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물류 등 전 사업 영역 충돌 예고

쿠팡과 CJ제일제당이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의 납품가를 두고 신경전을 시작한지 벌써 10개월이 넘었다. 지난해 11, 갈등이 시작된 이후 CJ는 쿠팡에 햇반을 납품하지 않고, 반쿠팡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반쿠팡연대에 배달의 민족이 합류했다. 쿠팡이츠의 경쟁사인 배달의 민족이 CJ제일제당과 손을 잡으면서 반쿠팡 연대가 유통에 이어 배달업계까지 확대된 것이다. 최근에는 두 업체 간 갈등이 카드사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CJ는 신한카드와, 쿠팡은 KB국민카드와 제휴를 맺었다. 두 업체 간 갈등은 제품을 넘어 각기 운영 중인 사업과도 얽혀 지속적인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유통과 물류, 콘텐츠 등 양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두 기업 간 갈등의 시작은 CJ제일제당의 인기제품인 햇반을 쿠팡에 납품하는 단가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납품을 원하는 쿠팡과 값을 더 인정받으려는 CJ의 기싸움으로 시작했다. 금방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업계의 예측은 빗나갔고, 햇반 외에 비비고만두 등 주요 상품에까지 번졌다. CJ는 쿠팡이 유통 플랫폼기업의 위치를 앞세워 갑질을 하고 있다며 주장했고, 쿠팡은 가격 인상과 함께 발주 약속 물량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두 기업의 마찰은 롯데 등 다른 유통업체로까지 번지며 확장됐다. 유통기업과 제조기업간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쿠팡과 LG생활건강 사이에서도 단가 때문에 이견이 있었고 공정위 제소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사업상 유통업자의 의미가 크다면 유통업자의 우월적 지위가 인정된다며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다.

한번 패배의 쓴맛을 본 쿠팡은 CJ와의 마찰 때는 더욱 세심하게 준비해 대응했다. 쿠팡의 유통업에 대한 지위로 또다시 몰리지 않기 위해 CJ그룹 산하의 계열사를 공략하는 전략을 폈다.

쿠팡, ‘올리브영 갑질공정위 신고

쿠팡은 지난 7,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업계 진출 방해를 목적으로 CJ올리브영에 납품하는 중소 업체를 상대로 쿠팡 납품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쿠팡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부터 4년 간 쿠팡이 뷰티업계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뷰티 관련 업체들에게 쿠팡에 납품할 것을 금지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쿠팡에 납품 시 CJ올리브영에서 해당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 이에 사업의 진행에 문제가 생기고 피해가 발생해 신고하게 됐다고 신고서에 명시했다.

여기에 CJ올리브영이 취급하는 전체 상품의 약 80%가 중소 업체들이 납품한 것인데, 이 같은 행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가 다른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배타적 거래 강요 행위가 금지된다. 이와 관련 쿠팡의 한 관계자는 쿠팡 납품 계획을 알린 화장품 업체가 올리브영으로부터 거래 중단, 거래 품목 축소 등의 통보를 받은 사례는 물론 올리브영이 직접 쿠팡 납품 금지 제품군을 지정해 납품 승인을 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 다음은 금융·물류?

두 기업간 힘겨루는 식품과 뷰티를 이어 금융까지 번졌다. 지난 9CJ는 신한카드와, 쿠팡은 KB국민카드와 손잡고 제휴카드 경쟁에 돌입했다.

CJ는 신한카드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멤버십 서비스인 CJ ONE의 혜택을 강화한 ‘CJ ONE 프리즘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CJ ONE 포인트를 최대 30% 적립해주는 특별 적립서비스와 최대 3% 적립해주는 일반 적립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쿠팡 역시 KB국민카드와 손잡고 쿠팡 와우 카드를 선보였다. 전월 실적 조건 없이 쿠팡에서 2% 적립(2만원 한도) 혜택을 제공하며, 쿠팡 외 결제 건에 대해서도 0.2% 적립(2천원 한도) 등의 혜택을 담았다.

두기업간 싸움은 산하 비즈니스와도 얽혀있다. 쿠팡이 로켓배송 등 자사의 물류서비스를 위해 실시하는 사업이 CJ그룹의 CJ대한통운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업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최근 몇 년간 점유율 하락을 겪으며, 1위 자리를 견제 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의 물류부문 점유율 하락은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성장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CJ대한통운에 이어 국내 택배물류에서 점유율 2위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지난해 택배 건수는 13억 건 규모로 전체의 36%를 넘어섰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쿠팡이 쿠팡 회원들에게 물건을 직접 배송하기 위해 시작됐다. 정부로부터 국내 운송사업자 자격 취득 시점인 2021년 이전에는 집하량 집계가 되지 않아 전체 비율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자회사로 쿠팡으로부터 분리되면서 통계에 잡히게 됐고, CJ대한통운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 시황이 회복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성과가 보일 것 같다상반기는 회사의 체질개선으로 힘을 모았다면, 하반기엔 수익성을 늘려 미래성장모델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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