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유통산업발전법’ 무력화 대책마련 촉구

“아무게야! 구멍가게에 가서 두부 한 모만 사오렴”. 30대 이상의 독자라면 두부, 콩나물 등 간단한 식료품을 사러 집앞 구멍가게에 갔던 기억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이런 소상공인들의 서민유통이 대형마트와 SSM으로 몰락위기에 처한 상태다. 거기에 다가오고 있는 한·미FTA는 그나마 생존을 위해 발버퉁치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내와 각 지방 도시 뿐 아니라 이제는 지방의 소도시까지 서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서민유통을 담당해 오던 동네 구멍가게가 사라져간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대도시와 신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된 대형마트가 이제는 지방 소도시까지 파고 들었다. 대형마트의 확대는 소상공인들의 유통매장을 모조리 잠식해 나갔다. 나름 소규모지만 저마다의 차별화전략으로 그나마 생존을 이어가던 일부 중소상인마저 이제는 더 이상 설자리를 잃고 있다. 대형마트에 이은 대기업들의 SSM(super super market)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대기업에서 앞다퉈 내놓은 SSM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마지막 터전마저 빼앗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 1월 17일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공포된 상태지만 다가오고 있는 한·미FTA가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유통산업발전법’ 수호 나서
특히 소상공인들이 생존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미FTA 체결에 따른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한·미FTA에 SSM 규제를 위한 현행 법률이 저촉될 경우 효력 유지가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이 서울시다. 서울시는 SSM 규제, 신기술 활용촉진, 사회적기업 지원 등 법령과 관련된 현행 제도의 존치를 위해 해당 법령이 한·미FTA에 저촉되지 않고 효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서울시는 30만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한 SSM 규제법령인 ‘유통산업발전법’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요구한 상태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경우 한·미 FTA 협정문과 비합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체적 분쟁이 발생해 관련 법령이 무력화될 경우 더 이상 SSM 규제가 불가능해져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향후 이에 대한 추가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규모점포 등의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등록제한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은 시장접근 제한을 금지하고 있는 한·미FTA 협정문(제12.4조)에 위배될 수 있으며, 또 상대국 또는 상대국의 투자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관련 법령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법령에 근거한 각종 SSM 규제도 더 이상 실행이 불가능해진다.

부천시, SSM 영업제한 조례개정 추진
자치단체들도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부천시(시장 김만수)는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부천지역 실정에 맞게 조례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의결됨에 따라 지역실정에 적합한 조례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개정을 추진한다는 것.

시는 이번 조례 개정은 무엇보다 시민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형마트, 소상공인, 시민 등 관련 단체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조례개정안에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조례인 만큼, 전통대형유통업체, 지역 소상공인, 시민, 유통상생발전협의회 등과 협의를 통해 상생방안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경북도, 대형마트·SSM 영업시간제한 추진
경상북도도 소상공인 살리기에 동참했다. 경북도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공포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시간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제한하고 한 달에 두 차례 의무적인 휴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도에서는 관내 22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조례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및 신속한 조례제정을 권고했으며 ‘시·군담당과장회의’를 개최해 거듭 강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통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전통시장의 상권이 위축돼, 활력 있는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도에서는 6대 활성화계획을 아래와 같이 수립해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우려를 공식표명한 ‘서울시 자치법규 30건-한·미 FTA 비합치 우려’ 제하의 공문을 외교통산부에 전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서울시가 제기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국제규범과 사실관계에 대한 불충분한 근거와 과도한 우려에 기반한 것으로 1차적으로 평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업형 수퍼마켓(SSM) 규제에 대해서는 정부입장을 보도자료 및 브리핑 등을 통해 계속 설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서울시의 발표내용이 국제규범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하지 않음으로서 불필요한 우려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미FTA에 따른 영향 없다?
예를 들어, 지난 1.27(금)일자 한겨레신문의 ‘서울시 SSM규제 조례 등 30건 한·미 FTA 시행땐 무력화된다’ 제하의 기사는 서울시의 발표(‘한·미 FTA와 비합치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를 ‘무력화된다’고 단정적으로 인용, 불필요한 우려를 기정사실화해 잘못된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자치법규·FTA간 합치성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협의해 왔으며, 지방자치단체의 검토 요청에 공식적인 검토의견을 제공해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향후에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FTA 등 통상협정에 대한 의견 제시나 검토 요청이 있을시 언제든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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