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에쿠우스’



지난해 27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연극열전’이 세 번째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번 연극열전 3의 ‘클래식 명작’ 부문의 첫 작품으로는 ‘에쿠우스’가 포진하고 있다.

‘에쿠우스’는 세계적인 작가 피터 쉐퍼가 2년 반에 걸쳐 창작한 희곡이다. 영국 법정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던, 스물여섯 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구간 소년의 범죄 실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1973년 영국의 올드빅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파격적인 소재, 배우들의 전라연기 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1975년 초연 이후 당시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우고,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말의 눈을 찌른 소년 앨런이 정신과전문의인 마틴 다이사트에게서 상담과 치료를 받으며 앨런이 왜 그런 사건을 일으키게 됐는지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치료를 명목으로 아이들의 개성을 파괴하는 자신의 치료방법에 회의를 느끼던 마틴은 앨런을 치료하면서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며 앨런의 정신세계를 파헤친다. 그리고 생존 본능에 충실해진 앨런은 마틴과 더욱 심각한 갈등관계에 놓이게 되고 이들의 복잡한 감정은 극이 진행될수록 극단으로 향한다.

이번 작품은 과거 ‘에쿠우스’에 출연했던 걸출한 두 배우 송승환과 조재현이 출연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뮤지컬 ‘난타’의 제작자인 송승환은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와 주인공 소년 앨런과 상담을 진행하는 의사 마틴 다이사트를 연기하며, 역시 같은 역을 더블캐스트로 연기하는 조재현은 이번 작품을 직접 연출하며 연출가로 데뷔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들은 모두 이전에 앨런 역을 거쳐 갔던 배우들로, 조재현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틴 역을 맡게 됐다.

‘에쿠우스’의 주인공인 앨런 역에는 정태우와 류덕환이 더블 캐스팅 돼 열연을 펼친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경력을 갖춘 두 배우는 앨런의 소년적 이미지와 광기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그려내기에 손색없는 연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뛰어난 연기력으로 앨런의 광기를 충실히 살려낸 정태우와 순수한 소년의 얼굴에서도 묘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류덕환이 펼치는 각자 다른 개성의 연기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준다.

그간 ‘에쿠우스’는 두 주인공의 복잡한 감정을 환상과 은유로 표현하고 있어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조재현은 이번 작품에서는 난해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없애고, 작품을 원작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혀 보다 많은 관객들이 더욱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에쿠우스’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말의 이미지를 이전 작품들에서처럼 배우들에게 말머리를 씌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0:1의 경쟁률을 거쳐 선발된 9명의 배우들이 마임니스트 남궁호로부터 직접 몸을 쓰는 법을 배워 동작 하나하나까지 고스란히 말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전의 작품과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연 때마다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문제작, ‘에쿠우스’는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에서 1월 31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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