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상 급전환…유통 AI 활용·고객경험 확대

유통기업들은 올해를 인공지능(AI) 혁신의 원년으로 인식했다. 유통업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상품 추천, 예측 분석을 통한 재고 관리, 자동화된 고객 서비스 등을 주목했다. 지난달 국내 유통·식품 업계의 오너 일가들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행사장을 대거 방문한 배경이다. 롯데·신세계그룹 등은 정보통신 계열사들과 함께 AI 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식품업계도 AI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 고도화에 나섰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 개최된 ‘CES 2024’가 제시한 올해의 메가트랜드는 인공지능’(AI)이었다. 행사가 개최되기도 전에 각계 전문가들이 “AI가 쇼(CES)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놓은 예상 그대로였다.

IT업계 한 전문가는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도 AI2024년 이후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며,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 기술의 목적임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AI의 범용화가 올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를 함께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유통업계 역시 AI 기술과의 접목 없이는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유통·식품 업계 오너 일가들이 대거 ‘CES 2024’에 참석해 직접 트랜드를 파악한 것은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삼양라운드스퀘어의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전략 총괄,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 본부장, 아워홈의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 풀무원의 이효율 총괄 대표 등이 CES 2024 행사장을 찾아서 직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식품 업계를 앞으로 이끌고 갈 젊은 오너 일가들이 다수 포진됐다. 특히 신유열 롯데지주 실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룹 내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신 실장은 CES 행사장에서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의 부스를 찾아가 메타버스를 체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보통신은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스마트리온을 개발한 바 있다. 여기서 쌓은 역량으로 롯데그룹 전용 생성형 AI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AI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실장은 이어 SK, LG, 파나소닉 등 기업의 부스를 찾아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필요한 기술 동향을 파악했다.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에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실장의 행보는 신동빈 회장이 올해 초 ‘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사업 혁신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서 AI의 적용을 더욱 높이고,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역량의 디지털 전환에 더해서 AI 기술을 업무 전반에 도입하고,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강조이다.

신 회장은 또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앞서서 준비한다면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 혁신이 기업의 성장과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수사항이라는 의미이다.

머신러닝 알고리즘 생성형 AI

유통기업들은 이처럼 AI 기술을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접목해 혁신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감까지 있다.

유통업체들의 AI 기술 활용은 우선,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의 소비 패턴과 선호도를 파악하고, 개인별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더욱 편리하고 만족도 높은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유통가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최적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화된 로봇 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및 창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재고 관리 및 수요예측을 보다 정확하게 수행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한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유통기업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면서 어느 기업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고객 경험의 향상과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더 나은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향후 생존할 기업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붐을 일으킨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활용하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롯데쇼핑,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과 맞손을 잡고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AI 기술이다.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AI 시스템인 루이스를 도입해 마케팅 카피라이팅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루이스는 현대백화점의 오프라인과 애플리케이션에서 광고카피, 판촉행사 소개문 등 마케팅 문구 제작에 특화돼 있는 시스템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루이스의 활용을 통해서 업무시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AI 고객분석모델 ‘S마인드를 개발하고 운영 중이다. S마인드는 고객별 쇼핑 패턴을 분석해 선호하는 브랜드와 쇼핑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최근 운동화를 구매한 고객에게 유사한 스포츠용품 행사를, 이불을 찾은 소비자에게는 생활 소품 또는 쿠션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소비자 별로 최적화된 상품을 제시해 구매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업스테이지와 생성형 AI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I를 활용한 수요예측 기반 자동발주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이커머스 롯데온은 이미지를 그려주는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를 활용해 광고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디자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도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에서 전용 LLM(거대언어모델)을 구축하고 연내 리테일 전문 생성형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신세계아이앤씨는 AI 비전 기술 기반의 셀프계산대 솔루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솔루션은 소형 카메라로 수집된 영상 정보를 분석해 고객의 행동에 맞춰 셀프계산대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스캔된 상품이 정확한지를 판단한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를 위해 인텔과 기술 협력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셀프계산대 솔루션은 인텔의 AI 모델 최적화 소프트웨어 인텔 오픈비노 툴킷을 활용해 대용량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분석한다. AI 고도화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상품 정보에 대한 별도의 학습 과정 없이도 자동 배포 체계를 구성했다. 고객의 얼굴 등 개인정보는 비식별화해 사용성을 높였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무인 매장 등 다양한 리테일테크 사업을 통해 축적된 신세계아이앤씨만의 AI 비전 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푸드테크 + AI ‘각축

