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물가 잡기 위해 정부 비축분 풀고 할인지원 확대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양념에 들어가는 생강··소금 등 가격이 모두 올랐다. 이에 정부는 정부 비축 물량 등을 활용하여 김장재료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배추, 대파, 생강에 대해 대형마트 공급가격 인하를 지원하고, 농수산물 할인지원을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45억 원 규모로 투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농민을 배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장 앞두고 김장물가 잡아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011일 기준 배추(상품·1포기) 소매 가격은 7323원으로 한 달 전(5667)보다 29.2% 올랐다. ‘() 배추라는 말이 나왔던 1년 전(7981)보다는 8.2% 싸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비용은 비싸다는 것이다.

김치 양념에 사용되는 고춧가루·생강·대파·쪽파 가격도 죄다 치솟았다. 국산 고춧가루(1)4425원으로 1년 전(33355)보다 21.2% 상승했다. 국산 생강(1)17905원으로 1년 전(9375)보다 무려 91% 올랐다. 대파(1)4385, 쪽파(1)11397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22%, 25% 비싸다.

소금값도 변수다. 폭우와 태풍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미 한 차례 급등했기 때문이다. 굵은소금(5)18253원으로 1년 전(11943)보다 52.8% 올랐다. 평년(9050)과 비교하면 101.7%나 비싸다. 이에 정부는 정부 비축 물량 등을 활용하여 김장재료 공급을 확대하는 총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 116일 기준 배추 20포기 기준 김장비용을 조사한 결과, 지난 6일 기준 218425원으로 전년 11월 상순(241119) 대비 9.4% 하락(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본격적 김장철을 앞두고 산지 확보, 사전 기획 등으로 김장물가잡기에 나섰다. 대형마트들은 올해 추가 산지 확보와 사전 기획으로 절임배추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폭염·폭우 피해가 적은 전남 해남, 강원도 영월에서 200t에 달하는 배추 물량을 사전 협의했다. 배춧값 상승에 불안한 소비자들을 위해 절임배추의 사전 예약 판매 기간을 예년보다 1개월 앞당겼다. 홈플러스도 올해 절임배추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늘린 6만 박스로 준비했다.

이마트 역시 본격적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값을 지난해 가격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지난 112일까지 사전 예약으로 절임배추(20, 8~12포기)29960원에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행사가격(29840)과 비교해 가격 인상폭이 0.4%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 1025일을 기준으로 배추 1포기의 평균 소매 가격이 4928원인 걸 고려하면 일반 배추를 구매하는 것보다 절임배추를 사는 게 최대 50%까지 싼 가격이다.

티몬은 오는 1211일까지 절임배추를 비롯해 각종 김장재료, 김장 용품 등을 최대 25% 싸게 판매하는 김장 기획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티몬은 지난 5일 절임배추를 당시 시세보다 40%가량 저렴하게 팔았었다. 10t 물량을 준비해 1000세트를 판매했는데 90분 만에 완판됐다.

농수산물 비축으로 물가안정에 기여

농림축산식품부는 한훈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하고 28개 품목의 물가안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이 돼 소관 품목의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현장 중심의 물가 대응체계를 가동할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10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8%, 가공식품은 4.9%, 외식은 4.8% 각각 상승했다. 특히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 대비 15.2% 뛰었으며 우유는 14.3% 올랐다. 빵은 5.5% 올랐으며 과자·빙과류·당류는 10.6%가 오르고 커피··코코아는 9.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한훈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에, 박수진 식량정책실장을 상황실장으로 각각 지정했다. 국장급 4명이 반장을 맡아 배추, 양파, 마늘, 생강, 대파, ·돼지·닭고기, , , 우유, 햄버거 등 28개 품목 등을 중점 관리한다. 각 품목별 담당자는 소비자단체·업계와 긴밀한 소통 체계를 가동해 물가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민 먹거리 농산물의 원활한 수급 조절과 가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구 경북권, 부산 경남권 5개 권역에 총 14개의 농산물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물가는 안 잡히고, 농민만 잡는다는 불만도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물가를 잡히기는커녕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농산물 가격 인하에만 열을 올리자, 농민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농산물 관계자는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는데도 정부가 가장 다루기 쉬운 농산물 가격만 잡으려 한다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농산물 가격 인상을 제어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배추 무 가격이 올라 정부가 연일 김장물가 걱정을 하면서 관계 장관을 다그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김장물가 대책을 수립해 특별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상위 순위를 보면 전세 54 월세 44.3 휴대전화료 31.2 공동주택관리비 21 휘발유 20.8 외래진료비 19.2 전기료 15.5 고등학생학원비 12.8 도시가스비 12.7 등이다. 이 중 하나라도 국민 부담을 낮춘다면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잡는다고 출하를 앞둔 품목의 수입량을 증가시키고 정부 비축 물량을 방출해 산지 농산물 가격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정부는 배추와 무 가격이 오르자 즉각 비축 물량 11000톤을 방출하기로 했다. 산지 배추가 막 출하되는 시점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농산물 물가안정을 위해 망고 등 수입 과일에 저율할당관세를 추진하고 배추 비축 물량 방출 등을 결정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이들 농산물 가격을 잡는다고 소비자물가가 잡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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