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없는 효율성 강조가 덫

온라인 쇼핑과 중고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관련 시장은 물론, 관련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편리함과 재미까지 주는 중고거래는 이젠 없어선 안 될 정도로 일상화가 되는 만큼, 관련 소비자피해도 빠르게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개인 간 건강기능식품의 거래를 허용할 것이란 발표까지 더해 국민들의 혼란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8, 재판매 플랫폼 이용에 대해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했다. 소비자원은 재판매 플랫폼 관련 소비자 피해가 전년 대비 251.3% 증가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3년간 접수된 재판매 플랫폼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9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51.3% 증가했다. 지난 202018건이었던 피해구제 신청은 2021년에는 39건으로 116.7% 증가했고, 지난해엔 137건으로 집계됐다.

피해구제 신청사유는 품질 하자52.1%(10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계약해제·위약금’ 29.4%(57), ‘부당행위’ 10.8%(21) 순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운동화64.4%(125)로 가장 많았으며, ‘의류’ 9.8%(19) ‘샌들·구두’ 7.7%(15) 순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내 분쟁 해결 위한 절차 마련 필요

재판매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설문 결과, 이용자의 연평균 거래 횟수는 6.39회였으며, 연령별로는 ‘30의 거래가 7.47회로 가장 많았다. 이용자별 최다 구매는 총 72, 최다 판매는 총 50회로 나타났다.

플랫폼 이용과정에서 불만·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20.5%(205) 였는데, 주요 사유는 불성실 검수 혹은 검수 불량’ 46.3%(95), ‘일방적 거래취소’ 37.6%(77), ‘거래취소 관련 패널티’ 32.2%(66) 등의 순이었다.

플랫폼의 검수 기준은 검수 관련 분쟁에서 책임소재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품목별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곳은 2곳뿐이었다.

조사대상 플랫폼 모두 거래가 취소되는 경우 취소사유에 따라 판매자에게 상품가격의 5%에서 15%에 해당하는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래 취소로 피해를 보는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패널티 금액보다 적었다. 예를 들어, 구매자의 과실 없이 거래가 취소되면 플랫폼은 판매자에게 부과한 패널티 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매자에게 포인트로 보상하지만, 일부 플랫폼은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한편, 소비자 설문에 따르면 재판매 플랫폼을 통한 10대 소비자의 연평균 거래 횟수는 6.38회로 30(7.47) 다음으로 많고, 연평균 거래금액은 156만원이 넘었다. 이처럼 재판매 플랫폼 내 미성년자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거래 과정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 거래는 취소될 수 있다는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

현행 법령상 재판매 플랫폼 등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위와 같은 미성년자 거래 관련 내용을 고지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재판매 플랫폼은 시스템 구조상 판매자가 판매 관련 내용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없으므로, 미성년자 거래 안전을 위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건기식 중고거래 허용?국민건강 뒷전 우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피해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할 것을 검토 중이란 발표가 나와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할 경우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오픈마켓 사이트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은 무리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건강기능식품법 62항에 따르면 판매업 신고를 마친 주체만 건기식 판매가 가능하며, 한번 구입한 제품은 개인 간 재판매할 수 없다. 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법은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고, 건전한 유통과 판매를 도모해 국민건강증진과 함께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때문에 중고거래 앱 등을 통한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한다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간 건강기능식품을 임의로 나눠 판매한다면, 소비기한이나, 섭취용량, 용법 등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기 어려워 오남용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판매의 용이성을 위해 후기나 제품 정보 등을 잘못 기입해 거짓정보를 퍼트릴 위험도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지난 7, 온라인상 부당광고 사례를 점검해 허위·과대 광고를 312건 적발한 바 있다. 때문에 부당광고의 노출 위험도가 높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한다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판매금지 품목으로 차단한 거래 중 건강기능식품이 10%를 차지했다.

건기식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식품 사용 금지 원료가 포함된 제품이나, 성분표시가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빠른 회수 조치를 해야한다기존 유통채널을 벗어날 경우 관리 감독이 어려워지는 위험이 존재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다복용 등 부작용과 사용기한은 물론이고, 무자격업자의 덤핑 판매에 대한 문제도 여전히 있는 상태다국민건강이나 소비자피해 등에 대한 대비책 없이 무작정 규제완화를 하려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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