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화장품 등 장점 살릴 수 있어

지난 몇 년 간 우리나라 다단계판매시장은 5조 원 규모에서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200717천억 원까지 감소했다가 매년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며 2015년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발목을 잡으며 많은 업체에서 실적하락을 피하지 못했고코너에 몰린 채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이에 넥스트 이코노미는 우리나라 다단계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총 4화에 걸쳐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3| 중국·대만·동남아, 잠재력 많고 기회도 많다. 생존위해 선택 아닌 필수.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다단계판매업계가 올해는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위기론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이번엔 그 충격이 더욱 클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일부에선 팬데믹 때보다 위기감이 더 크다며, 대비책 마련을 서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그리고 거대한 중국 시장이 현재 위기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진출에 대한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는 배경에는 현재 중국 시장의 수요와 한국 기업의 강점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두 품목은 모두 우리나라 다단계판매기업들이 강점을 갖는 분야로, 산업의 중심축에 있다. 따라서 사업이 안착한다면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의 글로벌 빅마켓이다. 건강기능식품은 글로벌 2, 화장품은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기업을 비롯,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단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시장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꼭 도전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 내 반일 감정 격화로 일본 제품 불매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한국기업이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일부에선 한국제품이 부상해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반사이익에 대한 긍정론이 적지 않으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특히, 자국 제품보다 수입 제품을 더 믿고 구매하는 경향이 높은 2030 세대의 구매율이 상승하고 있어 한국 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 한국 건기식 선호도 높아

지난 2010년 이후 중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많은 인구와 가파른 수요 확산세로 인해 기대치가 높다. 한국 건강기능식품 시장 대비 10배에 달하는 규모를 갖고 있어 중국 시장 진출은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조금의 성공이라도 거둔다면 그 시너지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20년 기준 중국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45조 원을 넘었다. 이는 전 세계 시장의 약 16.3%를 차지하는 규모다. 워낙 볼륨이 크고, 변수가 적지 않아 예측에 대한 기준이 경제 리포트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매년 6~10%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높은 성장률을 예측하는 이유는 중국이 경제 성장과 함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 관련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음료를 피할 만큼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고 몸에 좋은 것을 찾는 문화가 있어 그에 따른 소비가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 10년 후인 2033년을 기준으로 60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25%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성장에 힘을 싣는다.

시장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성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목적별로 구입·소비한다는 점이 꼽힌다. 건강관리를 위해 종합비타민 제품 1개만 섭취하는 게 아닌, 장과 눈, 피부 등으로 세분화해서 자신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소비자 중, 제품 1개만 섭취하는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적게는 2~3종류 많게는 4~6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늘고 있다.

아울러, 중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수입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요소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상반기 건강기능식품의 수입액은 약 27천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32% 이상 증가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수입업체의 수는 같은 기간 10% 이상 늘어난 2543개 사로 집계됐다. 한국과 일본, 미국, 캐나다 등 건강기능식품 제조 선진국들의 비중이 높았고, 미국의 경우 증가율이 45%가 넘을 정도로 선호도가 강했다.

건강기능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중국의 인구 구조를 보면 고령층 증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구매력이 강한 중장년층에서 제품의 품질을 따지기 시작해 우리나라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 화장품 200억 달러K-뷰티 강세

화장품 역시 중국 진출 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로 손꼽힌다.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7월까지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약 42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늘었다.

특히 수입화장품의 성장세가 매섭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화장품 수입액은 매년 약 13천억 원 이상 상승했고, 지난 2018년부터 2021년에는 매년 4조 원에서 53천억 원씩 성장했다. 2021년에 경기회복세로 화장품 수입 총액은 약 267천억 원을 돌파했다.

화장품은 리오프닝 이후 기대가 많은 품목 중 하나다. 팬데믹 동안 침체 중인 내수시장에 반등을 가져다줄 분야로 예상한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 초 중국 내 팬데믹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5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을 실현한 바 있다. 중국 경기 회복이 기대에 못 미쳐 예상만큼 높진 않았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6월 중국 화장품 소비 증가율은 4.8%로 반등을 위한 준비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장세는 외모를 대하는 중국 2030 세대의 문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젊은 층에서는 비주얼이 곧 정의라고 말할 정도로 외모에 관심이 많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웨이보와 틱톡 등 중국 내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있으며, 외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경제적 배경도 뒷받침돼 이러한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관심이 높은 분야는 안티 에이징과 슬로우 에이징 등 피부노화 분야다. 중국 연예인들의 동안 비결에 관심이 높고, 남보다 천천히 나이 듦에 대한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노화가 눈에 보이기 전인 20대부터 모공 관리나 탄력개선 등 피부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점도 우리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한국 기업들의 화장품 중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분야가 바로 기초화장품이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이미 한류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올해 중국의 기초화장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 기초화장품 부문의 시장 규모가 팬데믹 이전인 약 53조 원 규모를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3년부터 중국에서 기초화장품 부문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오는 2024년에는 약 55조원, 3년 뒤인 2026년에는 약 6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소 대신 경소상 유리

중국 진출 시 고민해볼 것으로 유통 네트워크 구축을 꼽을 수 있다. 크게 보면 유통구조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은 직소관리조례로 다단계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유통 특성 및 법령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에서는 방문판매를 직소(直銷)’, 다단계판매는 전소(傳銷)’라고 부르고 있다. 직소는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으며, 다단계판매인 전소는 불법이다. 때문에, 암웨이 등 여럿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소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직소 등록은 적잖은 난관이 존재해 선뜻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직소로 등록하려면 100억 원 이상의 자본금 외에 직소 보증금도 갖춰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은 외국에서 3년 이상의 경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제품 마련은 물론, 그 생산시설까지 중국 내에 갖춰야 한다. 이러한 것을 모두 준비했다고 해도 바로 허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국 사무소가 소속된 지방정부에 신청하면 시, , 중앙정부 순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통과하는데 보통 수년이 소요돼, 직소 등록에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무조건 직소 등록을 통해서만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유통의 특성 중 하나인 경소상을 통해서도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 경소상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입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중개 판매상을 의미하며, 국내의 대리점 혹은 가맹점과 비슷한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유통은 보통 경소상과 대리상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은 땅이 넓고 행정구역이 복잡하게 이뤄져 우리나라처럼 전국단위의 총판을 통해 판매채널을 구축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경소상에 집중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에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대부분이 경소상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진출 시 경소상 공략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제이다.

중국 정부에서 다단계를 법으로 금지하면서, 최근에는 조직형 대리점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시장에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조직형 대리점은 경소상을 중심으로 각 지역 내에 서비스망을 확장해나가는 형태이다. 이는 제조사(또는 공급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독립 사업체인 점에는 기존 유통 시스템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경소상들이 점포 내 판매원을 고용해 판매원의 수당을 일부 수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원의 판매 수익을 경소상과 판매원이 나누는 것이다. 기존에는 경소상이 판매원을 고용해 월급만을 주는 형태였다면 조직형 대리점에서는 판매실적에 따른 성과급 형식으로 경소상이 판매원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마케팅이 담겨있는 방식이다. 여기에 각 지역의 경소상을 분공사(지사)에서 직접적으로 관리해 경소상 본연의 시스템은 유지하면서도 네트워크의 장점을 더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경소상은 물론 판매원까지 본사에서 제품·판매 교육과 함께 비전 제시까지 해줘,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힘쓴다한 번 팔고 끝이 아닌 꾸준한 관계성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고, 각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고 중국 특유의 유통문화에 적응한다면, 지속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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