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유커에도 휘청이는 유통업계

지난 8월 굳게 닫혀있는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유커들이 몰려올 것을 예상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3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커 특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이번 특수에 회복을 기대하던 유통업계의 고민이 커져만 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 더디게 나타나

지난달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동기 대비 793.8% 늘어난 264천여 명으로 조사됐다. 올해 월별 기준 가장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으나 전달과 비교하면 4천여 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두 번째로 한국을 많이 찾은 일본인 관광객(25만여 명)보다 14천여 명 정도 더 많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달의 48.8% 수준에 달하는 숫자다.

엔데믹으로 보복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같은 2019년 같은 달의 72.5% 수준을 회복한 것을 비교하면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는 더디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년 전인 201937.1%에서 24.0%13.1%P 떨어졌다.

중국 유커대신 싼커

유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이르는 중국말로 游客(한국 한자음: 유객)’의 중국어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한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한국 여행을 올 때 단체 패키지 관광으로 모객해서 단체로 명동, 동대문 등 쇼핑 위주의 지역을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유형이 단체 여행에서 개별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개별여행을 하는 중국 여행객들을 일컬어 싼커라고 한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찾아 쇼핑을 주로 하는 유커들과 달리, 개별 관광객인 싼커들은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인기 장소를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중국 MZ세대 소비 패턴 및 여행 행태 분석에 따르면, 중국 MZ세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관광지를 보는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이나 동대문 등 기존 관광지보다는 서울 성수동, 가로수길 등의 신흥 지역을 방문하고, 관광지 중심의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테마체험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중국의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국민 제품을 이용하는 궈차오(%ed%99%94%eb%a9%b4%20%ec%ba%a1%ec%b2%98%202023-11-20%20181302.jpg, 애국소비)’의 소비트렌드가 자리하면서 수입 제품보다는 중국제품이 품질이 더욱 좋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면세업계와 화장품 업계 고전하고 있어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방문객은 638000여 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으나, 이들을 상대로 한 매출은 1805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방문객이 315천여 명 수준이던 지난 31257억여 원을 기록했다가, 이후 매달 방문객 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8000~9000억원에 그쳤다.

호텔신라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1% 감소했다. 2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면세 부문에서 163억 원의 영업손실이 나면서 전체 실적이 감소했다.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17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8.2% 감소했고, LG생활건강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85억 원으로 32.4% 줄었다.

유커 특수를 노렸던 유통업계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유커 효과에 4분기 반등을 노리며 외국인 유치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 3분기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 영업 시작 후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0억 원을 개선했다. 또한, 지난 8월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인천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서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유커 특수를 기대한 동종업계와는 차별화되게 중국 싼커를 겨냥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특히 MZ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K-팝스타 뉴진스를 모델로 내세우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 유커 의존도 낮추고 차선책 마련

우선 중국 관광객의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관광객 잡기 총력에 나섰다. 신라면세점은 대만 라인페이 본사에서 대만 1위 간편결제 사업자인 라인페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만을 포함한 동남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결제 수단을 확대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호텔 신라는 지난 3일부터 4일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람관에서 열린 2023 타이베이국제여행전(ITF)에 참가해, 대만 관광객의 한국 방문 유치를 위한 홍보를 진행했다.

신라면세점이 대만 마케팅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일본, 중국에 이어 3위에 이르는 중요한 관광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 8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방한 대만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22% 가까이 증가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던 개별 자유여행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 예술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부산 지역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2030월드엑스포 유치로 중국인 관광객의 부산 방문 증가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이에 여행사들은 그동안 관광지나 단체 쇼핑 등으로 구성했던 패키지를 ‘K팝 댄스 배우기등 체험 중심으로 꾸리고 있다. 이는 업계 안팎에선 이번 기회에 싼커의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 등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소상공인 대응 전략보고서를 통해 체험 중심 수요에 적합한 방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다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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