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성·저가격·신속성·신뢰성 등 주요 성공 요인

자라(ZARA), 에이치앤앰(H&M), 유니클로(UNIQLO), 갭(GAP). 최근 백화점 입구의 명당자리를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들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크게 각광받고 있는 SPA 브랜드들과 관련해 지난 10월 4일 ‘패스트패션의 혁신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들 SPA 브랜드들의 성공 요인을 패션성(Fashion), 저가격(Acceptable price), 신속성(Speed), 신뢰성(Trust)의 앞글자를 딴 F.A.S.T로 분석했다.

 

프레시 패션(Fresh fashion)과 저가격(Acceptable Price)

패스트패션(SPA)은 최신 유행을 빠르게 출시한다는 의미로, 기획에서 생산, 판매 전 과정에 대한 공급망 관리를 시스템화한 기업들을 일컫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패스트패션의 혁신사례와 시사점’보고서는 “최근 재빠른 공급체계를 구축해 국내 백화점, 아울렛 매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패스트패션(fast fashion) 기업들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들의 무서운 성장세에 주목했다.

실제로 스페인기업인 자라는 지난 5년 간(2004년~2008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16.3%에 이르는가 하면, 스웨덴계 H&M은 13.7%, 일본계 유니클로도 11.8%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기업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점포 수에 있어서도 자라가 19.6%, H&M은 11.6%, 유니클로는 47.3%의 엄청난 성장세를 구가했다.

대한상의는 이들 기업들의 인기비결을 가장 먼저 패션성에서 찾았다. 자라와 H&M은 최신 유행상품을 신속히 제공한다는 점에 강점이 있고, 유니클로는 ‘캐주얼 베이직’으로 실용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 35개국에 2000여 점포를 보유한 H&M은 전 세계의 유명디자이너 및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높은 홍보효과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스웨덴 본부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관찰하고 이를 소량 생산해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또한 ‘저가격’을 SPA 기업 성장의 핵심 축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의류는 원자재에서 봉제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회사가 만들고 완성된 제품의 유통과정이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며 “이들 기업들은 기획에서 판매의 전 과정에 대한 공급망을 일괄 관리해 생산비용과 재고비용을 낮춰 저가격을 실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라는 시즌 초기에 15%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85%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생산하여 재고를 최소화시키고 있고, 유니클로는 중국 위탁생산과 아이템 수를 연간 500개 정도로 한정한 대량생산으로 생산 원가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저가격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동시에 우수한 품질을 유지해야 이러한 저가정책이 고정적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보고서는 “유니클로가 중국 위탁생산에도 불구하고 고품질을 실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에서 30년 이상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채용, 봉제장인, 염색장인 등의 칭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며 “중국 현지공장의 기술 및 생산 지도를 철저히 관리하고, 섬유개발회사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능성 소재개발을 지속한 것이 대표적 성공요인”이라며 이들 SPA 기업들의 품질 관리에 대한 노력을 강조했다. 
 

빠른 승부(Speed)와 제조-유통 간 신뢰(Trust)
발 빠른 승부, 그리고 제조-유통사 간의 끈끈한 신뢰도 SPA 기업들의 빠져서는 안 될 성공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자라는 파리콜렉션 및 밀라노콜렉션 등에서 화제가 된 상품을 저렴한 옷감을 사용해 경쟁기업에 앞서 빠르게 발매한다”며 “200명에 달하는 자라의 주력 디자이너들은 연간 1만개 이상의 신상품을 쏟아내고, 2주에 한 번씩 기존상품의 70%정도를 신제품으로 새롭게 갈아치울 정도”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서 “판매기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조-유통사간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기본”이라며 “특히 유니클로의 경우 공정관리를 바탕으로 반품 없이 전량 매입해 중국 현지공장과의 돈독한 관계를 구축했고, 자라 또한 800개 위탁공장에서 생산된 것을 전량 매입해 위탁공장과의 신뢰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채널 구조조정 위해 벤치마킹 필요

김승식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일본은 글로벌 기업들이 유통시장을 점령해 가자 의류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SPA 기업으로 변신해 이른바 유통채널 구조조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며 “이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우리 패션기업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미 패션업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PA 기업들의 장점을 분석해 이를 활용하고 있는 패션 및 의류 관련 업체들이 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굳이 명품화를 시키지 않더라도 효율적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원장은 이어 “한국 특유의 동대문 패션문화, ‘빨리빨리’정신은 SPA 기업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며 시장 환경과 업계 특성상 국내 기업들이 이와 같은 강점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국내 패션시장 구조개편과 공급망 관리 능력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2000년대 초에 들어서면서 이들 SPA 기업을 벤치마킹한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이후 대부분 관련 사업을 철수하거나 일반 브랜드와 유사하게 운영하는 형식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랜드에서 지난해 말 캐쥬얼 브랜드인 스파오(SPAO)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들어 여성복 브랜드인 미쏘(MIXXO)를 런칭하는 등 향후 국내 기업들 사이에도 다시금 SPA 브랜드 출시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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