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소각 통해 이익 제고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가치 실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결과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자사주의 매입과 소각 등으로 주주이익을 보전하는가 하면, 경영진이 직접 주식을 매입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유통업계는 주요 기업들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이익을 늘리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미래 성장을 이끌 사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자사주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에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기존에 발행했던 자기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단행 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주당순이익을 높여 주주들의 이익이 오르는 효과를 나타낸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자기회사 주식을 매입한 후 일정 기간 이내에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향후 시장에 주식이 다시 유통되지 않아 주주이익 상승효과가 극대화된다.

애경, 경영진 직접 주식 매입해 신뢰제고

최근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는 기업에는 현대백화점과 애경그룹, 동원, 대웅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최근 개최된 이사회에서 자사주 6495431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18일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1212일 해당 주식은 사라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앞서 올해 초 기업·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13개 상장사 재무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그룹가치제고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단일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맞춰 시장의 관심을 높이고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표명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 역시 자사 임원진이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

화장품사업부를 이끄는 선보경 전무는 자사주 1200주를 매입했고, 이현정 화장품글로벌사업부 상무는 자사주 1천주를 매입했다. 앞서 선 전무는 지난해에도 자사주 1100주를 매입했고, 이 상무는 올해 31천주를 사들였다. 아울러 애경산업 자회사인 원씽의 공동대표인 최유미 대표도 애경산업 주식 36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애경 한 관계자는 애경산업 임원진은 책임경영을 통해 회사의 성장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들은 17%의 세금을 떼는 배당보다 부담 없이 주당순이익을 올려 주가를 상승시키는 방법이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이다이에 기업들은 주가 부양과 기업 평가 제고를 위해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는 자사주 관리에 나서는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주가부양, 신사업 자신감 표현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보다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주식을 소각해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줄어들면 주당 가치가 상승해 주주들에게 실적인 이익이 된다. 배당금을 받게 되면 이에 대한 세금으로 실제 이익이 줄어들지만 주식의 수가 줄어 가치가 상승하면 그 이익을 온전히 주주들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책임경영이라는 이미지를 시장에 심어줄 수 있어 홍보효과도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신사업을 전개하는 경우에는 비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시장을 설득하는 효과도 있어 업계에서 종종 활용되고 있다.

주주에 친화적이지 않은 국내 시장 특성 상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낮은 부분을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믿고 꾸준한 투자를 유지해주는 주주들에게 보답하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당분간 경영에 대한 책임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웅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해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웅은 신탁방식으로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와 별도로 100억 원 규모로 자회사인 대웅제약의 주식을 3개월간 장내에서 직접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성장 모멘텀이 확실한 상황에도 시장평가 낮은 자사의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고, 미래 성장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지주회사로서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주주신뢰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춘 대웅 부회장은 200억 원 규모의 주식 매입은 대웅그룹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재무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었던 결정이다앞으로도 최우선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펼치는 등 주주들의 신뢰를 굳건히 지켜나가 함께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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