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도 부정적 전망에 연말 정기인사로 변화

유통업계가 지난 ‘3 (물가·고금리·고환율)’에 힘들어하더니 이제는 고유가까지 겹쳐 ‘4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유통시장의 4분기 전망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개 사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83’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4분기 경기전망지수 낮게 나타나

유통업계 모든 업태가 기준치(100)를 하회한 가운데 오프라인에서는 백화점(7988)과 대형마트(9388)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편의점(8680)과 슈퍼마켓(7167)은 지난 분기 대비 부정적인 전망이 늘었다.

백화점은 4분기 크리스마스, 연말 대목 등 성수기와 더불어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의 증가세가 기대되며 오프라인 업태 중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쇼핑(7186)은 엔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며 합리적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가격 우위가 부각되며 긍정적 전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RBSI는 세 분기 연속 개선세를 보였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 여파로 여전히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고 먹거리와 교통·전기 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소비시장 위축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경기전망지수에 기업 절반 이상은 이를 대응하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비용절감(53.2%)을 우선으로 꼽았다.

기대이하 실적에 대표 교체 등 인적쇄신

유통업계 전체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대감이 아닌 부정적인 전망에 고심이다. 올해는 특히나 4고에 따른 소비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유통업계의 실적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함에 따른 유커 특수를 기대했던 것마저 유커들의 배신(본지-프리즘 참고)으로 면세점과 뷰티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연말 정기 임원인가를 앞두고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이 연말 칼바람이 불까, 걱정하고 있다. 이도 그럴 것이 신세계그룹에서 지난 대규모 정기 임원 인사에서 CEO 40%에 달하는 임원들이 전격 교체됐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2024년 정기 임원 인사가 진행됐다.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에 정지영 사장이, 현대홈쇼핑 대표에는 한광영 부사장이 그리고 현대L&C 대표에는 정백재 전무가 각각 내정하며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에 나섰다. 인사와 함께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출범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18일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각각 열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도 사내이사에 선임돼 정 회장과 함께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최근 CJ CGV의 자금조달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CJ그룹도 일부 유통 계열사 CEO가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허민회 CJ CGV 대표이사다. 지난 2020년 말 CJ CGV 대표로 발탁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위기를 겪던 영화관 사업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이어왔지만, 최근 1조 원 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모회사 CJ의 현물출자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며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CJ그룹의 지주회사 CJ의 김홍기 대표이사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말 인사에 시선이 모이는 중이다.

롯데는 실적 선방에 소폭 인사 전망

신세계와 현대의 대규모 칼바람에 비해 롯데는 훈풍이 불고 있다. 롯데쇼핑이 대내외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3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하면서 경쟁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과 달리 연말 정기인사 규모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매출 37391억원, 영업이익 14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8%5.3% 하락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분기 실적은 경기 불황에 따른 전반적인 유통가 부진과 맥을 같이하는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는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세계의 경우 3분기 매출 14975억원, 영업이익 13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4%, 13.9% 하락했고, 현대백화점은 매출 142억원, 영업이익 740억 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26.8%, 19.8%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까지 누계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한 1092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오히려 4.4% 증가한 3060억원을 올렸다.

롯데쇼핑에서는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등이 내년 3월 임기를 마치게 된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취임 이후 담당 사업 분야에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는 점은 연임설에 무게를 실리게 한다. 롯데유통군의 경우 김 부회장 취임 전인 2021년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86%가량 증가했고, 올해 1~3분기도 매출이 다소 줄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보다 상승했다. 이는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롯데의 이번 롯데그룹 인사 핵심 키워드는 쇼핑 계열사 대표들의 연임과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유통업 진출 여부 역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금리상승 등으로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유통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연말 인사의 폭과 규모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라며 신세계그룹의 정기인사 규모가 전례 없이 커졌다는 점도 불안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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