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소싱’에 힘주며 제품군 늘려나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새해 국내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지난해보다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업체는 계절적 비수기에 경쟁 심화까지 겹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대한상의가 소매유통업체 500개 사를 대상으로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79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공동구매 현상이 유통업계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마트·슈퍼 상품기획자가 최근에 공동 구매해 반값에 내놓은 수육용 돼지 뒷다릿살 매출은 전년 대비 매출이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또한, 공동구매 커머스 플랫폼 올웨이즈는 지난해 12월 기준 다운로드 천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22300만 다운로드 달성 이후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통합소싱 판매 상승효과 가져와

고물가와 맞물려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통합소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공동구매를 강화하면서 통합소싱하는 품목도 생활 잡화에서부터 신선 식품, 해외 수입품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유통업체는 채널별로 구분되어 있던 상품 구매 조직을 통합하는 작업을 분주하게 전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동구매는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롯데마트와 슈퍼가 통합소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견과류·세탁세제 등 40여 개의 상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최대 50% 저렴하다. 매입 물량 확대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 덕분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슈퍼는 올해 식료품과 외국 상품 통합소싱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절임 배추와 돼지고기, 홍시 등 식료품 쪽 공동구매가 성과가 특히 좋았다라며 올해는 신선 식품과 수입품 부문 공동조달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올 상반기 독일 드럭스토어 DM의 자체 브랜드 발레아의 헤어·바디워시·뷰티 신상품을 추가로 공동 구매할 계획이다.

GS25는 지난해 공급이 달려 딸기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도 딸기 샌드위치를 다른 편의점 대비 약 15% 싸게 판매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딸기 샌드위치에는 연간 400~500톤 정도의 딸기가 들어간다라며 “GS더프레시와 GS25가 함께 산지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소싱 첫 출발로 ‘PB’출시

통합소싱은 같은 법인 또는 계열 내 서로 다른 유통 채널이 제품을 공동으로 사들이는 것을 일컫는다.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구매력이 커져 공급자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할인점과 슈퍼, 편의점 통합소싱 체제 구축에 나선 롯데와 신세계가 통합의 첫 단추로 자체 브랜드(PB)를 택했다. 롯데 유통사는 최근 컵 커피 상품을 첫 공동 PB상품으로 출시했고, 이마트는 최근 인사에서 자체 PB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사업부를 합쳤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롯데 유통 3사는 이달 초 PB 상품인 컵 커피를 첫 공동 기획 상품으로 출시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의 인기 제품 초코나무 숲자모카 아몬드 훠지를 컵 커피로 구현한 제품이다.

3사는 사별 판매 데이터를 종합해 코로나 이후 대용량 컵 커피 수요가 늘고 있고 프랜차이즈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분석해 냈다. 이에 따라 배스킨라빈스와 협업을 결정하고 3사 상품기획자들이 31개 아이스크림 중 커피로 만들었을 때 경쟁력이 있을 만한 맛을 골라냈다. 3사 공동소싱을 통해 원가 경쟁력도 높였다.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은 롯데마트에서 기존에 판매되던 컵 커피류의 100당 평균 판매가격보다 5%가량 저렴하다.

롯데는 그간 마트와 슈퍼가 통합소싱 전략을 펼쳐왔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슈퍼 부문을 겸임하면서 MD부문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매출총이익률(GPM)이 전년 대비 2%포인트 개선된 바 있다. 마트와 슈퍼의 통합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상품 코드 통합을 시작으로 원가 절감 및 품질,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번에는 편의점도 힘을 보태면서 롯데 유통사의 통합소싱 전략이 PB 상품을 첫 단추로 해서 마트와 슈퍼를 넘어 편의점으로도 확대됐다. 이마트는 자체 PB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사업부를 합쳐 ‘PL/글로벌사업부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그간 상품 차별화를 위해 공을 들여온 PB부터 통합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선택아닌 필수가 되는 통합소싱

롯데, 신세계 그리고 GS리테일 등 약화한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의 타개책으로 통합소싱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해부터 준비한 통합소싱의 성과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3분기 51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3% 늘었고, 슈퍼는 140억 원을 기록해 146.6%나 급증했다.

롯데마트와 슈퍼의 영업이익 대폭 개선은 판매 상품의 통합소싱에 따른 성과다. 롯데마트·슈퍼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을 비전으로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2211월부터 B2C 채널의 최전선인 대형 할인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분야에서 각 20여 년 넘게 쌓아온 전문성과 노하우를 교류, 상품 기획과 소싱 전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을 진행하면서 통합소싱 업무를 새로 정립했다. 롯데 유통군 전반의 그로서리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상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영업이익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고기나 채소, 생선 등은 아직도 눈으로 직접 보고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다라며 대형마트는 통합소싱으로 이 부분을 적극 공략하고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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