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억 원 지원금 받았지만, 더 비싸게 팔아

정부에서 저렴하게 원유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비싼 값에 되파는 알뜰주유소가 1천 개 이상 적발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중위) 양향자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저렴하게 원유를 공급받은 알뜰주유소에서 1274건의 고가 판매 행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 알뜰주유소는 총 1290곳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주유소의 11% 정도이다. 알뜰주유소는 정부의 공동 또는 별도 입찰을 통해 정유사 기름을 원가 수준으로 구매한다. 일반주유소와의 가격 차이는 리터당 40~50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는 알뜰주유소에게 시설개선지원금도 지원한다. 지난 10년간 128억 원이 지급됐다. 이러다 보니 경쟁력을 잃은 일반주유소의 폐업이 늘고 있으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년 동안 일반주유소 1073곳이 폐업했다.

문제는 알뜰주유소가 정부에서 저렴하게 원유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비싼 값에 되팔거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위반에 걸리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양향자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석유공사가 적발한 고가판매 알뜰주유소는 총 86(중복 포함)에 달한다. 전체 알뜰주유소가 421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20% 수준이다. 고가 판매 알뜰주유소는 소재 지역 리터당 월평균 주유소 판매가격보다 0.1원이라도 높게 판매하는 주유소를 의미한다.

가짜 석유 판매나 품질 부적합 등 석유사업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알뜰주유소가 석유사업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141, 건수로는 182건이나 된다. 이는 전국의 전체 알뜰주유소의 10% 수준이다. 반면 시설개선지원금 환수는 6건에 그쳐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방만한 운영에도 불구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자, 일반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불만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며 주유소 폐업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매년 500개 넘는 주유소가 휴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8월까지 휴업한 주유소도 341개로 집계됐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말까지 500개 넘는 주유소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히 폐업한 곳까지 합치면 올해만 445개에 달한다.

이처럼 주유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업계에선 가장 큰 이유로 알뜰주유소와의 출혈경쟁을 꼽는다. 알뜰주유소는 판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싸게 공급받는다. 석유공사와 농협, 도로공사가 정유사에서 기름을 원가 수준으로 산 뒤,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30~60원 정도 싼 가격에 공급한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시설개선지원금도 지급한다. 일반 주유소가 가격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때문에 주유소 사업주의 영업손실은 매해 늘어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주유소 1개 소당 평균 영업손실액은 약 37천만 원으로 약 2천개의 주유소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7년간 주유소의 사업소득은 1226억 원으로 27% 정도 줄었다.

양향자 의원은 알뜰주유소의 도입 취지는 소비자들이 조금 더 저렴한 석유 제품을 구매하게끔 하는 것이다정부가 알뜰주유소에 그만큼의 혜택을 주는 만큼 일반주유소 사업자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한 판매 가격 관리와 범법 행위 방지 노력도 함께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500개 이상의 일반주유소가 1억 원대의 환경 정화 비용이 없어 휴업을 택하고 있다기금 조성으로 좀비주유소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석유유통업계, 알뜰주유소 확대 반대

이처럼 일반주유소 사업자들이 코너에 몰린 가운데, 정부에선 고유가의 해결책으로 알뜰주유소를 늘리겠다고 발표해 업계에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는 알뜰주유소 확대가 유류가격 안정화보다는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간의 불공정 경쟁을 더욱 부추겨 석유유통시장을 더욱 왜곡시키고 일반주유소의 시장 퇴출을 부채질하는 반시장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수도권 지역의 알뜰주유소 확대는 경영난으로 휴폐업이 증가하고 있는 석유유통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니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협회에 따르면 최근 석유유통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으로 인한 주유소 간의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전반적인 경기둔화 및 친환경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인한 수요 감소 등 전례 없는 경영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석유유통업계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는 알뜰주유소는 그 숫자와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주유소 중 알뜰주유소의 점유율은 11.9%, 판매량 점유율은 20%를 넘었다.

반면, 일반주유소은 같은 기간 1954개소로 201112901개소 대비 2천 곳이 줄었다.

석유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발표한 알뜰주유소 확대 방침은 석유유통시장을 더욱 왜곡시키고 일반주유소의 시장 퇴출을 부채질하는 무책임한 선택에 불과하다석유제품 유통망이 무너지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가격인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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