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철의 서바이벌 전략

 

지난해 말에 이어 2024년 새해 벽두에도 큰 눈이 연이어 내리고 있다. 눈이 내리고 쌓이니 자연 기온도 급강하하고, 도로는 블랙아이스로 얼어붙어 연쇄추돌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엄.동.설.한 인 것이다.

엄동설한과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전쟁 같은 설상가상의 극한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제일 필요한 4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과 산소와 식량 그리고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원일 것이다.

특히 엄동설한에서 전쟁이나 지진으로 붕괴된 잔해 속에서는 체온이 1도만 낮아져도 신체에 각종 질병과 암 등 온갖 질병을 일으킬 염증 지수가 수십 배로 증가하고, 결국 저체온증이 72시간 이상 방치되면 사망에 이르기 마련이다.

우리의 영혼도 신체와 마찬가지. 한순간에 치명적인 실족으로 깊이를 모를 심연의 크레바스에 빠지면, 소망이 사라져 두려움이나 우울감으로 영적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창밖의 모든 상황은 여의찮다. 한편으로는 굉음을 일으키며 초고속으로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는 ‘4차산업혁명’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과 기근과 역병과 재난이라는 예측치 못하는 ‘4중적 영구위기’가 마치 불의 고리대 2개의 지각판이 곧 충돌하려는 형국이다.

작가의 눈으로 본 ‘熱’

자영업자의 수보다 훨씬 초과한 하루 벌어 하루 생존하는 이 땅의 69만여 명의 ‘라이더-긱(Gig)서비스’에 종사하는 MZ에서부터 세상의 부를 통째로 거머쥔 로스차일드 패미리나 핵 공갈치는 북의 김정은이나 세기적 악당으로 등극한 푸틴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한마디로 지구 종말 시계가 11시 59분 30초를 훨씬 지난 상황이니, 어느 누구도 ‘영끌’하며 몸부림쳐도 ‘내적 3불’(불확실, 불안, 불신)을 종식시킬 수는 없다. 허접한 노식객에게 이 환상을 그려보라 하면, 아마도 즉석에서 숯불갈비집 화로 속에 재만 남은 참숯 카툰을 그려낼 것이다.

월트 디즈니가 실패 후 미키 마우스에서 영감 얻었듯, 작가는 십수 년 전에 실패 후 인생지하벙커에서 칩거하면서 접한 실상과 환상을 버무려 이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을 냉장고 문짝에 붙여 두고 보면서 긴 고통을 이겨내었다. 이 그림을 통해 나와 우리 가족을 회생시켰듯이 실의에 젖은 모든 한국인들이 위로받았으면 한다. 이 그림 속의 뜨거울 열(熱) 한자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눈 내린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반 건조되어 ‘마지막 잎새’처럼 달린 까치밥 홍시가 4개 달린 구도로 재창작한 것이다. 작가의 눈에는 이 엄동설한의 푸르고 시린 하늘이  4차 혁명과 전쟁과 지진과 경제난의 복합적 형상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얼기설기 얽힌 네트워크(network)처럼 보이는 열(熱)자는 눈비 맞아 얼기설기한 앙상한 가지로 보였지만, 그 밑에 겨우 매달린 듯 붉은 홍시를 그려 넣어, 역설적으로 칼럼 제목을 ‘에너자이저 열’이라 붙인 것은 대반전의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서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하지 못한다. 헛된 기대를 걸면, 스스로 셀프희망고문을 자행하는 것이다.

비록 춥고 배고프고 극한 상황의 엄동설한이지만,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어야 홍시도 서바이벌할 수 있고 또 허기진 까치가 날아다니다가 이 붉은 구조 신호를 보고서 연명 가능할 것이다. 말라비틀어지더라도 끝까지 붙어 있고 또 그래야만 봄이 왔을 때 그 파이프라인을 타고 녹은 땅에서 올라온 수액을 받아 마시고 다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함께 가야 오래간다

선순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그 믿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마사이족 속담을 인용해 명연설문을 남긴 독일 메르켈 총리가 강조한 것처럼, 인생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오래 갈려면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경영을 해나갈 수 있다. 작가도 역시 인생 기생충 시절에는 모든 것을 상실하여 ‘번아웃(Burn-out)’ 상태에서 떨고 있었다.  그러나 창밖에 푸른 하늘 배경으로 붉은 단감을 매단 감나무 그림 보고 창작한 이 캘리그라프를 묵상 도구로 걸어두고 기도하며 에너지를 충전하여 결국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나는 7년의 역경의 기간 중 ‘사람이 밥만 묵고 사는 게 아이다’라는 어릴 적 부친의 유훈과 하나님의 말씀으로 40일 광야 금식 중 사탄의 시험을 이겨낸 예수님의 생존 지혜를 체득한 것이다.

지금은 한마디로 전 지구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곧 3월이 되겠지만, 봄은 아직 고양이처럼 오지 않았다. 누구라도 절망적 상황에서라도 손에 손잡고 영적(靈的) 체온을 유지하며 천시(天時)에 맞춰 기도하는 맘으로 서로 구원의 손을 잡아줘야 상생불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나처럼 체감했으면 한다. 

그래서 제목이 ‘에너자이저 열(熱)’이다. 이 긴급구호 키트를 혹시 춥고 배고프고 마음이 우울한 상황에 처한 네트워커 여러분들에게 설날 선물로 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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