식품업체들도 AI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유통사들과는 달리 푸드테크에 AI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가 우선적인 관심이다. 푸드테크는 식품과 기술을 융합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은 2027년까지 약 34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빅데이터, 자동화시스템, 로봇기술, 센서기술 등을 활용해 식품산업을 혁신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푸드테크와 AI 간의 융합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도 이번 CES에서 확인됐다. CES 2023에 이어 CES 2024에서는 푸드테크 독립전시관이 구성됐다.

누비랩AI 푸드 스캐너를 소개했고, 풀무원은 출출박스 로봇셰프를 선보이며 혁신적인 푸드테크 기술을 선보였다. 아워홈의 구지은 부회장은 CES에 참석해 푸드테크와 기술 동향을 파악했다.

국내 AI 푸드테크 기업인 누비랩은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CES에 모습을 보이며 AI와 푸드테크의 접목 가능성을 입증했다. 누비랩은 LVCC 노스홀 디지털 헬스케어 전시관에 42평 규모의 단독부스를 마련해 케어,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성의 3가지 주제로 맞춤형 전시를 구성했다. 핵심 솔루션은 푸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3세대 ‘AI 푸드 스캐너였다. 카메라로 식판에 있는 음식들을 스캔하면 AI가 각종 영양소와 잔반량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이후 선호 음식을 파악한 뒤 조리법을 보완해 개인 맞춤형 식습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영양분 섭취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 기술은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도 한몫할 수 있다. 예를들어 평소 급식소 등에 AI 푸드 스캐너를 도입한 뒤 음식 잔량 데이터를 쌓아 다음번 급식때 호불호에 맞춰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현재 해당 플랫폼은 국내 기업인 신세계그룹을 비롯해 싱가포르 알렉산드라 병원 등에 도입됐다.

김대훈 누비랩 대표는 기존에는 영양사나 간호사가 수기로 기록했던 부분들을 대체하면서, 이제 사람의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AI 푸드스캐너로) 음식을 스캔하면 개인별로 얼마큼 먹고 남겼는지를 즉각적으로 전자화시켜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는 보통 병원에 2주 정도 입원하고 집에 가서 애프터 케어를 진행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모바일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도 개발했다집에서 먹는 것도 기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속 혈당 측정기로 내 혈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지은 부회장도 CES에 참석해 전 세계의 푸드테크와 헬스케어 등 기술 동향을 파악했다. 구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워홈은 단순한 식음료 서비스 기업을 넘어 IT와 푸드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식음업계의 테슬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워홈은 글로벌 사업 확장과 푸드테크, AI 등 최첨단 기술 도입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번 CES 2024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래 성장을 위한 속도를 내려는 것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이번 CES 참관을 통해 확보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대표도 CES에 참석해 푸드테크와 미래 신기술 트렌드를 직접 체험했다. 풀무원은 CES에서 출출박스 로봇셰프라는 로봇 조리 자판기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풀무원은 미국의 스마트 자판기 스타트업인 요카이 익스프레스와 협업했다.

풀무원은 요카이 익스프레스 홍보관에 출출박스 로봇셰프 기기를 전시하고, 현장을 방문한 소비자와 바이어들에게 로봇으로 조리한 한식 메뉴 3(육개장국수, 떡국, 식물성 불고기덮밥)을 제공했다. 풀무원의 출출박스 로봇셰프는 국내 최초의 로봇 조리 자판기로, 주문 즉시 냉동 제품을 조리해 약 90초 만에 완성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식품업계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에 더해서, 판매 데이터를 구축해 향후 사업 다변화에도 적용하는 추세라며 다만 아직은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고객 경험과 대면 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AI를 모든 영역에 적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AI의 전반적인 도입이 더딜 수 있다고객의 직접 경험과 대면 서비스가 판매 부문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생성형 AI는 주로 마케팅 업무와 고객 상담 서비스 부문에서 우선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