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판유통 등 무분별한 제품 난립으로 ‘휘청’

해외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가 병행수입이다. 정식 수입을 통해 들어 온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여러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식적인 병행수입이 아닌 편법, 불법수입이 마치 병행수입처럼 포장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그 문제점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병행수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이다. 병행수입 판매란 국내 상표권자가 유통 중인 제품을 상표에 대한 권리가 없는 병행수입 업자가 수입해 통상적으로 값싸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시중에는 상표권자의 제품과 병행수입을 통해 들어온 제품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제품은 작게는 5%미만 크게는20~30%까지의 가격차이가 생긴다.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같은 제품이 그저 가격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병행수입이 합법화된 상황이라 병행수입을 통해 보다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 예로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NC백화점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백화점과 면세점에 판매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를 병행수입으로 들여와 저렴하게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 확대도 가파르다. 같은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큰 메리트를 주고 있다. 하지만 정식 수입 매장에 비해 제품의 종류가 적고 신제품의 비중이 낮다는 단점은 있다.

병행수입으로 둔갑한 불법 제품
병행수입 제품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이용해 불법 유통 제품이나 가짜 제품(일명 짝퉁제품)을 병행수입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불법 판매자들이 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 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는 소규모 의류매장이나 잡화 매장에는 병행수입을 통한 제품 뿐 아니라 병행수입인냥 판매되고 있는 밀수입 제품이나 가짜 제품들이 함께 유통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산의 한 여성의류 매장 점주는 “병행수입업자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거나 온라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명품 브랜드를 싸게 구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실상 이 제품이 불법 제품인지 아니면 가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불법 제품을 통한 피해는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이를 모르고 판매하는 판매자와 정식수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불법 제품임이 적발될 경우 제품을 판매한 업자 뿐 아니라 이를 구매해 판매한 판매자까지 처벌을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제품의 난립으로 인해 기존의 정식 수입업체들의 매출 하락으로까지 연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 수입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병행수입에 따른 큰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정상적인 병행수입을 통한 명품 아울렛과 백화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 병행수입 제품들까지 난립하고 있어 문제점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런 불법 제품들이 난립할 경우 수입업체들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동네 점판유통으로 들어온 불법 제품
이런 불법 제품들이 유통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문제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동네의 미용실과 피부관리실, 네일숍 등의 경우 이런 불법제품들에게 가장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들 뷰티숍들의 경우 경기침체로 인한 수익모델 창출에 어느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숍 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점판유통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례로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경우 미용실과 피부관리실, 네일숍 등에서의 점판 유통이 매출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점판 유통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만큼 점판유통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런 동네상권의 뷰티숍의 점판을 악용하는 불법 제품들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경우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생길 경우 이를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어 있다. 특히 피부관리실이나 미용실, 네일숍 등의 점판유통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의 대부분은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들 제품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이 피해는 판매자인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 네일숍 등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경우 소비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점판유통에 불법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경우 보따리 영업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보상이나 반품 등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논현동의 한 네일숍 원장은 “얼마 전 보따리상을 통해 속눈썹 연장에 사용되는 인체용 접착제를 구매했는데 이를 사용한 고객에게 트러블이 생겨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를 싼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아무런 의심없이 제품을 구매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이나 반품이 불가능해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수입업체, 수입절차 꼼꼼히 따져야
소비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수입제품을 이용할 경우 반드시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불법적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수입제품의 경우 이를 감추기 위해 정식 절차를 밟는 것과 같이 서류를 위장하거나 조작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구매 대행과 관세법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명시해 마치 적법한 기업처럼 포장하는 사례가 많다. 관련 정보가 적은 소비자들은 내용을 살피고 확인하기 보다는 그 자체만으로 적법한 수입 업체로 쉽게 현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알려져 있는 수입제품을 터무니 없이 싸게 판매하는 경우 수입업체와 수입절차에 대한 서류 등을 꼼꼼히 따지고 검증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런 업체에 대한 정부의 단속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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