. 애터미는 지난 2009년 다단계판매 업계에 진출해 첫해 2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이래 지난 2012년에는 2300억원이 넘는 매출액으로 4년 만에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매출액 기준으로 애터미는 하이리빙이나 앤알커뮤니케이션을 제치고 국내 다단계판매업계 가운데 매출액 4위, 국내 토종 기업으로는 1위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애터미가 이렇듯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애터미가 좋은 상품을 싸게 판매한다는 유통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애터미는 기본적으로 대형마트의 판매가격을 벤치마킹, 일반 생필품은 물론 주력제품군 마저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조금씩 그 이름을 알려가고 있다. 과연 애터미가 암웨이나 허벌라이프, 뉴스킨처럼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아니 그 이상의 시간에 걸쳐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또 애터미가 토종 다단계판매 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애터미에 필적할만한 토종 다단계판매 기업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애터미 역시 지금의 성적표에 만족한다면 지금까지 명멸했던 여느 한국계 다단계판매 기업에 다를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