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연의 경제 이야기

이성연 박사
이성연 박사

 

어느 날 시골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 왔다. 모자는 밤늦도록 이야기를 하고, 서로가 바쁜 일이 있는지라 이튿날 헤어져야 했다. 아들은 시골에서 힘들게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해 월세를 내려고 찾아둔 20만원을 어머니 지갑에 몰래 넣어드렸다.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와서, 아들은 어머니가 지갑에서 뜻하지 않은 돈 20만원을 발견하고 놀라는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해했다. 그런데 그는 책상에 펴놓았던 책갈피에 20만원과 어머니의 편지를 발견했다. “아들아 요즘 힘들지? 얼마 안 되지만 방값 내는 데라도 보태 쓰거라.”

나눔과 베풂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에리히 케스트너(E. Kästner)의 소설에 윤리방정식의 개념이 나온다. 케스트너는 독일에서는 드물게 유머가 넘치는 작품을 썼으며 풍자적인 시도 썼다. 캐스트너가 말한 경제방정식과 윤리방정식의 한국적 버전은 다음과 같다.

경제방정식에 어머니와 아들의 행위를 대입하면 두 사람은 모두 이득도 손해도 없는 교환을 한 셈이다. 바로 제로섬 게임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걸 윤리방정식에 대입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20만원을 썼고 어머니가 준 20만원이 생겼으니 40만원의 이득이 있었다. 어머니 또한 아들을 위해 20만원을 썼고 아들이 준 20만원이 생겼으니 역시 40만원의 이득이 생겼다. 그러니 모자의 이득을 합하면 80만원이 된다.

이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 때 경제방정식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윤리방정식에는 포함되는 이득이 발생한다. 세상에는 유형적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형적인 것들보다 훨씬 값진 서비스들이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나눔과 베풂이다. 미국의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이 보유한 자산 중 공장이나 건물 등 유형자산은 15%이고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이 85%이다. 애터미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팀의 유형자산은 없고 무형자산뿐이다. 무형자산은 자신의 인적자본, 그리고 네트워크의 크기와 질(상호신뢰)이다.

마더 테레사 효과

1980년대 미국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맥클랜드(D. McClelland) 교수팀은 일련의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하였다. 그는 132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테레사 수녀가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런 후 침 속의 면역항체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그 영상을 보기 전보다 50%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편 침 속의 항체의 증가는 선행에 대한 영상을 직접 보는 것뿐만 아니라, 선행을 한 사람에 대한 책을 읽거나, 그런 행동을 보거나, 심지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항체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를 마더 테레사 효과(Mother Teresa Effect)라 명명하였다. 맥클랜드 교수팀은 ‘사랑에 대해 생각하거나, 사랑을 베풀거나, 받는 것은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미시건 대학교 심리학 교수 스테파니 브라운(S. Brown) 박사는 볼티모어에서 5년 동안 432쌍의 장수한 부부를 조사했는데, 여성의 72%와 남성의 75%가 아무런 대가 없이 베풀어주는 삶을 살고 있었다. 대가 없이 베푸는 것은 경제방정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오로지 윤리방정식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나눔과 베풂은 화폐가 아니라 하늘이 생명으로 보답을 해준다.

흥미로운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봉사라도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서 하는 봉사는 건강증진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건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사라 콘래스(S. H. Konrath) 박사의 연구 결과이다.

헬퍼스 하이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사람에게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남을 도울 때 느끼게 되는 최고의 기분)와 같은 건강증진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도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이 있을 때에만 나타난다고 한다. 건성으로, 또는 립서비스로 하는 감사함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의 연구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남을 돕는 것은 곧 자신을 돕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금전으로 돕건, 노동으로 돕건, 재능으로 돕건, 어떤 형태의 도움이라도 남에게 제공하는 것은 곧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득이나 명성을 위해 돕는 것은 돕는 것이 아니라 돕는 척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활동도 하지 않고, 기부행위(돈, 재능, 시간, 노력 등)도 하지 않고, 유익한 일도 하지 않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기적인 행위가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강을 해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마더 테레사 효과나 핼퍼스 하이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법칙은 참으로 공평하게 되어 있다. 기브앤테이크 관계가 분명하게 성립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진리이다. 윤리방정식은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과학적이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