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와 특화매장으로 리뉴얼

유통업계는 물론 관광업계 모두 지난 엔데믹 이후 보복관광에 국내를 찾는 관광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방문수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기대했던 유커특수가 없었다는 평이다. 그 대신 싼커(중국 개별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해외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유통업계가 다양한 외국인 맞춤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관광객 줄고 미국관광객 늘어

해외 여행객들의 가장 큰 변화는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단체관광에서 이른바 핫플(핫 플레이스)’ 중심의 개별 관광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국내 소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국가는 미국이고, 중국의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들의 지출이 백화점과 면세점 대신 국내의 핫플로 알려진 성수동 의류·잡화 판매점이나 여의동 더현대서울 등 대형 쇼핑몰에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페, 맛집, 즉석사진, 노래방 등에서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 트렌드가 쇼핑 매출 비중은 감소한 반면, 체험과 이동 업종 매출은 증가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입국수와 결제 금액은 2019년 대비 각각 38.5%, 41.2% 감소했다. 업종별 매출 비중에서는 쇼핑 매출 비중은 79%에서 58%21%p 줄었고, 식음료 매출 비중은 15%에서 26%, 체험(즉석사진, 노래방 등) 매출 비중이 1%에서 7%로 각각 증가했다.

한국에서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지난해 국내 전체 소비 비중은 19.8%를 차지해 20196% 대비 13.8%p 증가했다. 뒤를 이어 일본(7.7%p), 대만(5.7%p), 영국(2.4%p), 태국(2.3%p)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2019년 전체 외국인 매출의 66.5%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5.7%로 무려 50.8%p나 급감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자국민 여행 통제 정책 영향이다.

K콘텐츠 체험형 공간 인기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지출한 업종은 커피를 포함한 음식점과 백화점·면세점이고, 2019년 대비 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카지노, 펍 등을 포함한 유흥 관련 업종이다. 지난해 미국인 관광객의 유흥업종 매출은 5.1%를 차지해 20192.4% 대비 두 배가량 많아졌다.

일본인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마트였고 반면, 화장품 매출 비중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대만인은 음식점, 백화점·면세점 매출 비중이 각각 8.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외국인 결제 건수의 71%는 서울에서 발생했고, 성수동(성동구), 여의동(영등포구), 한남동(용산구)의 매출이 2019년 대비 급증했다. 성수동은 카페와 음식점, 의류·잡화 판매점, 즉석사진·노래방 등 체험공간이 밀집한 만큼 K콘텐츠를 경험하러 온 외국인들의 지출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부산은 지난해 이동수단(철도, 고속버스, 택시 등)의 매출이 다른 업종보다 많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BC카드는 방탄소년단(BTS) 팬덤으로 다양한 관광지(감천문화마을, 금정산 등)에 대한 관심을 받으면서 KTX 이용매출과 부산 내 다양한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 개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양한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

롯데마트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이처럼 높은 데 맞춰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이들이 자주 찾는 과자와 견과류, 라면, 마스크팩, 치약 등 수요가 높은 제품군을 따로 매대로 만들어 배치했다. 또 외국어 가능 서비스 센터, 해외 배송 택배 센터, 환전소 등 외국인이 쉽게 쇼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밖에 외국인 고객의 캐리어 등을 공항열차 탑승 전까지 보관해주고, 구매한 상품을 편리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캐리어 전용 정리대도 마련했다.

롯데마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명소 인근에 있는 김포공항점, 제타플렉스 잠실점, 월드타워점 등 8개 매장에도 외국인 특화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 역시 지난해 11서울 관광 1번지명동에 있는 올리브영 명동 타운을 글로벌 특화 매장으로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매장 전면부에는 ‘K-뷰티존을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이 특히 선호하는 마스크팩과 선크림 등을 배치했다. 올리브영은 이 공간에서 매월 K-뷰티 브랜드 상품을 선별해 소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과 아웃렛, 면세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통합 멤버십 ‘H포인트 글로벌을 최근 론칭했다.

H포인트 글로벌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거나 글로벌 웹페이지를 통해 여권 정보를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백화점에서는 실물 카드를 제공하는 외국인 멤버십 서비스 ‘K카드로 회원을 관리하고 면세점에서는 영문과 중문 온라인 몰로 유입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H포인트 글로벌을 통해 백화점과 면세점, 아웃렛을 방문하는 외국인 고객을 통합 관리한다.

더현대 서울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점포에서는 식당가 예약, 내국세 환급 신청뿐 아니라 네이버 파파고로 연결해 통역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택시 호출을 연계해주고 잡지 형식의 K쇼핑 트렌드 콘텐츠를 살펴볼 수도 있으며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 예약 등도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 한섬, 리바트, 지누스 등 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도 노린다.

MZ세대가 주를 이룬 개별 관광객은 이전처럼 면세점에서 물건을 쓸어 담기보다 사회관계망(SNS)에서 유명한 핫플레이스를 둘러보고 내국인들이 찾는 로드 매장에서 소소한 쇼핑을 즐겼다. 과거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 수요를 공략하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명품을 위주로 한 대규모 특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맞춰 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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