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곧 객석, 연극 <허탕>

철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죄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터무니 없이 안락한 감옥이 있다. 그리고 이 감옥 안에는 여유롭게 클래식을 듣고 있는 죄수1이 있다.

평온해 보이던 감옥이 일순간 소란스러워지고, 죄수2가 눈이 가려진 채 감옥에 던져진다. 죄수2는 이상한 감옥 풍경에 멘붕 상태에 이르고, 죄수1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로 적응을 권유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죄수2도 어쩔 도리 없이 차차 감옥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안락함에 적응하고 죄수1은 절대로 끊어질 리 없는 창살에 탈옥을 위한 톱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평온한 수감생활이 시작되나 했더니, 불현듯 새로운 죄수3이 등장한다. 그런데 죄수3, 남자가 아닌 여자다. 게다가 예쁘다. 무언가 큰 충격으로 기억과 말을 상실한 채 감옥에 던져진 그녀를 보며 죄수2는 연민을 느끼게 되는데….

연극 <허탕>은 2012년 장진 연출이 대학로에서 선보이는 세번째 작품으로, 각 작품마다 극의 배경을 이루는 장소적인 재미 또한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연극 <리턴 투 햄릿>이 ‘공연을 앞둔 분장실’이 배경이었다면 이어서 선보인 연극 <서툰 사람들>은 ‘도둑이 든 집’이 극의 배경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극 <허탕>의 배경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아니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단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지상 최대 럭셔리 ‘7성급 감옥’이다.

장진 연출이 만들어낸 ‘7성급 감옥’은 상상을 초월하는 판타지적 공간으로, 철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죄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터무니없이 안락한 공간. 그 곳은 원하는 대로 CD를 골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음향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원하는 대로 커피를 제조해서 마시고 식사는 최신형 푸드 엘리베이터가 칼로리를 고려한 음식을 제공한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CCTV를 통해 약간의 어필(?)만 하면 된다.

다만 극 중 감옥에 갇힌 죄수들은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들이 왜 이곳에 갇혀있는지,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마냥 형량을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

이러한 공간은 불편한 진실들은 묵인하고 눈 가린 채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는 인간형과 어떻게 됐든 지금의 현실에 대한 이유와 불만을 제기하여 돌파하려는 인간형, 이러한 현실에 놀라 세상과 현실을 까맣게 잊은 채 아련한 추억 속에서만 살아가는 인간 등 다양한 군상을 표현하며 이 작은 공간의 세상살이에 큰 메시지를 담았다. 

여기에 그 어디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대연출을 시도한다. 바로 360도로 관객들에게 열려있는 개방형 무대를 시도한 것. 그것도 소극장에서 이러한 장치를 시도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 전체를 개조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또한 가려지는 어떤 시야도 없이 관객들이 객석 곳곳에서 무대를 볼 수 있도록 5개의 캠코더와 8여대의 모니터를 설치, 배우들의 숨어있는 행동과 표정까지도 관찰할 수 있는 실험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마치 감옥의 감시자가 된 듯, 때로는 CCTV를 보듯 배우들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다각도에서 동시에 바라보며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되는 것.

또한 무대와 가장 가까운 객석을 ‘죄수석’이라 이름하고 관객과 죄수들이 하나가 되어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거의 없는, 개방된 공간 속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이색 체험 또한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어딘가에 갖혀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현실에서 어딘가로 탈출을 꿈꾸고 있다면, 연극 <허탕>은 그런 모든 세상 사람들과 새로운 소통을 원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 기간: 6월15일 ~ 9월2일
  • 시간: 화~금 8시 / 수 4시, 8시  / 토, 공휴일 3시, 6시 / 일 3시 / 월 공연없음
  • 장소: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 가격: 일반석/죄수석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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