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연의 경제이야기

이성연 박사
이성연 박사

 

심리학에 ‘거울이미지 효과(mirror image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코넬 대학교 심리학 교수였던 브론펜브레너(Urie Bronfenbrenner) 박사가 만든 것이다. 그는 개인의 발달과정을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생태학적 체계이론(ecological systems theory)’을 정립한 학자로 유명하다.

거울이미지 효과란, 나의 표정이나 생각은 거울에 반사 되듯 그대로 나에게 되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할 때는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서로 전달된다. 그러다가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 역시 말하지 않아도 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거울 이미지 효과
거울 이미지 효과

이와 같이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면 그 파동에너지가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그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된다. 내가 호의를 가지고 상대를 대하면 그도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대하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따라서 내가 어떤 사람을 싫어하고 꺼림직 하게 생각한다면 그도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면 된다.

브론펜브레너 교수는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도 대부분 ‘거울이미지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A라는 나라가 B라는 나라에 적대감을 품고 있으면, A라는 나라가 군사력을 조금만 증강시켜도 B라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치부하게 되고, B라는 나라도 군비증강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은 전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이러한 현상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미소간의 군비경쟁,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군사적 대립, 인접한 나라들 간의 군비경쟁 및 갈등과 분쟁 등도 모두 거울이미지 효과와 관련이 있다. 동북아지역에서 한중일 간의 군비경쟁과 상호 불신 및 경계도 이런 현상이다. 각국은 상대국의 군사력 증강을 결코 방어력을 키우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려는 게 아닌가하고 의심하게 되고, 덩달아서 군사력을 증강시키게 된다. 모두 거울이미지 효과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TV나 유튜브에서 양파를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에 관한 영상을 보셨을 것이다. 조건이 같은 환경에서 양파 3개를 각각의 유리컵에 올려두고 매일 물을 갈아준다. 그런데 첫 번째 양파에게는 “사랑한다, 너는 잘 자랄 거야”와 같은 긍정적인 말을 자주 들려주고, 두 번째 양파에게는 “짜증나, 멍청이 바보, 넌 곧 죽을 거야”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자주 들려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긍정적인 말을 들은 양파는 왕성하게 자라는데, 부정적인 말을 들은 양파는 비실비실하고 성장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런데 더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세 번째 컵의 양파였다. 세 번째 컵의 양파는 물은 다른 컵의 양파들과 마찬 가지로 갈아주되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양파이다. 그냥 무관심하게 방치해둔 것이다. 이 양파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상태가 가장 부실하더라는 것이다. ‘악플’보다 못한 게 ‘무플’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식물과 인간 간에도 이와 같이 이미지가 전달되는데, 같은 인간 간에는 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도 처음에는 비과학적이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호성의 원칙

상호성의 원칙(Reciprocation)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나도 되갚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물질적인 것이든 친절이나 상냥함 등 정서적인 것이든 모두 해당한다. 복잡한 것 같은 인간관계도 사실은 기본적으로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의 원리가 작동한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날 신입사원 둘이 입사했는데, 과장이 보니 A라는 사람은 학력도 좋고 외모도 그럴싸하다. 어쩐지 유능하고 일도 잘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B라는 사람은 지방대학 출신에 외모도 신통치가 않다. 어쩐지 촌스럽고 중요한 일을 맡기기가 꺼려진다. 과장은 객관적 근거도 없이 순간적으로 두 사람을 평가하고 A에게는 친절하게 대하고 중요한 일을 맡긴다. A가 실수를 해도 신입사원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너그럽게 넘어간다. 그러면 A는 상사가 자기를 신뢰하는 것 같으니까 역시 부장에게 인사도 잘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한다.

그러나 B는 정반대다. 부장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껄끄럽게 대하고 일도 대충한다. 어쩌다 실수를 하면 부장은 ‘어쩐지 무능해 보이더라니!’ 하면서 심하게 나무란다. 그러면서 부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다니까!” 그러나 그건 부장이 A와 B를 대하는 태도가 바로 부장에게 되돌아오는 것에 불과하다. 상호성의 원칙이 작동한 것이다. 또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 교수가 정립한 자기충족적 예언이 실현된 것뿐이다.

상호성의 원칙도 거울이미지 효과의 일부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 호의를 기대할 때에는 내가 먼저 호의를 베풀어야 하고,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고 싶다면 내가 먼저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울이미지 효과는 조직의 리더가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한다. 조직의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활기 넘치게 되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그렇게 되어야 한다. 부하들의 헌신을 기대한다면 리더 자신이 먼저 헌신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일방통행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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