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발 초저가 경쟁에 해외 온라인몰까지 가세해

유통업계에서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 곳곳에서 초저가 경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생필품 제조 업체들이 1원이라도 더 싼 제품을 팔기 위해 다퉜던 ‘1차 초저가 경쟁’, 이후 2010~2020년대 대형마트들이 10원 단위로 값을 깎아가며 주도하던 ‘2차 초저가 경쟁이 있었다면, 이젠 대형마트에 이커머스, 생활용품 전문점과 버티컬 플랫폼까지 모두 가세한 ‘3차 초저가 경쟁이 시작됐다.

편의점 대 편의점, 편의점 대 대형마트

국내 경제가 삼중고에 이어 4중고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자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동종업계에서 이뤄지던 초저가 경쟁이 업계를 초월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초 편의점은 24시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고물가에 저렴한 초저가 도시락과 햄버거 등을 출시했으며, 1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상품을 출시했다.

이런 현상은 편의점 업계 간 경쟁으로 이어졌으며, 앞다투어 초저가 도시락을 출시하며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려는 초저가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편의점 간의 경쟁을 넘어 대형마트와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편의점 업계가 PB 상품군을 늘리고 1+1행사 출시를 통해 대형마트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으로 편의점 장보기 수요를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이소 발 3차 초저가 경쟁

최근 다이소에서 발발한 초저가 경쟁이 타 유통업체와 이커머스 업계에까지 번지면서 3차 초저가 전쟁이 불붙고 있다.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가 본래 올리브영에서 50mL3만 원 넘게 파는 한 기초 화장품 앰풀 제품을 12mL(2mL짜리 6)로 용량을 줄이고 제품 성분비와 포장도 다르게 만들어 이달 초부터 3천 원에 팔기 시작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에 각각 납품하는 화장품 제조사는 같은 회사다. 성분 비율은 조금 다르지만,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은 훨씬 싸다는 소비자 후기가 알려지면서 다이소 판매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렸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250여 종의 가격은 500~5000원으로 모두 균일가다. 초저가 제품의 물량 공세 덕분에 다이소의 지난 1~8월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160%가량 늘었다. 업계에서는 작년 매출 29457억원을 기록했던 다이소가 올해 어렵지 않게 매출 3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도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과의 초저가 경쟁까지 의식하며 ()시리즈 상품을 잇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다이소의 3000원 기모 바지, 5000원 패딩 조끼 같은 초저가 의류에 대항하기 위해 반값 청바지를 출시했다. 전국 40개 지점에서 SPA 브랜드의 평균 청바지 판매가보다 50% 저렴한 스판 청바지를 19800원에 판매한다.

이커머스 간 경쟁도 치열해져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1위 이커머스 업체 쿠팡도 해외 온라인몰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전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은 최근 신선식품 할인 행사에 부쩍 힘을 주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각종 공산품을 초저가·무료 배송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펴면서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톱 4위에도 들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가 아직 취급하지 않는 신선식품품목을 앞세우는 등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알뜰장터’ ‘로켓프라이데이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미국산() 우삼겹이나 전복 같은 신선 식재료를 특가에 판매한다.

지마켓과 옥션은 해외 이커머스가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는 품목인 국내 가을·겨울 패션 품목에 대한 70% 할인전을 시작했다. 11번가도 초저가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9900원샵을 열었다. 각종 주방용품·스포츠용품·반려동물용품 등을 무조건 1만원 미만으로 판매한다.

과도한 경쟁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러한 유통가의 최저가 경쟁은 1997년 최저가 보상제 도입에 따른 가격 할인 경쟁과 2010년의 ‘10원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최저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제조·납품업체들이었을 것이고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가장 컸을 것이다. 최저가 보상제는 유통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규모의 경제 경쟁력을 갖춘 유통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가격 전략이다. 통상 1위 업체가 전략을 도입하면 경쟁 업체들도 이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를 따를 여력이 없는 중하위 업체들은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임을 보여주게 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다.

1997년 시작된 대형 유통업체 간 최저가 경쟁은 치킨 게임과 같은 출혈 경쟁으로 과열되면서 제조·납품업체에 납품 단가 인하 등 출혈 경쟁의 피해 우려가 커지게 됐다. 이에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 공정 거래가 주목받으면서 201111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 법률(약칭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유통 시장의 최저가 경쟁은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하면서도 과열된 가격 인하 경쟁은 제조·납품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에 이어 결국 품질 저하와 같은 부작용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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