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악화로 정보통신업 제외한 전 업종 직격탄

한국경제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하를 경기활성화 기대감이 아닌, 통화당국이 현 상황을 예상보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한국경제 위기론이 급부상했다.
한은은 다음날인 13일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3.5%에서 무려 0.5%포인트 내려서 잡았다.

한은 GDP 성장률 3.0%로 수정
한은은 이날 올해 중 세계경제 성장률을 주요국의 경기상황을 반영해 3.2%로 전제하고, 국내GDP 성장률을 지난 4월(3.5%) 전망보다 낮은 3.0%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원유도입단가(기간 평균)는 배럴당 107달러(118달러)로 전제했다.

아울러 민간소비는 실질구매력 증대에 힘입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겠으나 가계부채 누증,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증가폭은 지난 전망에 비해 축소됐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통신 등 비IT부문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건설투자는 비주거용부문 주도로 완만하나마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수출은 세계교역 신장률이 하반기중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상반기에 비해 증가폭이 다소 확대된다고 했다.
고용 측면에서는 올해 중 취업자수는 38만명 늘어나 4월 전망(35만명)에 비해 증가폭이 다소 확대되고, 실업률은 지난해(3.4%)보다 낮은 3.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연평균 기준)은 4월 전망(3.2%)보다 낮아진 2.7%로 전망(2013년 2.9%)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 및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지난 전망보다 낮은 2.2% 및 1.9%로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경제성장률(전기대비)이 내년까지 매분기 1% 내외를 나타내 당분간 경기회복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지출부문별로 보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확대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수출을 상회할 전망이다.

또 교역조건 악화폭이 줄어들면서 국내소득(GDI) 증가율과 GDP 성장률간의 괴리가 적어질 것으로 봤다.
4월 전망과 비교시 원유도입단가 하락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등 부정적 요인이 우세한 것이다.

정보통신외 전 업종 ‘직격탄 맞을 듯’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하반기 산업 여건이 상반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업종별로 런던올림픽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통신업을 제외하고는 전 업종이 유로존 경기 악화에 따른 세계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개 업종별 단체와 공동 조사한 ‘2012년 하반기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계업종의 하반기 산업 전망은 ‘맑음’,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은 ‘구름조금’ 철강·정유·의류·건설은 ‘흐림’, 건설·조선은 ‘비’로 나타났다. 상반기 대비 자동차, 정유, 의류업종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호전이 예상되는 업종은 반도체 1곳에 불과했다.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매우 좋음, 구름조금은 좋음, 흐림은 나쁨, 비는 매우 나쁨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반기 산업 전망이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통신업은 7~8월 이어지는 런던올림픽과 올해말 아날로그방송 종료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디지털TV 및 디스플레이패널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PC시장은 윈도우8 출시, 휴대전화 시장은 갤럭시3 등 신상품 출시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생산이 상반기에 비해 3.3%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기계업은 미국·중국·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전체 수출은 상반기 대비 11.8% 증가할 전망이다. 내수도 상승세를 이어가 3.7%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업종은 내수와 수출시장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입차의 국내 판매가 상반기 대비 13.7% 늘어난 7만4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한국산 인기가 지속되는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은 160만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화학업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수출여건 악화가 부정적 요소로 꼽힌 반면 중국, 동남아시아 수출 호조는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들의 신규투자 예고도 긍정적 요소로 꼽혔다.

섬유업은 유로존 위기에 따른 세계경기침체로 경기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웃도어 제품 수요 증가, 동남아 등 신흥국 섬유소재 수요 지속 등에 따라 생산 규모는 상반기 대비 2.9% 수준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업은 불황에서 조금씩 벗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애플사의 아이폰5 출시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폰용 시스템반도체 등 수출이 상반기 대비 1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은 유가 고공행진과 유로존 위기로 미국, 유럽 지역 등의 석유제품 수요 위축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의류업은 지속되고 있는 내수 침체, 외국브랜드의 시장잠식 여파로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철강업은 하반기에도 중국 업체의 감산에 힘입어 생산이 다소 늘 수 있겠지만 중국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국내에서는 건설업과 조선업 등 전방산업의 경기불황이 계속돼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선업은 전체 해운경기가 안 좋아 벌크선, 유조선 등의 발주가 크게 위축, 하반기 수출액은 상반기 대비 28%수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업은 상반기에 재정이 조기 집행된 결과, 하반기에는 공사수주 규모가 3.9%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관련 규제완화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심각해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박종갑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유로존 위기가 중국 등 세계경제 전반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지원 및 자금지원 확대와 같은 내수경기 진작대책을 마련하는 등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 3대 불안요인으로는 ▲세계경기의 동반침체 ▲여름철 전력난 및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선거철 노동계 공세 등이 꼽혔다. 업종별 현안으로는 ▲유럽선박금융시장 침체에 따른 선박제작 소요자금 지원(조선) ▲미국 등의 셰일가스 개발이 미칠 영향(정유, 석유화학)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관련 섬유패션산업 지원대책(섬유) ▲부동산 경기진작책(건설) 등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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