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하기 위해 M&A 나서는 유통업계

최근 몇 년간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불황의 시대에 2024년 신년을 맞아 재도약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저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유통업계들이 전략적인 인수합병과 협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전략적인 기업 인수합병

이커머스 업계 쿠팡은 최근 세계 최대 명품 의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했다. 미국 쿠팡 Inc는 파페치홀딩스를 인수하고 5억 달러(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이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건 2020년 싱가포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훅(hooq)을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쿠팡은 파페치를 통해 명품 중심의 백화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직구 플랫폼 큐텐은 티몬과 인터파크, 위메프를 인수하며 지난해 사세를 확장했다. 큐텐은 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회사 매각 이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다.

지난 매각으로 큐텐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되고 있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합작법인 큐텐을 만들면서 최대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20년을 마지막으로 이 경업금지 기간이 끝나자마자 국내 플랫폼 인수를 시작, 일사천리로 첫 번째 단계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11번가 재매각 작업이 다시 본격화되면서 큐텐이 11번가의 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M&A

뷰티와 패션업계에서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것을 깨닫고 M&A로 신성장동력 마련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M&A로 스킨케어 브랜드 회사인 코스알엑스를 7551억원에 인수했다. 코스알엑스는 매출의 90%가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 개 해외국가에서 나오는 기업으로 미국 아마존에서 화장품 부문 1위 기업이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은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코스알엑스와의 다각적인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국내 대리점을 확장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아모레퍼시픽 대리점 380여 개가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사장 정병하, 이하 특판조합)과 공제 조약을 체결했다. 후원방문판매사업자인 아모레퍼시픽은 법 개정후 온라인판매의 본격 진행을 위해 자체 카운슬러(방문판매원) 커머스몰인 에딧샵’(A-dit SHOP)을 구축하여 기존 카운슬러들 뿐 아니라 MZ세대 카운슬러를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카운슬러들은 다양한 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뷰티 인플루언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2020년 이후 감소되었던 후원방문판매 시장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일본 MZ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회사 지분 75%425억원에 인수했다.

패션기업 LF126일 면 제조업체 한스코리아의 지분 90%(198000)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식품 사업 확장에 힘을 싣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통업계의 M&A 분위기는 업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통상적으로 유통업계는 M&A에 보수적인 곳으로 꼽히지만, 내수 침체가 주는 위기감은 그만큼 남달랐다. 당장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국내 유통·식음료·뷰티 기업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인공지능(AI)을 화두로 하는 이번 CES 2024에 참여한 이유는 전 세계 산업의 트렌드를 둘러보고 테크기반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번 박람회에 글로벌 유통 기업인 월마트와 뷰티기업인 로레알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것도 유통업계의 관심도를 높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CES 2024에 유통업계 오너들과 오너 3세들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롯데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등이 현장을 찾았다. 한화그룹 3세인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임원(부사장)도 이번 CES 방문을 통해 유통과 로봇 기술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참관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장재호 비즈니스전략본부장, 김기용 글로벌사업부장, 차기팔 기술경험혁신본부장 등 임원과 관련 부서 실무진을 CES 2024 참관단으로 구성해 현장을 둘러봤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전략총괄 겸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상무)CES 2024에서 헬스케어와 푸드테크 등 부스를 중점으로 둘러봤다. 이들이 현장을 찾은 주된 이유는 불확실성이 커진 소비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AI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해 경제 상황에 대한 암울한 전망도 밑바탕이 됐다. LG경영연구원이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8%로 전망됐다. 이는 국제기관들이 제시한 2%대 초반의 예측과 정부가 제시한 2.4%보다도 낮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M&A를 통해 미래 성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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